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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일주일밖에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한 달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밝혀진 것도 없이 날짜만 흘러가고 있네요.…용산 현장에서는 경찰과 용역이 한패가 돼서 철거민들을 폭행하고, 저희는 누구에게 하소연을 해야 합니까." (용산참사 사망자 고 양회성씨의 부인 김영덕씨)

 

용산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여가 지난 가운데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시민사회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용산참사의 가려진 진실, 왜 특검이 필요한가'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었다. 검찰이 지난 9일 수사 결과를 발표했으나,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기보다는 경찰에 면죄부를 주겠다는 결론 아래 짜맞춘 수사라는 것이다. 유족들은 장례도 치르지 않고 있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우윤근 민주당 의원은 "경찰관이 법 집행 과정에서 다소 상대방에게 물리적인 피해가 간다 하더라도 정당한 공무 집행이면 면책을 해서 확실하게 공무를 집행하도록 하겠다"는 지난해 9월 3일 김경한 법무부 장관의 발언을 상기시키면서 "용산참사는 예고된 참사"라고 말했다.

 

"청와대 이메일 지침 사건은 특검 아니면 못 밝혀"

 

그는 ▲국가 공권력 남용에 대한 검증 ▲국민 죽음을 이용한 홍보지침 은폐 의혹 ▲검찰의 수사 미진-발화 원인 미규명, 경찰 불법성과 과잉진압에 대한 수사 미진, 용역업체 불법성에 대한 수사 미진 ▲검찰 수사의 공정성 문제 등을 특검 실시의 근거로 제시하면서 "특히 청와대 이메일 지침 사건은 특검이 아니면 도저히 밝혀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우 의원은 검찰 수사 편향성 증거의 하나로 "소방호스를 든 용역업체 직원은 폭행죄로 처벌하는 한편, 옆에서 호스를 들도록 도와준 경찰은 처벌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지난 2월 9일 우 의원을 대표로 '이명박 정부의 용산철거민 폭력살상 진압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으로 용산참사 진상조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권영국 변호사는 참사가 벌어진 1월 20일과 전날인 19일의 용산 4구역 남일당 빌딩 근처 상황 사진을 통해 특검 필요성을 주장해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피고인들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해서는 변호인들이 검찰수사기록과 증거를 열람, 복사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2주가 지났음에도 자료가 정리되지 않았다, 공범을 수사하고 있다는 이유로 못 보게 하고 있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자료를 걸러내고, 짜맞추고 있는 게 아닌가.

 

(정상적인 상태의 버스정류장 사진을 들어보이면서) 철거용역들이 경찰의 보호 아래 물포를 쏘자, 농성철거민들이 쇠구슬 등을 쐈다. 그러나 물포가 중단되자 평화로운 상황이 됐다. 19일 오후에는 원활하게 교통이 소통됐다.

 

(도로에 화염병이 떨어진 사진을 들고) 문제가 발생한 것은 20일 오전 5시 30분에 경찰진압병력이 배치되면서부터다. 경찰이 19일 상황이라고 유포한, 화염병이 난무하는 사진은 진압 당시 사진이다. 이처럼 경찰이 사실을 왜곡했고, 검찰은 이것을 전제로 수사했다. 이것 하나만 갖고도 특검의 근거가 된다.

 

경찰의 시위진압 매뉴얼에는, 강제해산 시에는 퇴로를 확보하도록 돼 있다, 토끼몰이가 될 경우 발생할 피해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경찰특공대는 공중에서 컨테이너를 공격했고, 밑에서도 진압경찰이 올라갔다. 농성자뿐 아니라 경찰의 안전도 무시한 무리한 진압이었다. 그런데 경찰의 책임이 없다? 검찰은 경찰의 무리한 진압에 대해 조사하지 않았다. 이걸 믿을 수 있겠나."

 

"효율성만 놓고 보면 권위주의가 가장 효과적"

 

토론자로 나선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망루를 설치한 지 하루 만에 조급하게 특공대를 투입한 것은 조급성과 효율성만을 중시한 멘탈리티에서 나온 발상"이라며 "효율성만을 놓고 보면 권위주의가 가장 효율적이지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위한 가장 큰 자본은 신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 이메일 지침 사건과 용산참사에 대해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공통적으로 개인의 사퇴로 해결했는데, 명령계선에 있는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그런 게 없다"면서 "지금 같은 경제위기에서 효율이 아니라 효과성을 찾는다면, 신뢰 회복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검 도입에 대해서는 "과거 특검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면서 "그럼에도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상징성과 행정집행에 있어서 문제점이 분명히 드러났음에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국회 국정조사와 특검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유일한 반대토론자였던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는 "과거 특검들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지 못냈고, 오히려 의혹만 증폭시키곤 했다"면서 "검찰수사는 실정법에 따른 것인만큼 정치적 판단을 배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선은 국회 국정조사를 먼저 하고 그에 따라 다시 검찰에 고발하는 것이 옳다"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용산철거민 사망사건 진상조사단'의 장주영 단장(민변 부회장)은 김종률 민주당 의원과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용산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임명법 제정 청원서'를 전달했다.


태그:#용산참사,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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