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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과 다리, 심장을 바꿔치기 한다 해도 나는 여전히 나이지만, 뇌를 교체한 순간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니다. 똑똑해지고 싶다, 나 자신에 대해 알고 싶다, 일을 잘 하고 싶다. 이런 욕망을 가질 때마다 늘 따라오는 몸의 기관은 다름 아닌 뇌다. 물론 혈액형이라는 ‘전가의 보도’가 있지만 이게 사이비라는 사실은 벌써 몇 십 년 전에 밝혀졌다.

 

아래에서 소개하는 3권의 책은 쉽다. 자기계발서, 교육서, 과학서 분야에서 1권씩, 최대한 흥미롭고 문장이 까다롭지 않은 것으로 골랐다. 물론 뇌 과학에 관한 용어들이 나오지만, 다른 책들에 비해 확실하게 쉽다.

 

<뇌가 기뻐하는 공부법>

뇌 속의 '학습 쾌감 메커니즘'이 일과 공부의 성패 좌우

 

새로운 것을 배우고, 어려운 문제를 풀었을 때 뇌에서는 도파민이라는 '쾌감 호르몬'이 쏟아진다. 뇌는 한 번 느낀 이 쾌감을 잊지 못하고, 어떻게 해서든 도파민 분비 과정을 '재현'해 보려고 한다.
 
인간의 뇌는 학습->도파민 분비라는 이 메커니즘에 의해 똑똑해지고 강해진다. 도파민 호르몬에 대한 인간 뇌의 집착은 다른 어떤 동물보다 강해서 한 번 도파민 호르몬이 분비되는 메커니즘에 빠져 들면 중독이 된다.
 
흥미롭게도 과제가 어려울수록 도파민 분비량도 많아져서, 뇌가 그만큼 더 기뻐한다. 종종 굉장히 열정적인 사람들을 보면 아무리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해도 지친 기색이 없는데, 이런 경우는 십중팔구 뇌가 학습 쾌감에 빠진 것이다.
 
<뇌가 기뻐하는 공부법>은 타고난 천재는 '결단코!'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천재란 그저 우연한 계기를 통해 공부에 재미를 붙인 사람일 뿐이다.
 
실제로 노벨상 탄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아이큐가 120이다(기네스북에 등재된 한국인 천재 김웅용의 아이큐는 21O이다). 이 사람은 라디오 수리에 취미를 붙였다가 공부에 '맛'을 들였다고 한다.
 

결국, <뇌가 기뻐하는 공부법>이란 뭔가 뇌가 기뻐하는 경험을 한 번 하고, 그걸 공부 습관으로 연결시키기만 하면 공부의 물꼬가 트인다는 소리다. 저자는 책 속에서 뇌가 기뻐하는 경험을 공부 습관으로 연결하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미루지 않는 습관, 강력한 시간 압박, 그리고 고도의 몰입이다.

 

매우 흥미로운 것은, 마라톤이나 등산, 심지어 게임을 통해서도 공부의 길을 찾게 된다는 사실이다. 정상에 올랐을 때, 마지막 판의 괴수를 물리쳤을 때의 그 쾌감이 알고 보니 우리의 뇌가 느끼는 강렬한 학습의 쾌감이었다. 즉, 공부 습관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이의 뇌를 알면 아이의 미래가 열린다>

모든 아이의 뇌는 치명적 장애와 깜짝 놀랄 잠재력 겸비

 

신의진씨가 이 책을 위해 쓴 추천사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모든 아이들은 각기 다른 두뇌발달을 하게 되므로 아이들마다 서로 다른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므로 오직 한 가지 잣대, 한 가지 기준에서 아이들을 평가하려는 시도는 아이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겨주는 일이 될 것이다.”

 

책의 핵심을 깊숙이 찌르는 말이다. 뇌와 학습 능력에 관한 한, 모든 사람은 장애인이다. 동시에 모든 아이들(사람들)은 천재이다. 서로 돕지는 못할망정, 누가 누구를 평가하고 재단한단 말인가!

 

학교에서는 공부 잘 하던 아이가 사회에 나가서 맥을 못추는 케이스가 적지 않다. <아이의 뇌를 읽으면 아이의 미래가 열린다>를 보면 아무리 똑똑해 보이는 아이도 뇌의 다양한 학습 기능 가운데 몇 가지는 심각한 발달 장애를 갖고 있음을 알게 된다.

 

반대의 경우도 많다. 저자인 멜 레빈 박사 자신도 특정 뇌 기능에 심각한 장애가 있었다. 정리정돈을 병적으로 못 하고, 사람 많은 곳은 딱 질색이다. 그리고 글씨를 그렇게 못 쓴단다. 학생 시절뿐만 아니라 카운슬러가 된 지금까지도 이런 '발달 장애'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런 그가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학습 심리학자다. 책에는 좀 어려운 단어들이 나온다. 학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8개의 신경발달계, 즉 언어계, 기억계, 순서정렬계, 운동계, 고등사고계, 사회적사고계, 그리고 주의력조절계가 공동작업을 해야 한다(좀 어려운데, 당신의 뇌가 기뻐하는지 모르겠다).

 

때문에 초반부가 조금 부담스럽다. 하지만 읽다 보면 어느새 그 어려운 단어들 때문에 모든 아이들, 사람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이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진다(필자는 '순서 정렬계'라는 단어만 생각해도 가슴이 뻐근해진다).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 실험실>

뇌 과학자와 뇌 손상 환자들의 실험을 보며 눈물 흘리다

 

두께에 겁먹지 마라. 이건 소설책이다. 솔직히 이 책을 읽다가 몇 번을 덮어버렸는지 모른다. 어렵거나 재미가 없어서? 그렇지 않다. 가슴이 아팠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은 과학도서이다. 과학이라 하니, 가학적 충동이 치밀어 오르는가?
 

너무 걱정 마라. 닥터 하우스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치밀하고 냉정한 의사와 겁나게 황당한 환자들의 인간적인 만남이 이 책의 뼈대를 이룬다. 이 책의 주제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인간의 두뇌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책을 다 읽고 나면 몸서리치게 확실히 알게 된다.

 

이런 주제라면 무척 딱딱한 책을 연상하기 쉬운데, 저자의 연구 방법이 흥미로워서 두툼한 과학책을 한 권의 흥미진진한 의학소설로 만든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것이 사라졌을 때, 우리는 그것의 가치와 의미를 뼈저리게 깨닫는다.

 

부모님이나 친구와 영영 이별을 한다거나 할 때. 혹은 공기가 탁해져서 숨쉬기 곤란할 때. 이 책의 저자인 라마찬드란 박사는 뇌를 그렇게 연구한다. 뇌가 손상돼서, 정상인이라면 감히 상상도 못했던 증상을 보이는 사람을 연구하여 뇌의 기능을 규명한다.

 

예를 들어 이 책 219쪽에는 왼쪽과 오른쪽을 인간의 뇌가 어떻게 구별하는지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지극히 당연한 능력 같지만, 뇌에 손상을 입을 경우 아수라 백작처럼 오른쪽에만 화장을 하는 일이 벌어진다.

 

책을 읽고 나면, 재능이나 총명함은 부족해도 크게 이상은 없는 나의 뇌가 고마울 것이다. 덧붙여 완독한 사람으로서 독자들에게 큰 희망을 하나 주고 싶다. 책의 맨 뒤 80여 쪽은 후주와 참고문헌이다. '소설'이 400여 쪽이면 오히려 짧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네이버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뇌가 기뻐하는 공부법 - 나를 바꾸는 기적의 강화학습 Brain & Study

모기 겐이치로 지음, 이근아 옮김, 이아소(2009)


태그:#뇌, #심리학, #교육심리, #공부법,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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