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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수다로 풀자!

 

학창시절 제일 곤혹스러웠던 때를 들라면 첫 째는 성적표 나오는 날이고, 그 다음은 아마도 일기장 검사나 글짓기 시간쯤이 아니었을까?  개인적인 경험을 예로 들자면 '국군장병 아저씨께'로 시작되는 위문편지를 쓰라거나 생뚱맞은 제목 하나 내놓고 시간 내에 글을 지어내라던 시간이 얼마나 곤혹스러웠던지 성인이 되면서 도무지 자발적인 글쓰기 의욕을 지니지 못했다.  그렇게 학창 시절 강제로 써야 했던 일기나 위문편지, 강요된 글짓기 시간 등이  '글쓰기는 힘들고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굳혀 글쓰기를 기피하게 만든 것이다.

 

<청소년을 위한 자유로운 글쓰기>는  유쾌하고 솔직한 서른 세 개의 글쓰기 핵심 전략이 들어 있다. 이 책은 글쓰기가 갖는 무거움을 단번에 날려 보낸다.  현직 교사인 저자는 솔직한 자기표현과 일상성이 가장 단단한 글쓰기  토대가 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잘 다듬어진 유려한 문체, 논리가 정연한 글보다 진실이 담긴 어설픈 한 마디나 한 줄 글이 주는 감동이나 여운이 훨씬 더 크다는 진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시험

        이준영(장위중 2)

 

미쳐버려  

미쳐버려

시험때매

미쳐버려

존나맞아

존나맞아

시험때매

존나맞아

지겨워라

지겨워라

시험때매

지겨워라

대빵혼나

대빵혼나

시험때매

대빵혼나

 

저 시는 책의 첫 장 '문학은 즐겁고 유쾌한 수다덜기'에 실려 있는 학생의 시다. 아디시피 저자 김주환은 현직 국어교사다. 그래서 책갈피마다 학생들의 글들을  풍성하게 실었다.  사실 장마다 실려 있는 학생들의 글은 대부분 요즘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수다의 수준을 넘지 않는다. 그런데 의외로 재미있게 술술 읽힐 뿐 아니라 나름대로 메시지 전달의 기능을 잃지 않는다. 아이들은 나름대로 글쓰기의 정수를 이론이 아닌 실체로 이미 터득하고 있다는 증거다.

 

의식하지 못하지만 누구나 소통의 방식으로서의 글쓰기는  일상 속에서 이미 하고 있다. 이메일이 그렇고 메신저를 통한 짧은 글들이 그것이며 남의 글을 읽고 다는 댓글이 그런 것이다. 말과 글의 최대 기능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상대방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일 것이다.

 

그런 의미로 보자면 기성세대가 고집하는 글쓰기의 형태나 언어전달 방식은 청소년들에게 이미 너무 고루한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생각을 좀 더 잘 드러내려면 주제를 분명히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은 꼭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열심히 글을 쓰고 고쳐야 하는 이유다.

 

이 책은 그런 모든 소통 방식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규칙들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준다. 모통에 해당하는 커다란 줄기를 짚어 주는 셈이다. 현직 국어교사인 저자가 자신이 직접 경험한 청소년들의 소통 방식을  곳곳에서 실제로 보여주기에 더 친근하다.  이 책은 적어도 많은  청소년들이 글쓰기에 갖는  막연한 부담감을 덜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하나의 미덕을 갖춘 셈이다.  아마도 책의 마지막 장을 읽고 나면 책의 겉장에 씌어진 말처럼  누구나 수다 떨 듯 가볍게 글쓰기에 도전하고 싶어 질 것이다.

 

 "쫄지마, 글쓰기는 유쾌한 수다 떨기야!"

덧붙이는 글 | <지유로운 글쓰기>는 현직 교사인 김주환 선생님이 지었고 양철북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자유로운 글쓰기 33 - 쫄지마, 글쓰기는 유쾌한 수다 떨기야!

김주환 지음, 양철북(2009)


태그:#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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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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