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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관에는 납땜을 한 자욱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철관에는 납땜을 한 자욱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 경북인뉴스 유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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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희황제의 장례일인 1926년 6월 10일에 일어난 6․10만세운동은 3․1만세운동을 계승한 제2의 만세운동이었다.

이 만세운동을 기획했던 권오설은 7년형을 언도받고 서대문형무소에서 복역하다 1930년 4월 17일 순국했다. 4월 18일 시신은 신간회경성지회로 옮겨졌고 4월 21일 운반용 철관에 실려 서울역을 떠나 고향땅인 안동 가일로 운구되었다. 아들 권오설의 주검을 맞은 아버지는 죽어서까지 탄압을 당하던 당시 상황을 고스란히 적고 있다.
 
"이튿날 새벽이 밝을 무렵 수의가 대략 갖추어져 장차 염한 것을 고치려고 관 뚜껑을 열어보니 단정한 모습은 변함없이 잠자는 것 같았으며, 금니도 번쩍였다. 고문한 흔적은 검은 점을 이루었으니 이 모두가 독을 쓴 자국이었다. 내 비록 목석(木石)이라 할지라도 차마 너의 시신에 손을 대고 싶었겠는가마는 내 손으로 너의 입에 구슬과 쌀을 물려주고 너의 시신을 염하였다. 다음 입관을 하려고 목수에게 관을 만들게 하려는데 이를 하지 못하게 하여 할 수가 없었다. 저들은 어찌하여 (중략) 손님의 출입을 금지하고, 예에 따라 장례를 치르지 못하게 하였을까?"

2008년 4월 14일, 권오설 선생 철관 발굴 장면. 권오설 부인의 유해를 합장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안동시 제공
 2008년 4월 14일, 권오설 선생 철관 발굴 장면. 권오설 부인의 유해를 합장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안동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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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죽어서도 일경의 감시와 강압으로 말미암아 준비한 관을 사용하지 못하고 그대로 두꺼운 철관 속에 갇힌 채 묻히게 되었다.

지난해 4월 14일, 부인의 유해를 함께 묻기 위해 봉분을 파헤치자 관이 세상에 드러났다. 순국한 지 78년 만에 드러난 관은 차디찬 철관이었다. 당시 철관은 부식이 심한 상태로 관 뚜껑은 내려앉은 상태였다.

3월 1일부터 안동독립운동기념관(관장 김희곤·안동대 사학과 교수)은 3·1만세운동  90주년을 맞아 "1926년! 6·10만세운동! 그리고 안동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특별기획전을 열고 있다.

항일투쟁과 6·10만세운동에 참여하다

권오설은 1897년 안동시 풍천면 가곡리 가일마을에서 태어났다. 그의 일생 34년은 사회운동과 계몽활동을 통한 조국 광복의 여정이었다.

그가 본격적으로 민족운동에 뛰어 든 것은 1919년 전남도청 근무 중 광주 만세운동에 참여하면서 부터였다. 이후 1920년 고향으로 돌아와 원흥학교, 풍산소작인회, 안동청년회, 조선노동공제회안동지회 등에 참여했다. 1924년 서울로 가서 화요회를 비롯해 조선노동총동맹, 신흥청년동맹, 조선공산당 등에서 조국 광복을 위해 노력하였다.

지역인사와 주민들이  항일운동가 권오설이 죽어 갇혀 있었던 철관을 둘러보고 있다.
 지역인사와 주민들이 항일운동가 권오설이 죽어 갇혀 있었던 철관을 둘러보고 있다.
ⓒ 경북인뉴스 유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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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만세운동은 1926년 4월 말경부터 기획되었다. 권오설(權五卨, 1879~1930)은 6·10만세운동을 기획하고, 조선공산당의 승인을 얻어 '6·10투쟁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였다. 그리고 3·1만세운동과 같이 전 민족이 참여하는 운동을 펼치기 위해 통일전선체 조직에 나섰다. 그 결과 천도교와 조선공산당 ․ 학생층 등 다양한 주체들이 정치적 이념을 초월하여 통일전선을 형성하였다. 그러나 만세시위가 일어나기 직전인 6월 7일 권오설은 체포되고 말았다.

시위가 무산될 위기에 부딪혔다. 6월 10일 오전 8시 30분경 장례행렬이 서울 종로 3가 단성사 앞을 지나자, 안동 예안 부포출신의 이선호(李先鎬, 당시 중앙고등보통학교)가 뛰어나오며 만세를 불렀고 이는 6·10만세운동의 신호탄이 되었다. 중앙고등보통학교와 연희전문학교 학생들은 서울 곳곳에서 격문을 배포하며 만세운동을 펼쳤다.

안동독립운동기념관은 일생을 민족운동에 몸 바치다 순국한 권오설의 뜻을 기리고, 한국근대사의 역사적 자료로 활용하고자 남아있는 부분을 수습하여 한국전통문화학교 보존과학연구소(충남 부여)에 보존을 의뢰하였다가 이번 3월 1일부터 이 철관을 공개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경북인뉴스(www.kbin.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권오설, #철관, #안동독립운동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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