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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08년 9월3일 이구아나 공원

7시면 늦은 아침도 아니지만 그보다는 옆방의 교성소리에 우리는 잠을 깼다.
이곳 건물들이 오래전에 지어져서 그런지 거의 방음이 안되는데 지금껏 여행지 다니면서 아마 이전 이후로도 없을 가장 생생한 방송을 본의 아니게 경청하게 되었다.

아침을 부러 찾아먹을 맘이 없다 했더니 동행자는 여행중에는 악착같이 먹어야한다면서 혼자 나갔다 들어온다.
짐을 가지고 다닐까 여기에 놔둘까 하다 별로 무거운 것도 없고 정처 없이 걷다보면 어찌될지 몰라 모두 챙겨 나왔는데 잘 한 것 같다.
한국의 여름과 같은 고온다습함이 우리가 항구도시에 와있다는 것을 실감하겠다.

이구아나 공원 별칭으로 더 유명한 Seminario(세미나리오) 공원은 동물원보다 훨씬 더 많은 이구아나를 볼 수 있었다.

이구아나들의 쉼터인 이구아나 공원.
 이구아나들의 쉼터인 이구아나 공원.
ⓒ 박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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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종만 있는 것은 아니고 산보 나온 사람들이 주는 먹이에 익숙해져 어김없이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잡고 텃세를 부리는 비들기들은 물론 다람쥐와 오인할 청설모도 보인다.
잔뜩 가슴을 부풀린 수컷이 암컷 앞에서 환심을 사려고 온갖 시도를 하지만 구애를 받는 쪽은 별로 관심이 없어 열심히 땅바닥 모이만 쪼는 것이 재미있어 한참을 지켜보았다.
여기도 어김없이 대성당(Catedral: 까떼드랄)과 독립영웅 볼리바르 동상등 남미에서 볼 수 있는 제대로 갖춰진 공원의 제반 형식을 다 취하고 있다.
대성당은 카톨릭 교도가 많은 라틴 어느 도시에서든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대성당은 카톨릭 교도가 많은 라틴 어느 도시에서든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 박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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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걸어 볼 가치가 있는 말레꼰 강변공원

사람들에게 물어 강가쪽으로 조금 다가가 연하여 잘 정비된 공원 산책로를 걷다보니 이곳이 정말 남미의 도시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변공원은 제대로 꾸며져있다.

남미 독립을 꿈꾸던 베네수엘라 시몬 볼리바르, 남쪽 아르헨티나에서 스페인군을 격파하고 올라오던 호세 산 마르틴 장군이 만나 밀담을 나눈 역사적인 도시 과야킬에 기념비가 서있다고 하는데 어렵지 않게 그 조각상도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이 나눈 대화를 알 수 없지만 그 회동 후 산마르틴이 단계적으로 활동을 접고 유럽으로 망명의 길을 떠난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래서 일본 문화인류학자 마스다 요시오는 그의 저서 <이야기 라틴아메리카사>에서 이 두사람의 조각상도 그런 연유인지 우울하게 보인다고 했는데 하필 날씨마저 흐려 사진에 잡힌 그들의 모습은 저자의 서술에 크게 어긋나 보이지 않는다.
남미 독립의 두영웅인 시몬 볼리바르와 호세 산 마르띤 장군의 회동을 기념한 조각.
 남미 독립의 두영웅인 시몬 볼리바르와 호세 산 마르띤 장군의 회동을 기념한 조각.
ⓒ 박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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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시 당국이 이 공원에 애정을 기울이고 관리 하는지는 곳곳에서 만난 청소부들의 빈도에서도 확인된다.
강가를 따라 간간이 보이는 전망대나 아이스크림 판매대와 학생들이 단체로 방문해도 좋은 견학시설물들-도서관, 극장등등-이 늘어선 강변로에서 어제 터미널처럼 깨끗한 무료 화장실을 이용하다보니 비록 한쪽만을 보고 판단하는 것 같으나 환경친화적인 도시정책을 시행하는 이곳 행정당국의 세심함에 진심으로 박수를 쳐 주고 싶다.

한때는 수탈의 도구로 이용되었을 기차도  화려히 덧입혀진 색깔때문인지 우중충한 질곡의 잔재는 보이지 않고 공원의 멋스런 소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 남미는 전반적으로 버스에 밀려 모든 철도가 사양산업에 속한다. 에콰돌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지붕위로 올라갈 수 관광열차가 운행중이다.
 현재 남미는 전반적으로 버스에 밀려 모든 철도가 사양산업에 속한다. 에콰돌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지붕위로 올라갈 수 관광열차가 운행중이다.
ⓒ 박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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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데 군데 강변공원에는 전망대를 설치하였다.
 군데 군데 강변공원에는 전망대를 설치하였다.
ⓒ 박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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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빈민촌을 예술인 마을로 바꾼 정책의 힘

길을 따라 둘이서 걷다보니 어느새 우리는 Las Penas (라스 뻬냐스)지구까지 오르게 되었다.
식민지 시대 흔적이 남아 있는 이곳에 이르러 비교해보니 말레꼰 공원이 강변을 현대적으로 꾸미고 가꾼 결과라면 이곳은 구 시가지가 원래 가지고 있던  위험하고 지저분한 빈민촌 이미지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가꿔 예술마을로 거듭났다고 할까.
색색으로 단장된 집에는 과거 건물의 모습을 비교할 사진들이 빛바랜 상태로 몇군데 걸려있는데 사진상으로 비교해보면 이렇게 탈바꿈 하였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지저분한 빈민촌을 완벽하게 탈바꿈 시켜 전망좋고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들었다.
▲ 예술인 마을 지저분한 빈민촌을 완벽하게 탈바꿈 시켜 전망좋고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들었다.
ⓒ 박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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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역사적인 보존가치가 있어서 이곳을 더 중점적으로 신경을 썼겠지만 부자마을에서나 볼 수 있는 경비들이 곳곳에 서있어 설령 여자 여행객이 혼자 골목을 들어서도 될 만큼 치안에 신뢰를 준다.
예술인 마을답게 갤러리와 기념품 가게들도 역시 빠지지 않고 눈에 띈다.
주말에는 페루 수도의 미라플로레스처럼 거리의 화가들이 몰려나와 자신의 작품을 파는 이들이 많다던데 평일이라 숫자가 새겨진 계단 앞에 간혹 몇몇 보이는 사람들만 조용히 기념품을 펼쳐놓았을 뿐이다.
자율적인 법규로 정해져 있는지 동양인 둘이 보이는데도 어느 누구도 호객행위를 하지 않는것도 의외이고.

저렇게 작아서 위력이 있을 까 싶은 대포들은 예전 해적퇴치를 위해서 큰 역할을 담당하였을 성 싶게 배치를 해놓았고 시내중 제일 높은 전망대에서 좌우로 쳐다보는 과야킬시의 전망도 예까지 발품팔아 올라온 보람을 느끼게 시야확보가 좋았다.
주민들과 관광객을 위한 박물관 공원까지 무료라고 하니 여러모로 마뜩하다.
아직 개발이 덜 된 반대편 지역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아까 걸어온 강변로와 다소 비교되기는 하지만.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에서 바라 본 왼쪽 과야낄 모습. 이쪽은 개발이 덜 되어 있다.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에서 바라 본 왼쪽 과야낄 모습. 이쪽은 개발이 덜 되어 있다.
ⓒ 박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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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꼰 강변공원을 내려다 본 모습으로 세련된 도시 풍경이 들어온다.
 말레꼰 강변공원을 내려다 본 모습으로 세련된 도시 풍경이 들어온다.
ⓒ 박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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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이 자유로이 입장할 수 있는 야외 박물관으로 군데군데 대포를 설치하고 해적 침입에 대비한 과거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관광객이 자유로이 입장할 수 있는 야외 박물관으로 군데군데 대포를 설치하고 해적 침입에 대비한 과거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 박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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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뻬냐 지구의 가장 높은 곳에는 작은 성당과 전망대가 놓여있다.
 라스뻬냐 지구의 가장 높은 곳에는 작은 성당과 전망대가 놓여있다.
ⓒ 박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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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역도시도 전에 두 번씩이나 들렀지만 시내에 직접 들어오기는 처음인데 두 곳을 중점적으로 보면서 정치인과 관료가 살아있으면 백성들을 얼마든지 구제할 수 있다는 것이 새삼 느껴진다.

공복의 뜻마저 모르고 군림하면서 항상 Para mi(빠라 미-For me)를 외쳐대는 무리가 많을 수록 남미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내지는 퇴행성 장애를 보이겠지만 진심으로 시민을 먼저 염두에 두고 Para ti(빠라 띠-For you)를 몸으로 실천하는 정책입안자들과 실행자들이 있다면 이 대륙의 변화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그리 기대된다.

문화의 레일 관계의 레일 Rail Art 박우물 http://blog.daum.net/railart


태그:#에콰돌 과야낄, #예술인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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