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낙하산 사장님 취임식 보고 싶어요. 좀 들여보내주세요!"

"무슨 사장이 직원도 없이 취임식을 하나요? 쪽팔리게…."

 

16일 오전 9시 50분, OBS경인방송 노동조합원 50여 명이 "이명박 대통령 특보 출신 차용규 신임사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취임식 저지에 나섰다. 그러나 사측은 장소를 옮겨 행사를 진행했고, 경비직원들이 행사장을 봉쇄한 가운데 차용규 사장은 취임식을 마쳤다.

 

차용규 사장, 노사대화 중에 건물로 뛰어들어 첫 출근

 

이날 회사 측은 오전 7시 40분께 차 사장이 건물에 들어온 직후 취임식이 열리는 OBS경인방송 B동 건물의 문을 잠궜다. 또한 오전 6시부터 경비직원을 정문 앞에 세워 언론노조 집행부의 지지방문은 물론 취재기자들의 출입까지 막아 항의를 받기도 했다.

 

애초 OBS 조합원들은 차 사장이 회사에 들어오는 것부터 막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대주주인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이 노조 집행부에 면담을 요청했고, 이들이 정문 옆 경비실에서 대화하는 사이 차 사장은 회사 뒷문을 통해 건물로 뛰어들어갔다.

 

오전 9시 조합원들은 취임식장이 열리는 건물 앞에서 집회를 연 뒤 진입을 시도했다. 곳곳에서 문을 두드리던 조합원들은 오전 10시 10분께 건물 1층 커피숍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순식간에 이취임식장을 점거했다.

 

그러나 곧바로 경비직원이 이취임식 플래카드를 뜯어냈다. 같은 건물 2층 회의실로 이취임식 장소를 옮긴 것이다. 조합원들은 다시 흩어져 2층으로 올라갈 계단을 찾았지만 곧 경비직원에게 저지당했다. 결국 차용규 사장 이취임식은 오전 10시 20분부터 40분까지 간부 직원과 비노조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마쳤다.

 

오전 11시 조합원들은 정리집회를 마치고 옆 건물 1층 로비 단식농성장으로 돌아갔다. 이미 이들은 5일째 단식농성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후 OBS 노조는 각 국별로 투쟁국장을 뽑는 등 조직을 재정비하고 차용규 사장 출근저지 투쟁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또한 최상재 위원장 등 언론노조 측에서도 백성학 회장을 만나 협의 테이블을 만들고 차 사장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MB특보가 오면 광고 많아질 거라고?"

 

OBS 노조가 차용규 사장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의 MB특보 경력. 구본홍 YTN 사장, 이병순 KBS 사장과 마찬가지로 ‘낙하산 사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차 사장이 울산방송을 경영할 당시, 28억원의 대규모 횡령사건이 일어났던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경영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사내에서는 당장 경영상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보자는 목소리도 있다. 친정부적 인사가 사장으로 오면 광고수익이 많아지고 방송정책이 바뀔 때에도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날 사전집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최현정 OBS기자협회장은 "MB특보가 회사에 구세주인양 회유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설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형서 노조 사무처장 역시 "일단 사장 취임을 받아들이고 사후에 관리를 잘하면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한번 못 막으면 훨씬 더 춥고 길게 길에 앉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중 노조위원장은 "처음엔 차 사장이 MB특보라서 반대했는데, 알면 알수록 울산방송 경영 문제 등 점점 반대할 이유가 많아진다"며 "오늘 직원들을 피하고 소통하지 않는 모습에서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됐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개국하고 나서 언제 이렇게 관심을 받은 적이 있었냐, 이번에 잘 싸우면 전국민에게 사랑받는 방송이 될 수 있다"고 조합원들의 기운을 북돋기도 했다.

 

보도국의 윤설희 조합원은 "회사 규모가 크든 작든 월급이 많든 적든, 지켜야 할 원칙이 깨지면 방송사라고 말할 수가 없다"면서 "이 싸움은 나를 위한 싸움, 이기적인 싸움이라서 꼭 이겨야 한다"고 결의를 다졌다.

 

차용규 "정치 경력은 경험이었을 뿐... 노조, 예의가 없다"

 

한편, 차용규 사장은 조합원들이 단식농성장으로 돌아간 오전 11시께 기자간담회를 열고 "MB특보 경력은 '새로운 일로서 정치를 해봤다'는 경험 이상의 의미는 없다, 적자인 민간방송에 왔는데 왜 낙하산이냐"고 노조의 주장을 반박했다.

 

울산방송 당시 횡령 사건에 대해서도 "당시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장에서 물러났지만, 내 능력이 탁월하니 9년 동안 사장을 했던 것 아니겠나"고 주장했다.

 

또한 차 사장은 "어려운 회사일수록 전 직원이 단합해야 하는데, 환영을 안 해줘 섭섭한 부분이 있다"면서 "사람이 새로 왔으면 하는 것을 봐서 책임을 추궁해야 하는 것인데 기본적인 예의가 없다"고 노동조합을 비난했다.

 

차 사장은 "사장이 왜 회사 바깥에 있나, 오늘은 물리적 충돌을 위해 양보했지만 노조가 나를 막으면 불법이다"면서 '출근'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노조를 고발하면 업무방해죄로 걸릴 것"이라는 말도 했다.

 

그러나 인사조치에 대해서는 "필요하면 해야겠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조직 개편이나 프로그램 편성에 대해서도 "나는 경영이 전문이고 기자나 PD 출신이 아니어서 현업은 직원들에게 일임한다"고 밝혔다. 차 사장은 노조와의 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리 식구고 직원인데 그 쪽이 원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OBS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