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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밖이 시끄럽습니다. 아래 반지하에 사는 할머니가 큰소리를 낼만한 일이 뭔가 싶어서 옥상으로 올라가 내려다 보니 할머니는 안에서 계속 따지듯이 뭐라고 하고, 밖에서는 아주머니 두 명이 미안하다는 듯 돌아서서 바로 윗층 계단으로 올라오는 것을 보고는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할머니가 큰소리를 쳤던 이유도 알게 되었고요.

 

'띵동 띵동'

 

문을 열어주자 미소를 지으면서 종이를 건네주는 것을 받아들면서 준비했던 말을 한마디 했습니다.

 

'죄송합니다만 저희는 교회를 나가지(믿지) 않습니다. 휴일날 쉬는 것에 방해되니 앞으로는 방문하지 말아주세요. 오실 때마다 다른 분들인데 교회에 가시면 꼭 말씀 좀 해주세요.

매주 오시니까 너무 괴롭네요.'

'네, 저희도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너무 좋은말씀을 전해드리고자...'

 

어제(일요일)만 해도 두 번이나 같은 경우가 있었습니다. 거의 매주 일요일마다 겪는 일입니다. 인터폰에 대고 밖에서 말하는 소리가 안에서는 잘 들리지 않아 벨소리가 나면 문을 열어줘야만 하기에 언젠가는 피곤함 때문에 낮잠을 자려고 일부러 인터폰 전원코드를 빼논 적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깨어 나가보니 역시나 교회에서 나온 사람들이었습니다. 항상 그렇듯이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좋은말씀을 전하러 왔다고 하는데 면전에 대고 화를 낼 수도 없고 정말 괴롭습니다.

 

 

나는 특정종교를 믿거나 배척하지 않습니다만 이런 경우를 자주 당하다 보니 진저리가 납니다. 주변에 교회들이 많은 탓도 있겠지만 무작정 들이닥치는 경우는 아주 불쾌하다는 것을 그들은 모르는 것일까요.

 

토요일 수업이 있는 날 초등학교 앞에서는 교회에서 사탕으로 아이들을 불러 모으기도 합니다. 큰아이가 학교에 입학했을 때 일입니다. 1학년이라서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데리고 오는데 어느 날은 있어야 할 자리에 아이가 없었습니다. 수업은 끝났고 교실에도 없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가족들이 학교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아이를 찾은 곳은 인근의 한 교회였습니다. 솜사탕을 준다는 말에 아이는 교회까지 따라갔고 교회에 오면 친구들도 많고 먹을것도 준다고 했답니다. 또 한 번은 같은 반 친구집에서 놀고 온다고 하기에 보내줬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아이는 맛있는 것도 먹고 잘 놀다 왔다면서 물었습니다.

 

'아빠 그런데 이상하더라. 친구 엄마가 나를 낳아준 것은 엄마, 아빠가 아니라 하느님이라고 하는데 그게 정말이야?'

 

당장에 달려가서 성질을 부리고 싶을 만큼 화가 났습니다. 그후로도 아이는 교회들의 전도에 끌려 서너번 교회에 따라간 것 같은데 아이가 관심 있었던 것은 교회가 원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 단순한 호기심과 사탕이었을 겁니다.

 

오늘(월)은 작은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날입니다. 입학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는데 근처 학교도 입학을 하느라 교문 앞이 혼잡스럽습니다. 각종 학원과 학습지에서 광고를 하러 나오고 한편에는 테이블에 커피를 준비한 교회사람들도 보입니다. 아이가 다닐 학교 앞도 똑같은 풍경이고 입학식이 시작되는 학교 안이 더 조용합니다.

 

입학식 행사를 지켜보는 학부모들 사이로 누군가 커피잔을 내밀고 다니는데 교회 사람들입니다. 커피를 받는 사람들보다 사양하는 사람들이 많고 누군가는 핀잔을 주기도 합니다. 커피를 받아든 사람에게는 교회 자랑을 하는데 커피잔을 받아든 사람은 머쓱해 합니다.

 

'저희 00교회의 목사님은 TV에도 나오시고 유명합니다. 교회에 나오시면...'

 

종교선택의 자유가 있는 만큼 전도 방식을 좀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요? 차라리 중국집의 광고 전단지처럼 문앞에 조용히 붙여놓고 가면 정말 좋겠습니다.


태그:#교회, #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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