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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발명된 것은 1839년이고, 예술로서의 사진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850년대이다.
당시의 예술사진은 회화적인 표현방식을 수용한 이른바 'Pictorialism Photography'이다. 그리고 20세기 초반부터는 아름다운 자연풍경과 자연물을 조형적으로 구성한 형식주의 사진과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포토저널리즘 사진이 주류를 이루었고, 사진이 기존의 제도권 예술에 본격적으로 수용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개념미술과 19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미술 작가들이 사진을 표현매체로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부터이다.

그 이후 1990년대부터는 특정한 미술사적인 경향이이나 이데올로기에 의존한 사진작업을 하기보다는 작가 개인의 정체성과 사적인 관심사를 바탕으로 일상적인 생활에서 사소한 사건과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평범한 사물을 가장 사진적인 표현방식으로 재구성해서 보여주는 사진이 많이 발표 되고 있다. 작가 개인의 직관과 미적인 감수성을 바탕으로 일기와 같이 일상을 기록하거나 재구성한 감성적인 작품들이 과거에 비해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작가가 독일 출신의 작가 볼프강 틸만스와 미국작가 라이언 맥긴리이다. 이와 같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세계사진의 흐름이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인 환경의 영향으로 인해 변화의 과정을 거친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사진도 1920년대에 예술사진이 수용되면서부터 현재까지 큰 변화를 겪어왔다.

특히 2000년대 한국사진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지형을 형성하고 있다. 1980년대 후반 이후 현대화, 국제화 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하고 개성적인 작품들이 많이 발표 되었고, 사진작품의 발표 형식도 아마추어 동호회 전시회나 공모전 입상작 전시회에서 탈피하여 주제가 분명한 기획전과 작가의 개성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개인전이 사진 전시회의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그 결과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주도하든 사진문화에서 탈피하여 전문적인 작가들과 평론가 그리고 전시 기획자들이 사진문화를 새롭게 형성하고 주도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전업 작가들이 사진 작업에만 몰두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에는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들이 많았다.

그러나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국내 대형 화랑과 사립미술관들이 사진예술에 관심을 갖고 현대사진의 다양함을 보여주는 전시를 기획하면서부터 한국사진은 새로운 지형을 형성하게 되었다.

특히 배병우, 구본창, 민병헌, 김아타, 이정진과 같은 일부 중견 사진가들과 주목 받는 몇 몇 젊은 사진가들의 작품이 국내외 미술시장에서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사진작품 시장 형성에 대한 희망도 갖게 되었다. 그 외 에도 중요한 기획전시회에 사진을 표현매체로 사용하는 작가들이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은 사진에 대한 변화된 인식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예이다.

현재 한국사진은 발표되고 있는 작품의 경향에서도 조금씩 변화를 보이고 있는데, 1990년대 후반부터는 독일 유형학적 사진의 영향을 받은 것 같은 도시의 특정한 공간을 찍은 작품들이 일부 젊은 사진가들을 중심으로 많이 발표 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현대사진의 특정한 경향을 따르기 보다는 자신의 세계관과 미적인 주관에 충실한 독특하고 창조적인 작품들을 전시장에서 많이 관람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인문학이나 미술사적인 이론에 의존하는 작업에서 탈피하여 외부세계를 바라보는 자신의 미적인 철학과 감각을 바탕으로 사진 찍기를 하는 사진가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고 그들의 작품이 주목 받기 시작하였다. 이번에 기획한 '동시대 한국사진의 모습’ - 'The moment of strangeness'전은 이러한 한국사진의 특정한 흐름을 반영하여 자연환경이나 도시의 특정한 공간에 대한 자신의 지극히 사적인 느낌을 독특하고 개성적인 수사법을 사용하여 형상화한 작가들의 작품을 보여주는 전시회이다.

간지
 간지
ⓒ 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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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김태훈
ⓒ 김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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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지는 독특한 인공조명이 비추어지는 밤바다 풍경을 장 노출로서 카메라 앵글에 담아서 카메라 메커니즘으로만 표현할 수 있는 감각적인 컬러의 새로운 공간을 보여준다. 표현대상 자체의 특성과 카메라메커니즘이 어우러져서 작가의 내면심리를 상징하는 공간을 시각화 한 것이다.

김태훈은 이름다운 자연풍경을 감각적인 카메라워크로 재구성하여 자신의 세계관을 드러낸다. 그리고 작가의 표현의도와 관계없이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독특한 컬러와 표현대상 자체의 감성적인 느낌이 어우러져서 보는 이들의 정서를 순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노정하
 노정하
ⓒ 노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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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찬
 박시찬
ⓒ 박시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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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하는 핀홀 카메라를 사용하여 특정한 공간을 재현하였는데, 표현매체의 특성이 작용하여 회화적인 최종 결과물이 생산 되었다. 빛과 표현도구가 상호작용하여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선상에 있는 감성적인 공간이 창조된 것이다.

박시찬은 대형카메라를 사용하여 표현대상을 극사실적으로 재현 하였다. 하지만 최종 결과물 자체는 다분히 정서적으로 드러난다. 작품의 깊숙한 곳에 감추어져 있는 작가의 미적인 주관이 작품의 내피와 외피를 형성하는데 있어서 강력하게 작용한 결과이다. 그래서 단순하면서도 강한 자극을 주는 결과물이 생산 되었다.

심상만
 심상만
ⓒ 심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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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아
 양정아
ⓒ 양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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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만은 건물 옥상에 설치한 대형수관에 물을 가득 채워서 물결을 일으켰는데,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파도치는 바다풍경을 시각화 했다. 실제로 존재하는 공간과 모조가 어우러져서 또 다른 현실공간으로 느껴진다.

양정아는 도시공간에 그려져 있는 실물처럼 느껴지는 벽화와 실재를 묘하게 공존하게 하여  보는 이들의 시선을 혼란에 빠지게 하는 최종 결과물을 생산하였다. 동시대 시각문화의 특정한 단면을 반영하는 사진 기록물이다.

이원철
 이원철
ⓒ 이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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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영
 임선영
ⓒ 임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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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근
 장명근
ⓒ 장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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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철은 경주에서 밤 시간대를 선택하여 오래된 능과 자연풍경을 장 노출로서 촬영하여 외형적으로 독특한 컬러가 드러나는 사진이미지를 생산하였다. 역사적인 공간과 표현방식이 상호의미 작용하여 보는 이들을 시간여행으로 빠져들게 한다.

임선영은 섬세하면서도 정서적인 감각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공간을 카메라앵글에 담았는데, 세련된 프레밍으로 인해 보는 이들의 내면을 자극하는 사진 영상 이미지가 생산되었다. 도회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작가의 정신세계가 강하게 드러나는 최종 결과물인 것이다.

장명근은 카메라메커니즘의 특성과 자신의 미적인 감각을 바탕으로 특정한 사물과 공간을 재구성하여 보는 이들의 정서를 차분하게 혹은 강하게 자극하는 이미지를 생산 하였다. 현실 그 자체를 단순하게 재현한 것이 아니라, 이미지 스스로가 말하는 사유적인 결과물이 생산 된 것이다.

이번에 기획한 'The moment of strangeness'전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특정한 사회문화적인 현실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드러내는 사진작업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들의 사유세계를 바탕으로 특정한 현실과 사물을 재구성하여 작가적인 사색과 철학적인 사고가 느껴지는 사진 찍기를 하는 사진가들이다.

그리고 작가 개인의 개성과 독특한 사고가 느껴지는 창조적인 작품을 많이 발표하여 국내외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들이므로 이번 전시회는 한국사진의 새로운 경향과 지형을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전시기간: 2009년 3월6일(금) - 31일(화)
전시장소: Lake Side Art Gallery (031-334-2116)



태그:#한국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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