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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자 신분이던 2007년 9월경 각 분야 인사들과 타운미팅을 통해 많은 공약들을 발표했다. 타운미팅 장면에서 이 대통령과 함께 활짝 웃는 사람들의 모습은 많은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그 뒤 1년여가 흘렀다. 사진 속에서 활짝 웃던 사람들은 지금 이명박 정권 1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오마이뉴스> 인턴기자들이 그들을 찾아 나섰다. [편집자말]
남양주 외국인근로자복지센터에 걸려 있는 종이엽서에는 'MB 너도 우리땅 오지마라'는 메시지가 쓰여 있다.
 남양주 외국인근로자복지센터에 걸려 있는 종이엽서에는 'MB 너도 우리땅 오지마라'는 메시지가 쓰여 있다.
ⓒ 김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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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국에 가족도 없고 일자리도 없는데 왜 이렇게 괴롭혀요? 우리도 살고 싶어요."

경기도 용인의 한 외국인쉼터에서 만난 린다(가명·인도네시아·30)씨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외국인 노동자 정책이 어떻게 바뀌었느냐고 묻자 이 같이 대답했다.

린다는 합법적 체류자가 아닌 불법체류자 신분이다. 지난 2001년 취업비자로 입국했지만 체류기간이 지난 지금까지 한국에 머물고 있다. 그녀는 한국에서 9년간 일하며 같은 국적의 남편과 지난달 결혼도 했다.

하지만 최근 강화된 단속에 축하받아야 할 결혼식도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 치렀고 이날 쉼터까지 오는 짧은 거리도 혹시 모를 단속에 주위를 여러 번 돌아보며 왔다며 최근의 분위기를 전했다. 린다는 "이 대통령 취임 후 슈퍼에 나가는 것도 어려울 정도로 단속이 강화됐고 가족처럼 의지했던 친구들도 단속 탓에 걸릴까 만나지 못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6개월 만에 바뀐 생각?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1년간 출입국관리법 위반자의 강제퇴거가 노무현 대통령 취임 1년간 강제퇴거에 비해 약 5배 이상 많다.(출처=출입국관리소)
▲ 출입국 관리법 위반자 처리현황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1년간 출입국관리법 위반자의 강제퇴거가 노무현 대통령 취임 1년간 강제퇴거에 비해 약 5배 이상 많다.(출처=출입국관리소)
ⓒ 김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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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은 지금 외국인 노동자들의 생활과 이주여성들에 대한 정책들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이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인 2007년 10월 경기도 남양주의 외국인근로자복지센터를 찾았다. 당시 이 대통령은 23만 명에 달하는 불법 체류자 문제와 관련해 "이것을 그냥 해결하면 또 불법체류자가 생기고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여기에 온 그들의 사연도 각각 있을 것이니 사면을 해 줄 권한이 생기면 진지하게 인도적 차원에서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지만 대통령 당선 후 이 대통령의 외국인 정책은 강경노선을 달렸다.

이 대통령은 당선 뒤 "불법체류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어 악용하거나 활개치고 돌아다니게 해서는 안 된다", "비전문 외국인 인력이 불법체류하게 된 것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다"며 단속 강화에 힘을 실어 주는 발언을 잇달아 했다.

게다가 후보자 시절 찾은 남양주 외국인근로자복지센터 인근 마석공단마저 작년 11월 12일 '토끼몰이식' 단속을 벌여 130여 명의 불법체류 노동자를 체포·추방했다. 이 과정에서 불법체류 노동자 4~5명이 부상하기도 했다.

당시 '사면' 언급 했던 곳에선 무슨 일이?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후보 시절이었던 2007년 10월 12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외국인근로자복지센터에서 열린 한나라당 타운미팅 '한국의 특별한 며느리들' 행사를 마친 뒤 다문화가정 주부, 이주노동자들과 기념촬영을 하며 하트를 만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후보 시절이었던 2007년 10월 12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외국인근로자복지센터에서 열린 한나라당 타운미팅 '한국의 특별한 며느리들' 행사를 마친 뒤 다문화가정 주부, 이주노동자들과 기념촬영을 하며 하트를 만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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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이명박 대통령이 8차 타운미팅을 가졌던 남양주 외국인근로자복지센터(복지센터)를 지난 12일 찾았다.

복지센터 부근은 가구점이 즐비했지만 지나가는 외국인 노동자는 단 한명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법무부와 경찰의 단속이 강화됐기 때문이라는게 복지센터 관계자의 후문이었다.

복지센터는 가구공단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었다.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는 복지센터 주변에 눈길을 끄는 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나무에는 색종이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종이에 한글로 무언가 빼곡히 적혀있다.

"MB 너도 우리 땅 오지마라", "이주 노동자는 차별대상이 아니다"는 등 한국정부에 대한 불만 섞인 글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한국정부에 대한 불만을 불법체류 노동자들에게 직접 들을 수는 없었다. 작년 11월 이후 강화된 단속 탓에 불법체류자들은 현재 대부분 일을 그만두고 잠적했거나 단속이 조금은 느슨한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복지센터의 한 관계자는 "타운미팅 때는 그렇게 미소를 지으며 불법체류자들에게 사면 운운하던 사람이 당선 이후에는 싹 달라졌다"며 "정권이 바뀌고 단속이 강화되고 나서 불법체류자들은 더욱 음지로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노동자 때문에 국민들의 일자리가 줄고 있다는 말에 대해서도 "외국인 노동자를 모두 쫓아내면 과연 그 자리에 한국 사람들이 와서 일을 할 것인지 의문이다. 지금도 이곳에는 일자리가 많이 있지만 3D업종이라 한국 사람들은 일하려 하지 않는다. 결국 이런 단속은 불법체류자는 물론 사업주까지 죽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법체류자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이야기에 이 관계자는 손사래를 쳤다. "지금 선뜻 누구를 소개해 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또 소개를 해준다고 해도 인터뷰는 안 하려 할 것이다"며 불법체류자들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도 매우 부담스러워 했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사무처장 이영 신부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보면 노동자에게 숙식비를 부담하게 하고, 근로계약도 3년까지 임의로 연장 가능하게 했다"면서 "이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노동에 대한 기본권을 침해 하는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 이후 이주노동자 정책은 뒤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 결혼자 정책도 '거꾸로'

외국인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이주여성 정책도 '거꾸로'가고 있다는 비판이 일부 시민단체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자시절 타운미팅에서 한 이주여성이 "아이들 유치원 보내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우리 이주여성들에게도 이러한 부분에 대해 혜택을 달라"고 말하자 "내가 대통령이 되면 빠르면 1~2년 안에 이 문제를 해결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었다. 또 "교육 시설 확충으로 문화를 이해하고 함께 사는 교육을 시키면 그런 불행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후보자 시절의 생각은 대통령 취임 후 1년 뒤인 지금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역행' 하고 있다. 2005년부터 매년 5월에 열리고 있는 이주민 최대행사인 '다문화 축제'에 대해 정부는 2009년부터 예산 지원을 끊기로 했다.

다문화 열린사회 문화사업팀장 이국선씨는 "지금까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했던 다문화 축제 행사를 올해부터 문체부에서 주최하지 않고 지원도 하지 않기로 했다"고 통보받았다며 "지원금 확보 등의 문제로 매년 5월에 열리던 행사를 가을쯤으로 연기해야 할 듯 하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결혼이주자의 경우 그동안 면제했던 국적필기 시험을 부활하려 시범운영에 들어 갔으며, 법무부는 국적 취득을 위해 한국어 필기시험을 통과하거나 200시간의 사회통합교육을 받아야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작년 4월 발표했다.

인권단체와 다문화관련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이 제도는 전면 실시가 아닌 시범실시로 입지가 약해졌지만 결국 몇 년 안에 전면 시행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인권단체들의 이야기다.

이주여성의 경우 한국말이 서툴러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를 강제로 배우게 하는 것은 인권침해 소지가 크고 사회통합교육을 200시간 이수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주여성의 경우 자녀양육과 가정 일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교육받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인권단체들은 덧붙였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사무처장 이영 신부는 "이주여성은 사회통합 이수제를 국적취득요건으로 하겠다고 했다가 완화했지만 몇 년 안에 전면 확대하겠다고 하고 있다. 말로만 외국인 100만시대를 외칠 뿐이고 실제 환경은 더욱 악화됐다"고 말했다.

또 "다문화라고 이야기 하지만 이주여성들을 한국화 되길 원하는 제도를 많이 펴고 있다"며 "한국어 교육이 필요는 하지만 그들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변해서는 안된다"며 한국어 교육이 통제수단이 되는 것을 경계했다.

이어 "법무부가 할 것이 아니라 여성부나 문화체육부에서 해도 될 것인데 왜 법무부가 하는지 의문이다. 이는 결국 통제하겠다는 측면이 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체류해야 하는 최소기간도 2년으로 그대로다. 결혼을 하고 최소 2년을 머물러야 국적신청 자격이 발생한다. 또 신청 후 보통 2년여를 기다려야 모든 심사를 마치고 국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4년 이상 걸린다는 게 인권단체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결혼 후 빨라야 4년의 국적 취득 기간이 걸리고 취득 전까지 매년 체류 연장 신청을 해야 한다. 그런데 본인의 체류 연장 신청을 남편만이 할 수 있어 남편의 부당한 행동에도 체류연장 때문에 이를 감수하고 있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천다문화센터 이사장 손바울 목사는 "문화행사 한다고 현수막 걸고 사진 찍고 김장한다고 사진 찍는 전시행정 이외에 상처가 많은 다문화 가정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부터 정부는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이명박 정부,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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