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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재촉하듯 겨울비가 눈과 섞여 내리고 있다. 떠나야 하는 겨울은 아쉬운 듯 인천을 대표하는 악단으로 거듭 성장하고 있는 i-신포니에타 조화현 단장을 만나러 22일 사무실로 찾아갔다. 이제 막 학생들의 레슨을 마친 조 단장은 발그레한 홍조가 가득한 얼굴로 반겨준다. 고즈넉한 사무실에서 차 한 잔을 마주하고 앉아 그의 음악인생을 들어 보았다.

 

 

성악을 하는 오빠와 교회활동은 조 단장을 어려서부터 클래식에 깊이 빠져들게 했다. 피아니스트까지는 아니어도 피아노를 연주하며 살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몸이 약했던 그는 부모님들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어릴 적 6개월간의 병원치료는 예상치 못한 아픔을 가져다주었다. 병원 문을 나서고 보니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은 이미 저만치 앞서 있었고 6개월은 결코 뛰어넘을 수 없는 벽으로 느껴졌다. 피아노만 알고 있던 그에게 커다란 충격이었다.

 

"너무 당황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지요. 오직 피아노만 생각했었으니까요. 그런데 그 때 피아노를 지도해주시던 선생님이 차라리 바이올린을 배워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한 것이 지금의 저를 있게 했습니다." 

 

2004년 후배들을 찾아다니고 '괜히 힘들게 살지 말라'는 선생님들을 졸라 도움 얻고 이리저리 수소문해서 연주할 사람들을 모았다. 모두가 어렵다고 느끼는 클래식 음악을 누구나 편안하게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는 음악으로 만들고 싶어서다. 그렇게 i-신포니에타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현악앙상블을 인천에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그해 4월 모습을 드러냈다.

 

황해도와 개성이 고향인 부모님은 피난을 나와 인천에 정착하게 되었다. 조 단장은 인천에서 태어났고 인천을 떠나볼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그런 그의 애향심은 주변 사람들이 음악을 위해 또 성공을 위해 인천을 떠날 때도 흔들림이 없었다.

 

"사람들은 인천이 문화예술도시로서 척박하다고들 하지만 전 오히려 그런 환경이 마음에 들어요. 뭔가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고정된 전속맴버가 아닌 단원들은 1년에 한번 공개 오디션을 거쳐 빈자리를 채우게 된다. 일단 10여 명의 정예요원으로 선발된 단원들은 매주 화, 목요일 오전 9시~오후 1시까지 정기연습을 한다. 클래식 대중화와 연주를 통한 사회봉사, 후진양성 등을 목표로 최고가 되기 위한 연구와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정기연습 외에는 단원들 각자 개인레슨과 강사활동에 나선다.

 

 

조 단장이 가장 마음 쓰는 부분은 단원들에 대한 대우다. 가능한 한 최고의 대우를 해주려고 노력은 하지만 한정된 수의 공연만 하다보니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연수구에서 바이올린 학원을 운영하는 그는 악단운영과 단원들의 활동비에 쓰기 위해 학원수입을 나누고 있다. 언젠가는 '비정규직'인 단원들이 안정된 조건에서 당당하게 연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공연마다 빈자리를 채워주고 직접 홍보활동도 나서는 i-신포니에타 가족들과 능력을 기꺼이 나눠주는 운영위원, 후원회원들, 가족처럼 좋은 연주를 위해 노력하는 단원들, 특별한 공연을 위해 기꺼이 무대에서 서주는 동료 음악인들이 있습니다. 모두 다 저희 악단을 사랑해주시는 보이지 않는 힘입니다."

 

i-신포니에타 공연은 이벤트가 풍성하다. 가벼운 이벤트가 아니라 연주 중에 마술쇼가 펼쳐지고 무료결혼식도 열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무대들이 펼쳐지곤 한다. 특히 2006년 8월부터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박물관으로 떠나는 음악여행'은 i-신포니에타의 대표 아이콘이자 최고의 문화이벤트다. 인천 시민들의 다양한 문화생활 향유를 위해 주제를 달리하며 진행되는 박물관 문화공연 프로그램으로서 조 단장이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해 이어지고 있다.  

 

"이벤트만 잘하는 공연팀으로 낙인찍히고 싶진 않고 관객에게 쉽게 다가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습니다. 저희 공연을 찾아오는 관객들께 종합선물세트를 선물하고 싶어요. 한번 공연장에 오셔서 여러 가지 공연문화를 체험하고 가시게 하는 거죠."

 

늘 새로운 음악으로 다가가려 애쓰지만 청중의 눈높이에 맞추다보면 귀에 익숙한 영화음악, 팝 등 가끔 반복적으로 연주되는 멜로디들이 있다. 그 탓에 다소 식상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하지만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을 위한 배려다. 그가 꿈꾸는 미래는 클래식을 많은 사람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러기 위해 학교 정규과정과 연계된 클래식 음악교육이 도입되고 청소년들이 집과 학교에서 보다 쉽게 클래식을 맛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저는 여러 색깔의 공연을 준비하고 기획합니다. 그러나 그 저변에는 언제나 클래식 음악이 깔려있죠. 클래식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안식처같은, 엄마품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거든요. 단 몇 분 몇 초만이라도 모두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그게 i-신포니에타의 색깔입니다."

 

연주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를 위한 행복을 만들고 나누기 위해 조 단장은 늘 게으름을 경계한다. 올 해의 일정들을 살펴보면 3월 14일 인천종합문예회관 소공연장에서 비발디의 '사계'를 완주하는 정기연주회가 열린다. 4월에는 환자들을 위한 위문공연, 7월 25일과 26일에는 서구문화회관 기획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국제적인 교류차원에서 중국 웨이하이시 한인상공회의소 초청공연이 예정돼 있기도 한다.

 

 

"즐겁게 연주하고 호흡하는 단원들과 우리를 통해 행복해하는 청중들을 위해 상설공연장을 갖는 게 꿈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인천시립박물관 석남홀이 그 꿈을 조금이나마 대신해주지만 정말 좋은 음향시설을 갖춘 그런 아담한 공연장을 갖고 싶어요. 우리 회원들의 이름 하나 하나가 벽돌에 새겨진들 그런 홀 말이죠! 언젠가는 'i-신포니에타 홀 앞'이란 버스정거장 표지판이 설치될 날이 오겠죠. 엄마 아빠 손잡고 저희 홀을 찾아와 행복하게 미소 지을 행복바이러스홀요."

 

*i-신포니에타(단장 조화현)

http://i-sinfonietta.com (032-834-1055)

덧붙이는 글 | 인천시인터넷신문,sbs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I-신포니에타,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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