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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속 드러나는 전국의 조작 사례와 믿기 힘든 강원도 산골의 학업성취도

 

지금까지 학업성취도와 관련된 거의 모든 교육과학기술부의 발표는 뒤집어졌다. '임실의 기적'은 모든 것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져 '임실의 망신'으로 밝혀졌다. 교과부 장관과 차관의 하향평준화 발언 역시 경기와 제주도에서 평준화 지역이 비평준화 지역보다 학업성취도는 높고 기초미달 학생의 비율은 낮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났다.

 

전수평가이기 때문에 모든 학생이 참여해야 한다는 교과부의 주장은 특수학교에 "특수학교는 학업성취도 평가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공문을 스스로 내린 것과 전국적으로 운동부 학생들이 이 시험에 참가하지 않은 것을 통하여 허위임이 밝혀졌다.

 

그런데 지금까지 뒤집어지지 않은 거의 유일한 주장이 있다. 초등 국어의 경우 보통학력이상 비율 상위 20위 중 양구, 영월 등 강원이 절반에 가까운 9개를 차지했다. '강원교육의 완승'이라고 표현할 만큼 높은 학업성취도였다. 한장수 강원교육감은 이번 결과에 한껏 고무되어 '농어촌 맞춤형 교육 덕택'이라고 하며 자신감에 찼다.

 

영월에서는 방학을 아예 없애고 설 연휴 이틀을 빼고 내내 수업을 하는 학교가 모범 사례로 발표되고, 심지어는 중학생들이 9시 30분까지 보충수업을 하고 택시로 귀가하는 사례까지 발표되었다. 그 택시비를 고스란히 학부모들이 부담한다는 이야기는 교육청이 몰랐는지 기자가 취재를 안 했는지 어쨌든 쏙 빠졌다.

 

맞춤형 강원 교육의 완승, 사실일까

 

다른 교육감들이 국회에 불려나와 모두 고개를 숙이고 사죄하는데 강원도 교육감만은 강원도의 높은 학업성취도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 등 혼자 당당했다. 그런데 강원도의 성취도 평가 결과도 강원도 교육청이 학교에 내려보낸 한 장의 공문이 공개되면서 신뢰도에 강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강원도교육청이 지난해 12월 17일에 학교로 내려보낸 공문(교육과-40725. 초등교육과-15858)에 의하면 학교명과 전체학생 수 그리고 각 과목별로 기초와 기초미달 학생수만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우수학생 집단과 보통학력 집단 학생수는 통계에서 제외됩니다"라는 해설까지 친절하게 붙여서 내려보냈다.

 

언뜻 들으면 전체 학생수에서 기초학력 학생수와 기초미달 학생수를 빼면 보통이상 학생수(즉, 우수학생과 보통학력 학생수의 합)가 나온다는 설명이 맞는 것 같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전체 학생수를 응시 학생수로 보면 문제가 없지만, 말 그대로 그 학교의 전체 학생수로 보면 통계가 완전히 달라져 버린다. 기초학력미달은 실제보다 낮게 나오고, 보통학력이상 학생 비율은 실제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다.

 

분모가 커져서 기초미달 학생의 비율은 더 낮게...

 

이렇게 되면 강원도 교육청의 통계에는 문제가 생긴다. 먼저, 학교별 사례를 전부 합하여 통계를 내는데 분모가 달라지는 것이다. 즉, 전체 분모는 응시학생 총수가 되어야 하는데 전체학생 총수가 되어버린다. 분모가 더 커짐으로 인해서 같은 기초미달학생수라고 하더라도 비율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해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더 낮아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교과부의 발표에 의하면 강원도 초등학생의 기초미달 학생 비율은 다섯 과목 중 국어, 사회, 수학, 과학 등 4개 과목에서 16개 시도 교육청 중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미달학생의 비율이 전국적으로 2%대이고, 강원도는 그나마 1%대인 상황에서 몇 명만 달라져도 그 비율이나 전체 순위는 완전히 달라진다.

 

결석생과 미응시생도 보통이상 학생에 포함되어 보통이상 비율은 더 높게...

 

또한, 전체 학생수에는 시험을 친 학생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결석을 하거나 운동부처럼 출석은 했는데 시험을 보지 않은 학생 등 결시생까지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전체학생수에서 기초학력 또는 기초학력미달 학생을 빼면 보통학력이상 학생만 남는 것이 아니라 결석생, 미응시생까지 남게 된다.

 

즉, 강원도 교육청은 보통학력이상 학생수에 결석생과 운동부 등 결시생까지 모두 포함하여 비율을 계산한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보통학력 이상의 비율이 실제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하여 결과적으로 강원도교육청의 학업성취도는 응시학생수를 전체학생수로 잘못 보고함으로써 기초미달학생 비율은 낮아지고, 보통학력이상 학생비율은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 학업성취도 결과는 어떻게 부풀려지나?

 

실제로 계산을 해보자. A초등학교는 전체학생 수 100명에 기초학력생은 15명이고, 기초학력미달생은 2명으로 도교육청에 보고했다. 그런데 이 학교에는 이날 몸이 아프거나 다른 일로 결석한 학생이 5명이고, 운동부와 조퇴 등의 이유로 시험을 치지 않은 학생이 5명이 있다. 즉 총 응시생은 100명이 아니라 90명이다. 이를 근거로 강원도 교육청의 방식으로 A초등학교의 보통이상 학생과 기초미달 학생의 비율을 계산해 보자.

 

결석생 5명, 운동부 또는 조퇴 등 미응시생 5명 가정하면, 전체학생수는 100명이지만 응시생은 90명이 된다. 따라서, 보통이상 학생수는 83명이 아니라 73명으로 바뀌어 성적 분포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렇게 하여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실제보다 더 높게 나왔고, 기초미달의 비율은 더 낮게 나오게 된 것이다.

 

제발 강원도만은 조작이나 오류가 아니길...

 

강원도 교육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 공문의 전체학생수는 학교의 총 학생수(시험응시 대상수)가 아니라 실제 시험 응시생을 의미한다고 해명했다. 강원도의 해명이 사실일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분명히 보고 공문에는 '전체 학생수'라고 되어 있고, 모든 학교가 전체 학생수를 응시학생수로 인식하여 보고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어떤 학교는 전체 학생수로 보고하고, 어떤 학교는 응시 학생수로 보고했을 개연성이 너무나 높다.

 

이제 공은 강원교육청과 교과부로 다시 넘어갔다. 어떻게 2단계로 보고하라고 한 공문에 의해서 보고된 것이 3단계로 통계 결과가 발표되었는지, 모든 학교에서 전체 학생수를 알아서 응시 학생수로 보고했는지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

 

'강원도 교육의 완승'마저도 조작된 것 또는 오류라는 것이 사실로 밝혀질 때에 그 파장은 너무나 클 것이다.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대한 모든 신뢰성뿐 아니라 공교육 전체에 대한 불신과 교육계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것이다. 제발 강원도교육의 힘만은 조작이 아니길 간절히 바란다. 그런데 이 바람이 얼마나 갈까?


태그:#강원도, #일제고사, #통계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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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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