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일 오후 여야 대표의 극적 타결을 거쳐 3개 원내교섭단체 대표들이 서명한 쟁점법안 처리와 관련, '교섭단체 합의안'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국회에선 다시 몸싸움과 파행이 벌어졌다.

 

[정무위] 김영선 위원장, 경매현장 방불케 한 강행 처리

 

한나라당은 3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를 위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금산분리 완화를 위한 은행법 ▲한국정책금융공사법 등 3개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전날 교섭단체 합의안은 "경제 관련법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여·야·정 협의를 거쳐 수정할 것은 수정해 처리한다. 단, 금융지주회사법, 산업은행법은 4월 국회에서 처리한다. 주공·토공 통합법은 4월 첫 주에 처리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정무위 소관 5개 쟁점법안 중에서 4월 처리로 유보한 두 법안을 제외한 3개 법안 처리와 관련, 여야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법안의 상정 및 표결 처리에 나섰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강력히 저지했지만, 한나라당 소속 김영선 정무위원장은 회의 진행을 강행했으며 결국 과반 의석을 가진 한나라당의 찬성으로 이들 법안은 통과됐다.

 

그 과정에서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위원장석 점거를 시도하는 등 야당 의원들이 회의 진행을 거세게 저지해 의원들 간에 충돌이 빚어졌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여야 간사간 합의가 안 된 상황에서 김영선 의원이 강행처리한 것"이라며 거칠게 항의했다.

 

그러나 김영선 위원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에 둘러싸인 채 마치 농수산시장 경매현장을 방불케 하는 현란한 말솜씨로 세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했다.

 

"자, 표결하겠습니다. 찬성 손 드세요. 반대 있으면 반대 손 드세요. 자, 반대 두 분. 그러면 통과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땅! 땅! 땅! 산회를 선포합니다."

 

[문방위] 고흥길 위원장의 유감 표명 놓고 재설전

 

비슷한 시각 국회 파행의 진원지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설전과 파행이 빚어졌다.

 

"이런 날치기꾼을 어떻게 인정하나, 이제 고 의원으로 부르겠다." (이종걸 의원)

"조심해, 계속 그렇게 하면 위원장 모독죄를 적용하겠다." (고흥길 위원장)

 

고흥길 국회 문방위원장이 지난달 25일 미디어관련법을 기습 상정한 것을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3일 오전 회의에서 충돌했다.

 

민주당 문방위의 전병헌·이종걸·천정배·변재일·조영택·최문순·장세환 의원은 회의 시작에 앞서 이미 고 위원장이 '기습상정' 이후 첫 회의를 주재하도록 방관하지 않겠다고 뜻을 모은 상태였다. 전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방송법 등을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여론수렴을 거친 후 6월 임시국회에서 표결 처리한다'고 합의한 것에 대한 불만도 컸다.

 

회의장에 먼저 들어선 이들은 회의안건으로 게시된 내용을 보고 다시 한 번 격분했다. 저작권법과 관련해 민주당의 변재일안은 빠진 채 한나라당의 강승규안만 올라가 있었던 것이다. 민주당은 물론 선진과창조모임 소속인 이용경 의원도 "간사협의도 없이 안건을 정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10시 20분경 이종걸 의원이 위원장석에 앉자마자 김효재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그를 끌어내버렸다. 위원장석을 중심으로 거친 몸싸움과 고성이 시작됐다. 장세환 의원은 "위원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소리쳤고, 천정배 의원도 "다 위원장실로 가서 오늘 회의를 어떻게 할 것인지부터 얘기하자"고 말했다.

 

"한번 해볼까"... "너 나와"

 

이종걸 의원과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은 위원장석 뒷벽에서 서로 멱살을 잡고 "한번 해볼까", "놈이라니, 이종걸 너 나와"라며 육박전 직전 상황까지 가기도 했다.

 

고 위원장을 감싸고 있던 김효재, 진성호 의원이 "앉아서 이야기하자"며 무마했으나, 민주당 의원들은 "전문 날치기꾼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고 위원장은 "사진 다 찍었으니 이제 그만하라"고 민주당 의원들을 비꼬기도 했다.

 

대치하고 있던 중에 이종걸 의원이 고 위원장에게 "도대체 어디서 볼 수도 없는 날치기를 했다. 이제부터는 고 의원이라고 부르겠다"고 하자, 김효재 의원이 "그러니(어디서 볼 수 없는 날치기를 했으니) 날치기가 아니다"라고 말해 고 위원장과 진 의원, 장세환 의원 등이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10시 50분경 개회를 선언한 고 위원장은 곧바로 정회를 선언했다가 11시 40분쯤 다시 개회했다.

 

그는 "미디어법 상임위 직권상정으로 인해 문방위가 점거됐던 부분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직권상정은 상임위의 원칙적 운영과 합의정신을 존중하는 국회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위원장으로서 이런 상황이 다시는 발생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유감 표명'을 놓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다시 설전을 벌였다. 고함을 쳐서 간신히 의사진행 발언권을 얻은 이종걸 의원은 고 위원장을 겨냥해 "노년의 나이에 뭘 얻으려고 그랬는지, 위원장의 지위가 격상되고 공로자가 됐는지는 모르겠으나 불법 속임수 날치기 시도는 인정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은 "(위원장이) 유감을 표명한 것 자체가 유감"이라면서, 이 의원의 '노년의 나이' 발언에 대해 "노인 폄훼 발언에 대해 이종걸 의원은 위원장에게 사과하고 속기록 삭제를 요구하라"고 반박했다.

 

설전이 간신히 정리된 뒤 문방위는 저작권법 논의에 들어갔다.

 

이날 상황을 보면서 문방위의 한 관계자는 "문방위가 앞으로 (사회적 논의기구가 활동할)

100일 동안 이렇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태그:#고흥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