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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뜯는 아낙들. '갓'은 돌산도의 상징이다.
 갓 뜯는 아낙들. '갓'은 돌산도의 상징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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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추위가 있었지만 계절은 그래도 봄이다. 갓과 마늘, 시금치가 들판을 온통 초록색으로 뒤덮은 여수 돌산도로 향한다. 돌산도는 여수반도 남쪽 끝에 달린 섬. 면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 섬 가운데 열 손가락 안에 드는 큰 섬이다.

돌산도를 떠올리면 먼저 떠오르는 게 '갓'이다. 갓 하면 또 돌산도다. 돌산도에는 5600여 가구, 1만4000여명이 주민이 살고 있다. 이 가운데 70% 가까운 900여 농가에서 갓을 재배하고 있다. 섬이 갓으로 먹고 산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아니 실제 그렇게 살고 있다.

돌산도가 갓의 주산지가 된 것은 1980년대 말. 그때까지만 해도 돌산도의 이른 봄을 장식한 작물은 보리였다. 이 보리를 밀어낸 게 갓이었다. 보리보다 소득이 몇 배 높았기 때문이다. 면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도 당연했다. 이후 돌산도가 갓 재배의 적지로 판명나면서 여수를 대표하는 작물로 떠올랐다.

청색 갓. 쏘는 맛이 덜하고 씹는 맛은 좋다. 젊은이들 취향에 맞다.
 청색 갓. 쏘는 맛이 덜하고 씹는 맛은 좋다. 젊은이들 취향에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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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갓으로 담근 갓김치. 입맛을 돋워주는데 제격이다.
 돌산갓으로 담근 갓김치. 입맛을 돋워주는데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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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도는 한겨울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드물다. 이번 겨울에도 아침 기온이 영하 밑으로 내려간 날이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란다. 눈 구경도 어렵다. 이런 푸근한 날씨와 짭짤한 바닷바람 그리고 황토흙이 갓 재배의 적지로 만들어주었다.

옛날엔 돌산갓으로 담근 갓김치가 임금님 밥상에도 자주 올랐을 정도로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톡 쏘는 맛 때문에 갓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 없다. 톡 쏘는 맛이 느껴지는 적색 갓은 거의 사라지고 없다. 성장속도가 느려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지금 돌산도에서 주로 재배되는 갓은 청색 갓이다. 쏘는 맛이 덜하고 씹는 맛은 좋다. 젊은이들은 좋아하지만, 나이 든 사람들 중엔 톡 쏘는 맛이 강한 적색 갓으로 담근 곰삭은 갓김치 맛을 못 잊어 하는 이들도 많다.

죽포리에 가면 여수농협에서 운영하는 돌산갓김치공장이 있다. 선별과 세척에서 배합·포장까지 엄격한 설비와 위생관리 그리고 제조방식으로 갓김치를 담그고 있는 곳이다. 화학조미료 대신 표고버섯 가루로 맛을 낸다. 견학 신청을 하면 일부 제조과정을 지켜볼 수도 있다.

여수 돌산도의 하루는 갓으로 시작해서 갓으로 끝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로 갓은 주민들의 일상이 됐다.
 여수 돌산도의 하루는 갓으로 시작해서 갓으로 끝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로 갓은 주민들의 일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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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갓김치 담그기는 선별에서부터 포장까지 엄격한 위생관리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
 돌산갓김치 담그기는 선별에서부터 포장까지 엄격한 위생관리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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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대교에서 섬의 남동쪽 끝에 자리하고 있는 향일암까지 가는 길에 동백나무도 지천이다. 해마다 새해가 되면 해돋이를 보려는 인파로 붐비는 향일암도 이곳 돌산도에 속한다. 산길을 올라 150m 절벽 위 암자에 서면 탁 트인 남쪽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최근 이 암자의 대웅전과 요사체가 온통 금빛으로 치장을 했다. 햇빛을 받을 때 황금빛으로 빛나도록 하기 위해 칠했다는데, 주변 경관과 별로 어울려 보이지는 않는다. 중국의 절집 같기도 하다.

돌산대교에서 향일암으로 가는 길목, 무술목엔 전남해양수산과학관이 있다. 온갖 바닷물고기와 어패류 등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살아있는 멸치떼도 구경할 수 있다. 과학관 앞 무술목 바다도 운치 있다. 돌산읍사무소 앞을 지나는 해안도로를 따라 돌산도를 한바퀴 돌아보는 길도 드라이브 코스로 멋지다.

동백꽃 피는 섬 오동도. 울창한 동백나무숲과 함께 다양한 식생이 우거진 시민들의 휴식처다.
 동백꽃 피는 섬 오동도. 울창한 동백나무숲과 함께 다양한 식생이 우거진 시민들의 휴식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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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도 뿐만 아니라 여수엔 가볼만한 곳이 많다. 해마다 봄이면 동백꽃 흐드러지는 오동도가 여수에 있다. 옛날 오동나무가 많아서 오동도라 했으나, 지금은 울창한 동백나무숲과 함께 다양한 식생이 우거진 시민들의 휴식처가 됐다. 음악분수대도 볼만 하다. 오동도 일원은 또 오는 2012년 여수세계엑스포가 열리는 곳이다. 오동도 앞에 엑스포홍보관도 있다.

전라좌수영의 객사 건물이었던 진남관도 여수시내에 있다. 둘레 2m가 넘는 기둥이 68개에 이를 정도로 국내 최대 규모의 목조 단층건물이다. 국보로 지정돼 있다. 여수항 전망도 좋다. 일제 때 뚫어놓은 마래터널도 색다른 볼거리다.

돌산도는 호남고속국도 서순천 나들목에서 17번국도를 타면 된다. 이 길은 여수까지 연결된다. 여수공항 지나 석창사거리에서 우회전해 여수시청 앞으로 가면 돌산대교까지 길이 잘 뚫려 있다.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해안경치도 좋다. 돌산대교에서 전남해양수산과학관까지는 승용차로 10분, 여기서 향일암 주차장까지는 20분 정도 걸린다.

맛집도 부지기수다. 요즘 게장백반이 여수의 대표음식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국동항 부근에 소문 난 게장백반집이 여러 곳 있다. 장어도 오래 전부터 여수의 대표음식이었다. 참장어구이나 장어탕도 맛있다. 돌산갓으로 담근 갓김치는 어딜 가나 기본으로 나온다. 돌산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엔 갓김치 한 상자씩 사가지고 와서 이웃과 나눠먹어도 좋겠다.

오동도 음악분수. 환상적인 빛을 뽐낸다.
 오동도 음악분수. 환상적인 빛을 뽐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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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돌산갓, #돌산도, #여수, #오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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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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