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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지구에 건설 중인 일산자이 모델하우스에서 한 방문객이 견본주택을 살펴보고 있다.
 16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지구에 건설 중인 일산자이 모델하우스에서 한 방문객이 견본주택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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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이 '같이 죽든지 아니면 미분양을 해소시켜 달라'고 하니 정부에서 나선 거다. 그런데 건설사가 '(미분양) 책임 없다'며 비싼 분양가를 안 내리니 미분양 해소가 되겠느냐."

지난 18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김정수(가명)씨가 한숨 쉬듯 말했다. 지난 2월 12일 정부가 미분양 해소를 위해 내놓은 양도소득세 면제·감면 조치의 효과에 대해 묻자 돌아온 답이었다.

김씨의 공인중개사무소 인근에는 2·12 조치의 대표적인 수혜단지로 언론에 보도된 '용인 성복 힐스테이트'가 있다. 이 아파트를 두고 그는 "완전히 '1+1'"이라며 "힐스테이트 분양가격으로 인근 아파트 2채를 살 수 있다, 누가 사겠느냐?"고 지적했다.

언론의 섣부른 보도와는 달리 고분양가 탓에 미분양 해소라는 정책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게 김씨의 생각이다. 또한 그는 양도세 감면·면제 혜택을 보지 못하는 계약자들이 아파트 분양권을 싸게 내놓아, 미분양 해소는 더욱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는 2·12 조치의 다른 수혜단지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모델하우스 북적? 빈 책상에 앉은 분양 상담사들

18일 찾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용인 성복 힐스테이트' 모델하우스는 방문객이 없어 썰렁한 모습을 보였다.
 18일 찾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용인 성복 힐스테이트' 모델하우스는 방문객이 없어 썰렁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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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에 찾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용인 성복 힐스테이트' 모델하우스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상담사 3명이 빈 책상에 앉아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의 분위기는 "용인 지역 미분양 아파트는 앞으로 5년간 양도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2·12 조치 발표 이후 방문객과 문의가 폭주하면서 미분양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반면 현대건설 분양팀 관계자는 "2·12 조치 이후 하루 10명이던 방문객이 200여 명으로 늘었다"며 "가계약하겠다는 40~50명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현재 모두 2157세대인 이 아파트단지의 미분양 물량은 700여 세대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양도세 감면 조치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경기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강남이 오르지 않는 이상, 용인도 가격이 상승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비싼 미분양 아파트 사는 건 바보 짓"

성복지구 아파트 건설 현장 인근에서 만난 공인중개사들은 상황을 더 비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미분양 원인은 다 있다, 힐스테이트는 분양가가 너무 비싸다"며 "건설사가 분양가격을 내리거나 부동산 시장이 크게 살아나지 않는 한 미분양 해소는 어렵다"고 전했다.

힐스테이트 199㎡(60평)형의 경우, 발코니 확장과 장식가구 등 옵션을 모두 포함한 분양가는 10억387만원이다. 3.3㎡(1평)당 분양가는 1673만원. 분양가의 60%에 이르는 중도금의 이자까지 더하면 3.3㎡당 분양가가 1700만원을 넘는다는 게 공인중개사들의 분석이다.

이에 비해 힐스테이트 인근의 엘지빌리지 204㎡(62평) 가격은 6억5천만원으로 3.3㎡당 1000만원 안팎이다. L공인중개사 대표는 "나중에 가격이 오를지 모르지만, 현재로선 힐스테이트 미분양 아파트를 사는 것은 '바보짓'이다, 분양가보다 7천만원 떨어진 분양권도 나왔지만 사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용인 수지 동일하이빌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를 10% 인하해서 그나마 미분양 물량이 소진되고 있다"며 "건설사들이 충분히 분양가를 인하할 수 있지만, 안 하는 건 사기"라고 지적했다.

힐스테이트의 가계약자도 가격이 부담되긴 마찬가지다.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한 가계약자는 "분당에 살고 있는데 이사를 오려고 한다"면서 "가격이 많이 떨어진 분당 집을 팔고 여기로 오기엔 가격 차이가 너무 크다, 계약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도세 완화 수혜단지? 혜택 받는 아파트 숫자 많지 않아

언론에서 양도세 감면 수혜단지로 언급된 일산 자이는 실제 양도세 감면 대상 아파트 숫자가 적어 직접적인 혜택은 없다. 사진은 지난 16일 일산 자이 모델하우스의 모습.
 언론에서 양도세 감면 수혜단지로 언급된 일산 자이는 실제 양도세 감면 대상 아파트 숫자가 적어 직접적인 혜택은 없다. 사진은 지난 16일 일산 자이 모델하우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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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찾은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지구에 건설 중인 일산자이의 모델하우스 분위기도 미분양 해소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곳 역시 언론에 의해 대표적인 양도세 완화 수혜단지로 꼽혔지만, 실제로는 양도세 완화 대상인 중소형 아파트가 많지 않다.

과밀억제권역에 포함되는 고양시에서는 공급면적이 149㎡(45평) 이내인 미분양과 신규 분양 아파트에 한해서 양도세가 50% 감면된다. 모두 4683세대(112~276㎡)인 일산 자이에서 149㎡ 이하인 아파트(주상 복합 제외)는 559세대에 불과하다.

일산자이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전체의 20% 정도 미분양이 남았는데, 대부분 대형으로, 이번 조치로 직접적인 수혜는 없다"면서도 "대신 2·12 조치를 시작으로 앞으로 많은 규제가 풀릴 것으로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움직이고 있다, 주말 동안 70여 세대가 계약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날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사람들은 고분양가 탓에 선뜻 계약 결정을 하지 못했다. 일산 자이의 분양가는 3.3㎡당 1450만원대다. 현재 '계약금 3500만원', '중도금 무이자 융자', '에어컨 제외한 옵션 무상제공' 등을 내걸었지만, 아직 기대만큼 큰 반응은 없다.

모델하우스 방문객 이현진(가명·37)씨는 "식사지구 맞은편에 2년 전 분양한 아파트의 분양가격은 3.3㎡당 800만원대였고, 지금은 900만원대"라며 "다들 (시세차익을) 노리고 투자하는 것이지만, 분양가가 비싼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양도세 완화 조치로 미분양 해소되지 않는다"

모델하우스 앞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이나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서는 "미분양 해소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일산 자이에 관심 있는 중개업자는 많지 않다"며 "인근의 3.3㎡당 천만원인 아파트도 잘 거래가 안 되는데, 누가 평당 1400만원대 아파트를 사겠느냐"고 반문했다.

'떴다방' 업자 김미진(가명)씨는 "(양도세 감면에) 해당하는 아파트도 많지 않을뿐더러,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우니 양도세 감면 효과는 없고, 미분양 해소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이다.

"2·12 이전 계약자는 그 이후 계약자보다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프리미엄을 받지 않고 팔 것이다. 집값이 언제 오를지 모르는 상황에서 시세차익을 기대하기보다는 싼 기존 분양권을 사는 사람이 많아진다. 누가 미분양을 사겠느냐. 미분양은 해소되지 않는다."


태그:#양도세, #미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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