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3월 3일 기자회견에서 시민대책위가 김문수 도지사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3월 3일 기자회견에서 시민대책위가 김문수 도지사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 정연경

관련사진보기


지난 7년 동안 골프장 건설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수많은 논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3월2일 오전8시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는 긴급하게 미산골프장에 대한 재심의를 개최했고, 그결과 미산골프장 건설계획을 부결했다. 2월27일 현장 확인을 한 결과 사업자가 제출한 산림(입목축적)조사보고서가 허위로 작성된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1월16일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조건부 승인을 한 이후 46일 만이다.

미산골프장 예정 부지에 대한 입목축적조사서는 지난 2년 동안 엉터리 조사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지금까지 제출된 조사보고서만 2006년 12월, 2007년4월, 5월, 2008년 6월 네 번에 걸쳐 제출되었다. 현장 확인 결과, 법에서 정한 표준지 면적 규정 400㎡를 지키지 않았으며, 조사대상지도 아닌 목장 부지를 조사대상지에 포함시켜 전체 입목축적을 낮게 나오도록 했다. 경기도의 주장과는 달리 격자형으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도 확인하였다. 2년 여 간의 논쟁이 단 세 시간 동안의 현장조사로 끝을 맺은 셈이다.

2년 동안 "미산골프장 저지 및 생명환경보전을 위한 시민대책위"는 미산골프장 입목축적조사서의 문제점에 대해 입이 닳도록 제기했다. 하지만, 경기도의 답변은 언제나 "문제없다"였다. 김문수 도지사는 오히려 "정의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냐?"고 항변했다. 모든 것을 적법하게 합리적으로 처리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경기도는 사실이 밝혀질 때까지 한 번의 현장 확인도 없이 모든 논쟁과 의혹을 무시하고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까지 마쳤던 셈이다.

경기도에서 진행한 골프 행정이 분명 문제가 있었다고 밝혀졌지만, 경기도에서 책임을 지겠다고 하는 이는 하나도 없다. 경기도는 안성시 공무원이 전북산림조합에 보낸 허위공문이 미산골프장 문제의 전부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그동안 미산골프장 입목축적조사서 논란을 두고 벌인 사회 비용은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가.

사실, 미산골프장 문제는 엉터리 입목축적조사서만이 아니다. 사전환경성검토서에는 녹지자연도 8등급 지역이 없는 것으로 나온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조사한 결과 8등급지가 세 곳이나 나왔다.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도 다수 발견되었다. 황조롱이, 흰목물떼새, 꼬마잠자리, 맹꽁이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1991년 집중호우 때 산사태로 2명이 사망했던 곳으로 산사태 위험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역이지만 '사전재해영향검토서'에는 모두 누락되었다. 입목축적조사서가 엉터리인데 다른 조사는 제대로 되었겠는가.

1월14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경기도청 앞 천막농성이 3월4일이면 50일을 맞이한다.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부결결정을 하였지만, 시민대책위는 천막농성을 바로 멈출 수가 없다. 경기도는 사업자가 제대로 절차를 밟아서 다시 골프장 사업을 다시 심의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간벌 뒤 5년이 지나면 입목축적조사 대상에서 빠지도록 되어있어 입목축적(나무밀도)가 현저히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진상조사와 경기도지사의 사과가 없다면 미산골프장은 또 다른 갈등의 불씨를 여전히 안고 있는 셈이다.

미산골프장은 제대로 된 진상조사와 반성 없이 역사는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음을 보여주는 우리시대의 자화상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환경소송센터 홈페이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골프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