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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깔스런 입담으로 대한민국을 들썩거리게 만든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배우 '박철민'이다. 밉지 않은 천덕꾸러기 캐릭터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그가 지난 20일 전남대학교에서 '세상에 너를 외쳐라'란 주제로 특강을 했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뜨거운 박수 소리와 함께 환호성이 들렸다. "와~ 잘 생겼다"란 소리에 그는 "'잘 생겼다' 정확한 표현입니다. 인기 있을 때 건방 떨겠습니다. 인기 떨어지면 겸손해지는 배우 되겠습니다"라며 넉살을 던져 청중들의 웃음을 또 팡팡 터지게 했다.

 

그는 무명 배우이자 조연이었던 한 배우가 인생에 대해 생각해 왔던 것들이 대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강의의 첫머리를 끼웠다.

 

-자신의 대학 생활을 돌이켜 본다면?

"연극반에 들어가 무대 위에서 신나게 보냈습니다. 대학 4년 동안 솔직히 18시간 이상 수업에 들어간 것 같지 않습니다만 제가 좋아하는 일을 했기 때문에 큰 후회는 없습니다."

 

-대학생 때 꼭 해 봐야 하는 것은?

"빈틈이 있으면 거침없이 노세요. 다만 가장 신나하고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찾아보십시오. 대학 생활 동안 이 두 가지를 일치 시켜야 합니다. 하지만 자꾸 이 두 가지가 평행선을 달린다면 좋아하는 일을 택하세요. 늘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한다면 적어도 덜 후회하고 고민하며 인생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대학 시절 때 안 해봐서 한이 됐던 것은?

"여행입니다. 제가 30대 중반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어요. 길거리 연극에 관련하여 해외에 갔을 때 '나와 다른 사람들이 엄청 재밌게 살고 있었구나'란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그들과 좀 더 깊숙이 교류하며 다양한 생각들을 접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명시절이 길었는데 얼마나 힘드셨는지?

"좋아하는 것을 했기에 너무 신나서 고통스러운 기억은 별로 없습니다. 그것조차 한 순간일 뿐이었죠. 라면을 하나 먹을 때도 언제 먹을지 몰라 배불리 먹었어요. 하루는 토큰이 없어 연습장에 못 가게 됐을 때 '이 길을 왜 가나' '돌이킬 수 없는가' 이런 생각을 한 적도 있긴 했습니다. 그럼에도 제게 힘든 때가 있었다면 그건 연기가 잘 안됐을 때였습니다. 그럴 때 저는 무대 앞뒤에서 극본을 통해 돌파구를 찾았습니다."

 

-배우로서의 목표는?

"소나기처럼 쏟아 주시는 인기, 이 행복한 사랑을 안 뺏기고 지키는 것입니다. 처음에 건방떨겠다는 말은 역설적인 표현이지요. 지금 이 순간에도 저만의 연기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희로애락을 듬뿍 주는 전국노래자랑 같은 배우로서요. 통속적이고 유치한 것 같아도 그 즉흥적이고 친숙한 분위기와 같은 매력을 갖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한다면?

"제가 존경하는 이순재 선배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첫발을 내딛는 너희는 정말 프로다. 다른 연기다. 좋거나 나쁜 연기는 없다. 20대의 연기는 서툴지만 싱그러운 연기이며 이것은 또 다른 너의 매력이다.' 외모가 야무지고 잘 생긴 연기는 아닐지라도 '박철민 표 연기'가 언젠가 빛을 내겠지 하며 살아 왔습니다. 여러분만의 작지만 당당한 발걸음이 더 아름다운 인생을 이어가게 할 것입니다."

 

처음의 낯선 느낌도 잠시. '배우'란 수식어를 잊어버리고 친근한 삼촌의 이야기 마냥 편안하게 들을 수 있었던 강의였다. 힘들었던 기억조차 웃음 지어 풀어내는 진솔함에 인생 수업을 받고 있다는 느낌도 들게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연기에 대한 그의 열정만큼이나 청중들에게 남은 여운도 후끈했으리라 본다.


태그:#박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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