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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일, 미디어악법 사회적 논의 기구를 문방위 산하에 설치하여 자문 후100일 후 표결하기로 여야 합의가 나온 후 언론노조와 미디어행동, 촛불시민들의 질타가 격심하다.

 

 

언론노조는 3월2일 합의안이 나온 후 즉시 '처리시한 못박은 언론악법 여야 합의는 무효이다'라는 성명을 발표, "민주당은 100일 뒤 있을 한나라당의 날치기 처리 명분을 만들어줬다"며  "한나라당은 앞으로 백일의 시간만 보내면 6월 국회에서 표결처리를 강행할 명분을 얻었다. 시한에 쫓기는 사회적 합의기구가 100일을 보낸 뒤 닥칠 재앙을 떠올리면 끔찍하다.  언론노조는 오늘 합의를 거부하고 언론악법을 폐기할 때까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행동도  3월3일 '언론관련법, '표결처리'가 아닌 '사회적 합의'만이 정답이다!'라는 성명에서 "여야는 고작 100일 동안 사회적 '합의'도 아닌 '자문'기구에서 논의한 후 '표결처리'한다고 합의했다"며 "이런 식의 '사회적 논의기구'는 유명무실한 들러리용 기구에 불과하다. 한나라당은 100일 동안 시간만 질질 끌다가 논의결과와 무관하게 언론악법을 원안 그대로 날치기할 게 뻔하다"고 질타하였다.

 

이어 "여야 합의로 모든 게 끝났다고 판단한다면 오산이다. 우리는 기만적인 여야 합의와 관계없이 언론악법을 비롯한 모든 'MB악법'들이 폐기될 때까지 시민, 네티즌들과 함께 투쟁할 것이다. 우리의 투쟁은 '언론악법' 저지를 넘어 민주주의와 민생을 파괴하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 조중동 심판으로 나아갈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하였다.

 

 

3월2일 합의안이 나온 후 민주당 당사를 점거한 촛불연속회의도 3월3일, '민주당은 국민의 편에 서서 총력투쟁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내고 "3월 1일부터 2일에 걸쳐 미디어 악법을 놓고 일어난 여야 간의 충돌 및 합의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언론장악 기도가 얼마나 야비하고 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하였다. 더불어 그에 맞서 싸운 민주당의 대처가 얼마나 유약하고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도 분명히 보여주었다"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질타하였다.

 

이어 "지금까지 벌어진 사태에 대해 민주당이 철저히 반성하고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대해 더욱 엄중한 각오로, 보다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임할 것을 촉구한다"며 "미디어법 폐기, 의원직 총사퇴, 2월27일 합의한 집시법 책임지고 사과, 경제적 위기 핑계 중단, 정치권 내 합의 틀  타파 등 5가지 사항들을 강력히 요구하였다.

 

 

이런 가운데 어느 민주당 보좌진이 블러그에 서글픈 독백을 올려 놓았다. 

 

다음은 민주당 보좌진의  "서글프다, 민주당 보좌진! 조중동 천하 100일을 앞두고..."의 전문이다.

 

                     '서글프다, 민주당 보좌진! 조중동 천하 100일을 앞두고...'

 

봄을 재촉하는 봄비가 내립니다.

'억만년의 힘'으로 새싹을 틔워내는 저 두려운 봄의 기운, 희망의 기운이 씁쓸하기 짝이 없고, 괜히 부아가 치밀어서 여전히 맘이 가라앉지 않습니다.

 

총만 들지 않았다 뿐이지, 계엄군처럼 국회의사당을 봉쇄한 경찰들을 뚫고 두 번, 세 번 담치기를 해서 의사당에 진입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벌써부터 곳곳에서 빗발치는 언론노조와 아고리언들의 비난이 몹시 아픕니다. 그리고 서글프기도 합니다. 하지만 진짜 가슴이 아픈 것은 민주당 소속의 보좌관의 한 명으로서 느끼는 무기력함과 그 무기력함이 만들어내는 자괴감입니다.

 

민주당으로서는 굴욕적인 협상 타결이라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속어로 '개무시'를 당한 거지요.

 

그러나 고백하건대, 국회의장이 중재를 하고 야당과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 의장까지 서명을 했던 3월 2일 새벽 1시경의 '가합의'는 부족하나마 소수 야당이 얻어낼 수 있는 작은 승리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최대 쟁점인 언론관련법을 '4개월간 논의를 하고, (시한을 못 박지 않고) 국회법에 따라 처리한다'는 안은 괜찮다고 생각을 한 것입니다. 문방위 회의실을 점거하고 농성을 했던 문방위 보좌진들은 새벽 2시 30분에 자축하는 술자리도 가졌습니다.

 

그러나 국회의장이 직접 중재를 했고,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을 비롯한 자유선진당, 창조한국당이 함께 서명한 합의를 쉽게 뒤집지 못하리라고 생각한 우리가 순진했습니다. 졸린 눈을 부비며 출근했더니 국회의장은 한나라당 최고위원들과 회의 중이라 하고, 박근혜 의원은 이번엔 야당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는 겁니다. 그리고 국회의사당은 외부에서 들어온 경찰들로 겹겹이 포위되어 있었습니다. 몇 시간 전의 합의는 온데간데없고 인터넷 언론은 "한나라당이 많이 양보했으니, 야당이 양보해서 언론법 개정의 시한을 명시해야 한다"는 박근혜 의원의 한마디로 시끌벅적했습니다. 상황은 급반전됐고, 1시간의 사투 끝에 경찰을 뚫고 의사당에 들어갔을 때 들린 소식은 극적으로 타결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리에 맥이 풀렸습니다.

 

국회의장은 4시 직권상정을 예정하며 협박하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사당 로텐더를 점령했고, 국회의사당은 경찰이 둘러싸고, "국민을 위한 법이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고 일갈했던 박근혜 의원까지 가세했으니 민주당 지도부는 사면초가신세였을 겁니다. 한쪽에서는 술 먹고 집에 가다 퍽치기 당했다고 하고, 한쪽에서는 박근혜 한마디로 정국이 이렇게 돌아간다니 민주당이 '친박연대'가 됐다는 비아냥도 나왔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민주당으로선 굴욕적인 협상 타결입니다. 이견의 여지가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민주당 지도부가 사면초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정도였던 거 같습니다. 하나는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의원 총사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애초의 합의안을 사수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두 가지 방안 모두 '극단의 선택'인데 현재 민주당의 결의 수준으론 어려운 일입니다. 그 결의 수준이 되지 않는 한 민주당은 계속해서 굴욕적인 선택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서글프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런 방안 이외에 더 좋은 방안을 생각해내지 못하는 것이 민주당의 현실이고, 좋은 방안이 있다 하더라도 실천할 수 있는 뒷받침이 안 되는 것이 민주당의 현실입니다.

 

문제는 민주당이 배수진을 쳤다고 했을 때 한나라당과 국회의장(저는 한나라당과 국회의장을 나누어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는 이명박 대통령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한 다는 점에서 아무 차이가 없습니다)이 직권상정을 통해 자신들의 안(案)대로 법안을 통과시켰을까? 하는 점인데, 저는 강행 했을 거라는데 더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파국이 왔겠지요. 민주당은 거리로 나가는 수밖에 없고, 한나라당은 조중동 등과 연대하여 사태를 호도하고, '용산참사'를 '강호순 참사'로 덮으려 했듯이 또 다른 사기극을 준비했겠지요.

 

그러나 제가 보기에 진정한 파국은 '언론법'이 지금의 한나라당의 안대로 통과된 후에 일어납니다.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거창하게 말해 대한민국 역사의 파국은 그 법이 통과됐을 때 일어납니다. 언론법이 한나라당 안대로 통과되면, 보도채널이나 종합편성PP는 내년이라도 신규로 문을 열수 있습니다. 내년부터 늦어도 내후년이면 조중동 중 적어도 2곳은 방송에 진출해있을 것이고, MBC와 KBS 2TV, 심지어 SBS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KBS가 KBS 내부에서 '이차장'이라고 불리는 이병순 사장으로, 단지 사장 한 명 바뀌었을 뿐인데 '제야의 종' 방송 같은 엉터리 왜곡 방송을 하듯이 방송국의 지배구조에 변화가 오면 이제 우리는 정파를 떠나 '권력'을 비판하는 방송, '소외된 자', '경쟁에서 낙오된 자'를 비추는 방송을 볼 수 없을 겁니다. 그야말로 조중동 천하의 종신권력이 오게 된다면 그 보다 더 큰 파국이 없겠지요.

 

저는 지금 민주당이나 민주당 지도부를 옹호하고 싶은 맘이 전혀 없습니다.

배수의 진을 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실행 계획 없이 2월 국회를 맞이한 그들, 수차례의 의원총회를 거치면서 무슨 제대로 된 투쟁 방안 없던 그들이 참 민망하기도 합니다. 이제 민주당보좌진협의회는 거의 '양치기 소년'이 된 상태입니다. '긴급 민주당 보좌진 집결 요망'이란 문자를 농성하는 와중에 하루에도 6-7번 가까이 받았지만 제대로 된 지침을 단 한차례도 받은 적이 없습니다. 민보협에서 모이라는 메시지가 오면 실소가 먼저 나오는 지경까지 왔습니다.

 

저는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또 공유하고 싶습니다.

'군대'를 동원하지 않았다 뿐이지 '쿠테타'에 성공한 모든 공권력을 동원할 수 있는 이명박 정부를 소수당인 민주당과 민노당이 막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생각 자체가 언감생심입니다. 민주당은 다만 100일간의 시간을 벌어 줬을 뿐입니다. 그 이상의 기대는 잠시 접어둡시다.

 

100일 후, 최대의 파국, 역사의 파국, 대한민국의 파국을 막을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싶습니다. 쉬운 이야기지만 '연대'해야 합니다. 철학이 다르고 출신 성분이 다른 민주당과 장기적으로 연대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나중에 또 길이 달라지면 '민주당'을 버려야겠지요. 그러나 지금은 큰 정세 속의 국면이 '입법'을 중심으로 진행되니 100일 후 싸움에서 민주당이 또 100일의 시간이라도 벌 수 있도록 죽비로 내려쳐달라는 말입니다. 당원들도 그냥 앉아 있지 마시고, 원외 지구당 위원장들도 숨죽이지 마시고 당 내부에서 변화가 먼저 일어날 수 있도록 움직여야 합니다. 정국의 심각성, 민주당 내부의 심각성을 느끼고 서로 알려야합니다.

 

그러면서 연대의 틀을 넓혀 나가야 합니다. 올 6월 10일도 작년 6월 10일처럼 10만의 촛불이 이명박을 청와대 뒷산으로 밀어 올려 사과하는 척이라도 하게 만들어야 한나라당 원안대로 언론관련법이 통과되지 않습니다. 방법은 그것뿐입니다.

 

조중동 천하의 종신집권이 100일 남았을 뿐입니다.

 

                                                      2009. 3. 3

                                                        엉클 조


태그:#입법전쟁시즌2, #사회적논의기구, #미디어악법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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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운영위원장,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가짜뉴스체크센터 상임공동대표, 5.18영화제 집행위원장이며, NCCK언론위원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방송통신위원회 보편적시청권확대보장위원, 한신대 외래교수,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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