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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출범 1주년이 며칠 전 지났다. 그간 언론들은 MB정부를 소통 없는 정부로 표현해 왔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촛불집회 등 국민과의 소통단절로 인한 문제점이 여느 정부보다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최근 이런 소통 부재의 정부가 국민과 소통을 위해 블로그를 개설하고 컨텐츠를 생산할 부처 블로그 기자단을 만드는 등 블로거들과 소통을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블로그는 일반 블로거들의 블로그와는 전혀 달랐다. 우리가 흔히 블로그라고 하면 한 명 또는 다수의 블로거가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리고 자신들끼리 댓글이 달리면 반응하며 의사를 소통하는 공간으로 알고 있고 그런 양방향 소통이 홈페이지와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현재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부처 블로그에는 민간인(?) 블로거 대신 정부 대변인이나 기관과 관련한 전문가만 있다. 실제 순수 블로거의 활동은 전무하다. 일부 정부 블로거 기자단이 콘텐츠를 생산하긴 하지만 그 활동은 극히 미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 정부 블로그는 자체 생산한 콘텐츠 대신 산하기관 자료나 민간 홍보자료 또는 정부 보도자료를 그대로 포스팅 해 놓고 부처 대표 블로그라며 운영하고 있었다.

 

블로그를 소통의 창구가 아닌 단지 홍보를 위해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기관지·보도자료 그대로 베끼기

 

각 분야의 전문가가 블로그를 만들면 그 블로그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좋다. 다양한 정보에 전문성까지 더해지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콘텐츠가 생산되고 이것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효과를 내는 것이다.

 

몇몇 정부 블로그도 산출 방문자로만 따진다면 블로그 상위에 랭크되어 있다. 하지만 단지 방문자만으로 상위에 랭크된 블로그가 인기 블로그라고 할 수 있을까?

 

조회수가 많고 방문자가 많다고 분명 유용하고 소통이 잘 되는 블로그는 아닐 것이다. 조회수는 얼마든지 늘릴 수 있고 방문자도 얼마든지 '낚시질'이 가능하기 때문에 조회수 보다 댓글이나 트랙백 등 소통이 얼마나 잘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옳다.

 

첫째 지금껏 운영되어 온 개인 블로그와 달리 개인과 개인의 소통이 아닌 정부의 일방적 홍보가 가장 큰 문제점이다.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끼거나 부처 기관이 이미 출고했던 기사를 토씨 하나 고치지 않고 제목만 살짝 바꾸어 포스팅하는 등 중복 게시물이 많다 것이 가장 큰 원인이 있다.

 

또 보도자료를 사실 확인 없이 그대로 게시하다 보니 전문가들이 정부 블로그 게시물에 대해 지적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 블로그인 '따스아리'에 올라온 게시물을 현직 의사가 잘못된 정보라며 지적한 경우도 있다. 이 의사는 "(따스아리에 올라온) 잘못된 정보에 대해 그 동안 댓글 등으로 지적했지만 반응이 없었다"며 타 사이트에 따스아리 블로그에 게제된 내용에 대해 지적했다. 하지만 따스아리에는 아직 의사가 오류라며 주장했던 내용의 게시물이 아직 그대로다.

 

둘째 '소통'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타 기관에서 노출됐던 부처 기관지 자료를 그대로 포스팅 해 놓으니 입맛 까다로운 블로거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고, 가끔 관심을 가지고 게시물에 댓글을 다는 블로거들을 무관심으로 방치하고 있는 것도 정부 블로그의 특징이다.

 

블로그는 단지 지면에 실리지 못했던 보도자료를 내 뱉는 장소에 불과한 것처럼 보인다. 또 노동부 블로그인 '손에 잡히는 혁신'은 2007년 9월 이후 게시물이 없이 방치되어 있다.

 

블로그 기자단 뽑아 놓고 '나 몰라라'

 

최근 정부 부처는 너나 할 것 없이 블로그 운영을 위해 블로그 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 부처의 블로그에 포스팅 할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서지만 실제 기자단이 포스팅하는 콘텐츠는 소수에 불과하다. 인원은 십여명 이상이지만 실제 블로그에 게시 할 수 있는 수준의 기사가 적기 때문이다.

 

뽑아 놓은 블로그 기자단에 대한 관리도 허술한 것으로 보인다.

 

2008년 모 정부 부처의 블로거 기자로 활동했던 이아무개(25)양은 블로거 기자단으로 10여개월 활동했지만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부처가 합병되면서 자신이 속해 있던 부처 블로그가 순식간에 없어졌다고 했다.

 

이양은 "그 전까지만 해도 잘 활동하던 블로그가 부처 합병되면서 없어졌어요"라며 "블로거 활동을 마치면 받기로 되어 있던 위촉장도 받지 못했어요"라고 말했다. 이양은 블로그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연락을 줄테니 기다려라"는 말뿐 아직도 수료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결국 소통이 가장 중요시되는 블로그마저 정부기관은 그것을 홍보의 도구로만 생각하고 있다. 정부 블로그라면 방문자 수보다 다양하고 질 높은 콘텐츠 생산과 그로 인한 국민과의 소통을 먼저 생각해야 하지만 지금 정부 블로그는 방문자수만을 블로그 운영의 최대 목적으로 삶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태그:#정부 블로그, #MB정부 1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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