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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의 기억은 다 잊은 것일까?

 

최근 계룡시에 들어선 미국산 소고기집이 맛을 보려는 사람들로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특히, 이곳은 식당이 비좁은 탓에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어 기다리거나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

 

미국산 소고기를 파는 정육점과 인접해서 위치하고 있는 이 고기집은 손님이 메뉴판을 보고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하면 정육점에 연락해 손님이 주문한 부위를 다시 주문한다.

 

그러면 얼마 후 정육점 직원이 접시에 고기를 들고 식당안으로 들어와서 주방에 넘긴다. 주방으로 들어간 고기는 다른 주변 음식과 함께 쟁반에 들려 손님들의 식탁으로 옮겨진다.

 

이러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 미국산 소고기집은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도 파리만 날려 식당 유지조차 힘들어하고 있는 다른 식당들과는 달리 불황을 모르고 연일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

 

맛과 가격면에서 한우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아 소비자를 다시 식당안으로 불러들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입소문을 타고 지역내에 더욱 알려지게 되면서 소비자층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으며, 한우에 비해 가격 부담도 적어 단체 예약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식당주인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 식당을 보면 파는 사람이나 먹는 소비자나 이미 광우병의 기억은 다 잊은 듯 했다.

 

예약했나요? 오늘은 자리가 없는데...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혹시 계룡시에 미국산 소고기 전문점이 생긴 것 아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모른다’고 말하자 지인은 계룡시에서 가장 번화가인 엄사리에 미국산 소고기 전문점이 생겼고, 식당도 같이 운영하고 있어 메뉴를 주문만 하면 정육점에서 식당으로 고기를 가지고 와서 구워 먹을 수도 있다고 귀띔해 줬다.

 

이에 덧붙여 ‘가격도 한우보다 훨씬 싸고 맛도 뒤떨어지지 않더라’는 말까지 해주고 지인은 자리를 떠났다.

 

옆에 있던 동료에게 “오늘 한번 말 나온 김에 가 볼까요?”하고 의향을 묻자, “그럼 오늘은 미국소 한 번 먹어볼까?”하면서 선뜻 같이 갈 뜻을 내비쳤다.

 

볼 일을 마치고 초저녁인 6시경 미국산 소고기를 파는 식당으로 향했다. 아직 초저녁이어서 그런지 식당안은 썰렁했고, 손님이라고는 우리 일행밖에 없었다.

 

“앉을 자리도 없다더니 썰렁한데요? 아직 이른가?”

 

문을 열고 식당안으로 들어가서 자리에 앉으려고 하는데, 주인이 와서 묻는다.

 

“예약하신 분들이에요?”
“아닌데요. 왜요?”
“죄송합니다. 오늘은 자리가 없네요. 단체에서 통째로 빌려서요”
“그래요? 할 수 없죠 뭐. 다음에 다시 올께요”

 

“죄송한데, 다음에 오실 때는 미리 연락 주고 오세요”
“예약해야 하나요?”
“식당이 작아서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어요. 다른 분들도 예약하고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다는 식당 주인의 말을 뒤로 하고 식당을 빠져 나왔다.

 

“왜 손님이 없나 했더니 단체 예약 때문에 그런거네요?”
“글쎄. 불황타는 다른 식당에 비해 여기는 자리가 없으니 원”
“얼마전까지만 해도 광우병이 어쩌고 저쩌고 하던 건 이미 다 잊은 거 같네요”
 
미국산 소고기는 가격도 싸고 맛도 좋다?

 

그렇게 퇴짜(?)를 맞은 며칠 후 일행은 다시 식당을 찾았다. 반갑게 맞이하는 식당 주인을 보니 오늘은 자리가 있나보다.

 

“오늘은 자리 있나 봐요?”
“예. 어서 오세요. 오늘 고기 중에는 갈비살이 맛있어요. 뭘로 주문하실래요?”
“다른 부위는 별로에요? 그럼 갈비살로 주세요”

 

주문을 마치고 식당벽에 붙어 있는 가격이 적힌 메뉴를 봤다.

 

‘갈비살 200g 9천원, LA갈비 9천원... 등’

 

그리 싸 보이지는 않았다. 고기값에 밑반찬 값도 별도로 치러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옆에 있던 동료는 메뉴를 보더니 한마디 한다. 그리고 식당 주인도 한마디 거든다.

 

“고기맛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가격은 일단 싸네.”
“맛도 좋아요. 특히 갈비살은 오늘 (상태가) 제일 좋아요”

 

잠시 후, 식당과 바로 인접해 있던 정육점에서 주문한 갈비살이 배달되었고, 이내 일행들의 식탁위에 놓여졌다.

 

불판위로 올려진 고기가 지글지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익어가고 있을 무렵 미리 예약해 놓은 단체로 보이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오더니 이어 또 다른 사람들이 식당안으로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일행들이 들어온 지 불과 30여분도 안 돼 식당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다정하게 보이는 노부부에서부터 회사 동료로 보이는 사람들까지 식당안은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일행들과 고기를 구워먹으면서 들리는 ‘미국산 소고기집’을 찾는 손님들의 반응은 크게 두 부류인 것처럼 보였다.

 

먼저, 값이 싸고 맛있어서 찾는다는 부류의 사람들이다. 요즘 계룡과 논산지역에 갑작스럽게 늘어나고 있는 한우전문점은 예전보다 가격면에서 많이 저렴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서민들에게는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큰 가격 부담없이 소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곳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부류는 우리 일행들과 같이 특이하다는 점 때문에 찾는단다. 주변에서 많이 눈에 띠는 한우전문점보다 미국산 소고기 전문점은 하나 밖에 없어 호기심이 생기고, 또 어떤 맛일까하는 궁금함 때문에 한번이라도 오게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난생 처음 미국산 소고기를 먹어본 이날 난 ‘싼 가격’, ‘맛’ 이런 것보다는 왠지 모를 거부감이 느껴졌다. 이에 반해 같이 먹었던 일행들은 ‘가격도 비싸지 않고 그냥 먹을 만하다’는 대조적인 반응을 보였다.

 

식당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보이는 썰렁한 한우전문점을 보니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파왔다.

 

최근 미국산 소고기가 군(軍)에 납품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또 이로 인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민층에 까지 파고든 광우병 논란의 중심 미국산 소고기. 과연 국민들이 마음 놓고 먹어도 되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어제 먹은 미국산 소고기가 찝찝하기만 하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미국산 소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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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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