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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국회 외통위에서 열린 한·미방위비분담 협정에 관한 공청회에서 조병제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정부대표는 "우리 국민의 부담 증가를 억제하는 데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고 봄"이라고 했다. 

 

어찌보면 소박한(?) 자화자찬이다. 하지만 최근의 한미관계 흐름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외교통상부 전 북미국장의 말이라곤 믿어지지 않는다. 최근의 한미관계의 주요 현안들을 살펴보자. 주한미군과 관련한 한국 국민의 추가 부담규모는 어느 정도이며, 과연 외교협상팀은 우리 국민의 부담 증가를 억제했을까?

 

구멍가게만도 못한 한국 외교협상팀의 협상

 

 

먼저 방위비분담금 1조 1193억원이 미국 부담이었던 미군기지 이전사업에 전용된다. 거기에 더해 제8차 방위비분담금협정이 발효된다면 매년 7600억 이상의 방위비분담금 중 일부가 LPP 사업에 전용될 것이다. 그 비용의 규모는 현재까지는 외교협상팀 외에는 추측조차 할 수 없다. 아니 외교협상팀마저도 추측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2007년 6월까지만 해도 우리 정부는 "미 2사단 이전비용에 대한 구체적 자료가 없으며, 미 측에서 공개하지 않고 있어 한국 측의 비용 분담률을 산정할 수 없다"고 했었다(2007년 6월, 최재천 전 의원실 요구자료).

 

정부는 그동안 국회와 국민을 속였다. 진실이 드러난 지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부는 LPP로의 전용을 합의했던 2000년 등의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가한 박정은 참여연대 정책실장의 말이다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이 미군기지 이전비용으로 쓰인다는 사실을, 이를 한국 정부가 용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한미군 측이 자금을 축적하고 있다는 사실을 2008년 10월 이전까지 국회에 보고한 적이 없다. 실제 집행되지 않은 군사건설비를 집행한 것처럼 보고한 것에 대해 현재 정부는 미 측에 지불한 것 자체가 집행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국회와 국민에 대한 기망행위다. 일반 기업에서조차 상상할 수 없는 협상을 정부가 해 온 것이다."

 

반환미군기지 환경오염 치유비, 미국 부담→한국 부담

 

다음으로는 반환미군기지 환경오염 치유비용이다. 한·미 양측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일련의 SOFA 규정(합의의사록, 특별양해각서,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서 및 부속서)를 제정하여 환경관련 조항을 '신설'하고 기지 반환 환경조사 및 협의절차를 마련했다. 당시 정부의 발표자료를 보자.

 

 "반환되는 기지에 대해서는 한미 합의 하에 마련된 환경오염조사 및 치유절차에 의거하여 환경기조 자료 제공 및 검토, 환경오염조사 및 조사결과 협의 등 3단계로 환경조사를 실시하고 미 측 비용으로 오염지역을 정화한 후 반환하도록 제도화되었다"('문답으로 본 용산기지이전 및 LPP 개정협정', 국방부 2004년 7월)

 

정부는 한미간 합의와 '오염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KISE(Known, Imminent & Substantial Endangerment to human health, 인간건강에 대한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8'에 대해 미국이 미측 부담으로 정화한다고 했었다. 하지만 2007년 반환된 23개 미군기지는 미군이 줄곧 약속했던 환경오염이 심각한 PCB 품목 제거, 에어컨 냉매제 제거 등에 관한 8개항조차 치유되지 않고 반환되었다.

 

2007년 6월 국회에서 청문회가 열렸다. 정부는 청문회 등을 통해 지적된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미국 측과 협상을 시작했다. 공식적인 협상결과발표는 아직 없다. 하지만 최근 이와 관련한 보도가 있었다. '미측 부담'이었던 환경오염치유비용을 "한미 양국이 환경위원회를 구성해 정화 비용을 분담하기로 했다"는 것이다(MBC, 2009년 1월 11일). 정부가 그토록 자랑하던 '오염자 부담의 원칙'은 간데없고 환경오염치유비용은 우리 국민의 몫이 됐다.

 

이명박 행정부에서도 밀행주의는 계속된다

 

추가로 들어가게 될 우리 국민의 세금은 얼마나 될까? 반환되는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정도에 달려있다. 최근(2월 22일) 발표된 서울시의 미군기지의 기름유출 조사결과에 따르면 반환된 4개 미군기지에서 유출된 기름으로 인한 오염규모는 최소 축구장 2배에 해당하는 1만6000㎡였다. 2014년까지 반환될 미군기지는 42개다. 게다가 이들 기지들은 이미 반환받은 38개 기지들보다 지난 10년간 기름유출오염 사고가 훨씬 많았다.

 

환경부는 오염된 미군기지의 환경오염이 미국의 KISE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시범평가 연구용역(미국과 한국 오염기준 비교)을 했다(2008년 10월 6일, 민주당 김상희 의원). 조사결과에 따라 미국에 환경오염치유비용을 부담할 근거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연구다. 연구결과는? 국민의 세금으로 진행된 연구용역임에도 결과보고서는 비공개다.

 

'감세'를 통해 국민부담을 줄이고, '효율'을 통해 작은 정부를 만들겠다던 이명박 행정부 아니던가.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이명박 행정부의 노력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최소 3천억에서 최대 수조원으로 추산되는 환경오염정화비용과 관련한 한미간의 협의결과가 궁금하다.

 

추가부담은 늘고 '주한미군 전력수준 유지'는 어렵고

 

이들 사안 외에도 아프간 파병, PSI 참여, MD 참여, WRSA 협상, C4I 비용 증가 등 기존의 정부발표와는 다르게 한국민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사안들은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물론 '혈맹'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로서는 '주한미군 전력 현행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추가부담이라며 강변할 수도 있다.

 

아직까지 '인계철선'으로서 작동하는 주한미군은 우리에게 있어 '전력수준'이 아닌 '숫자'가 중요하다. 결론부터 말하자. 이달말이면 주한미군 500명이 줄어든다. 악화되는 아프간 상황으로 인해 2009년 2월말 미국 정부는 주한미2사단 소속 다목적 항공여단(MFAB)의 아파치 롱보(AH-64D) 공격헬기 1개 대대(24대)와 500여명의 병력을 아프간으로 '철수'시킬 예정이다. 이는 2008년 말까지 예정된 주한미군 3,500명의 추가 감축을 중단하고 현재 2만 8,500명으로 동결키로 한 한미정상회담의 합의내용을 뒤집는 것이란 논란을 야기했다.

 

2008년 4월 30일 <세계일보>의 단독보도로 인해 제기된 이 논란에 대해 당시 국방부는 "아파치 헬기의 아프간 투입은 한미정상회담과는 별개로 추진돼 왔으며 헬기대대가 빠져 나가더라도 정상간 합의한 주한미군 2만8500명 수준 유지에는 변화가 없어 전력에 타격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이러한 국방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2008년 11월 한미간의 협의를 통해 '탱크킬러'로 이름높은 'A-10'공격기 12대를 배치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당시 조지프 필 주한미8군사령관(육군 중장)의 말이다. "A-10기가 얼마나 오래 한국에 남아있을 것인지, F-16 전투기로 대체될지 아직 모른다."

 

주한미군 500여 명이 감축된다

 

'얼마나 오래 한국에 남아있을 것인지'라는 필 사령관의 말에서 느껴지는 불안감은 필자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정규편제 부대인 아파치 헬기 1개 대대가 빠져나가고 임시 순환전력이 배치되면서 전체적인 주한미군 전력이 변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 말이다. 불안감은 곧 현실이 됐다. 국방부는 지난 1월 13일 "A-10을 F-16으로 대체해 배치키로 한미간 합의했다"고 밝혔다. 합의의 내용은 2월 초 '주한미군 관계자'의 입을 통해 전해진다. "주일미군 35비행단 예하 13대대와 400여명의 공군 병력이 한반도에 배치돼 6개월간 임무를 수행할 예정"(중앙일보 2월 10일).

 

다시 강조하지만 주한미군은 '전력수준'이 아닌 '숫자'가 중요하다.2008년 4월부터 올해 2월까지의 보도된 내용을 종합하면 주한미군 500여명이 아프간 또는 이라크로의 전개를 위해 미 본토로 철수하고, 주일미군 400여명이 한국으로 '임시 파견'된다. 주한미군은 500여명 줄어들고, 한반도에 주둔하는 미군 숫자로 따지더라도 100여명이 감축되는 셈이다.

 

전략적 유연성 합의가 낳은 첫번째 비용, '최소 1조원'

 

정부는 산이 많은 한국의 지형에 유용한 아파치 헬기의 공백에 대한 우려에 대해 A-10기는 '탱크킬러'라며 전력수준 유지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 했다. 이제 '불가피하게' 변경배치될 F-16이 아파치헬기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까?

 

미국이 대체기로 배치하겠다는 F-16기는 대전차 공격이 주임무인 아파치 헬기나 A-10기와 다르다. 그리고 F-16은 공군 전투기 추락사고의 단골기종으로 악명이 높다. 결국 미국의 속내는 아프가니스탄 재배치를 구실로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형 헬기 개발사업을 저지하고 중고 아파치 헬기를 판매하겠다는 것이었다.

 

지난 1월 15일 국방부는 "AH-1S 코브라헬기를 대체하기 위한 대형 공격형 헬기를 국내에서 연구 개발할지 또는 국외에서 구매할지를 5월까지 선행 연구를 끝내고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선행연구가 벌써 끝난 것일까? 브레이크뉴스의 김환태 논설위원의 말이다.

 

"이명박 정부와 국방부는 한국형 헬기를 개발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그 기간동안 전력 공백과 노후 코브라 헬기 대체, 2012년 전시작전 환수 대비를 이유로 1조~1조6000억원을 들여 중고 아파치 헬기 36대를 들여와 2012년부터 전력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략적 유연성으로 인한 첫번째 비용이다. 기억하자. 최소 1조원의 국방비는 전략적 유연성의 결과다. 한국형 공격헬기 개발계획이 좌절되는 것 역시 전략적 유연성에서 파생된 결과다. 2006년 1월 19일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반기문 당시 외교통상부장관이 합의한 전략적 유연성으로 인한 첫번째 대규모 손실이다. 물론 전략적 유연성은 사전에 국회와 국민에 설명되지 않았으며, 사후에도 국회의 비준동의를 거친 적이 없다.(참고로 반기문 UN사무총장은 박근혜에 이어 차기 대선 유력주자 2위에 랭크되어 있다.)

 

미국 외교는 '심은경', 한국 외교는 '밀행주의'

 

지난 24일 국회 외통위에서 열린 한·미방위비분담 협정에 관한 공청회에서 조병제 외교통상부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정부대표는 이번 협상목표 중 하나로 "주한미군 주둔여건 개선 및 이를 통한 한미동맹 강화"라고 했다.

 

'혈맹'을 위해서는 국민의 신뢰가 중요하다. 미국은 한국인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심은경' 주한 미 대사(영어이름 : 캐슬린 스티븐스)를 임명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방송 등을 통해 한국민과의 소통을 끊임없이 시도한다. 이른바 '스마트 외교'다.(참고로 스티븐스 대사는 3월 5일 오후 7시 희망제작소의 3월 대화마당에 참석할 예정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어떠한가? 미국과의 협상결과에 대해 '유리한 건 크게 불리한 건 작게' 홍보한다. 시간이 흘러 진실을 접한 국민은 우리 정부의 발표만을 근거로 미국에 대해 반감을 가진다. 이와 같은 한국의 이중적 태도에 대해 미국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한국 정부의 이중성, 밀행성이 반미감정의 근간이 되고 있음을 미국 정부가 모르고 있을까?

덧붙이는 글 | 글을 쓰던 도중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드디어 반환미군기지의 환경오염조사결과가 공개된다. 정부는 그동안 반환 미군기지의 환경오염조사 결과조차 비공개해왔다. 하지만 26일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유정배(춘천시민연대 전 사무국장)씨가 반환 미군기지 환경오염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환경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부속서 서명 주체는 외교부 북미국장과 주한미군 사령관으로 국회 비준 동의를 받지 않았고 그 내용 또한 미군 공여지 환경조사 등에 관한 것에 불과해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사항을 규정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환경부의 정보 비공개 결정은 부당하다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태그:#반환미군기지 환경오염, #방위비분담금, #밀행주의, #조병제, #스마트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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