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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우려내는 사람은 가장 행복하다"고 누가 말했던가?

다도를 배우기 시작한 지 겨우 5개월째인 초보자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맛과 멋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다도예절원에 오기 전에는 다도란 그저 차 끓이고 차를 내는 예절을 배우는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아니다. 다도(茶道)는 종합예술이다.

다도 지인으로부터 받은 연하장
 다도 지인으로부터 받은 연하장
ⓒ 한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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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는 조용히 앉아 차의 맑고 깨끗한 색과 향에 취해 있노라면 어느 새 자신의 마음 속에 물이 흐르고 꽃이 피어남을 느낄 수 있었다고 그 흥취를 묘사했다.  이 멋진 글을 받고 너무도 좋아서 벽에 붙여두고 자랑을 한다.

오늘은 '말차'를 처음으로 실습하는 날이라 기대가 큰데 다도예절원에 들어 서자 원장님이 오늘 아침에 옆직이(부군)와 함께 산에서 꺽어 오셨다는 '버들강아지'가 나를 반긴다. 

산에서 꺽어온 버들강아지
 산에서 꺽어온 버들강아지
ⓒ 한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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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강아지 노래가 절로 나왔다. (원장님은 나만 보면 노래를 부르라 하신다)

버들 강아지 눈 떴다
봄 아가씨 오신다
연지찍고 곤지 찍고
꽃가마 타고 오신다.
봄아가씨는 멋쟁이
머리에다 꽃꽂고
덩실덩실 춤추며
나비 등에 업혀온다.

(봄 아가씨/ 김영일요, 한용희곡) 

차를 끓이기 전에 먼저 퇴계선생의 매화시를 공부한다. 퇴계는 생전에 매화를 사랑하여 2000수의 매화시를 썼다는데 그 중 97편을 원장 선생님이 배우셨다고 하신다.

오늘은 그 네 번째 시

4.望湖堂尋梅 丙午仲春 將歸嶺南
망호당에서 매화를 감상하며 병오년 중춘에 장차 영남으로 돌아가려 하다 

望湖堂裏一株梅   망호당 뜰 안에 한 그루 매화꽃.
機度尋春走馬來  몇번이나 봄을 찾아 말을 달려왔던가.
千里歸程離汝負  천리길 사는 길에 그대 저버리지 어려워,
鼓門更作玉山頹  문열고 벗 불러 옥산이 무너지듯 취하리'

퇴계선생 46세 때 명종원년 2월에 쓴 시. 퇴계선생은 '매화가 아내요 학은 아들이다' 고 그의 친구가 말했듯이 그리도 애틋하게 사랑했나보다. 매화를 자신은 梅君, 梅兄이라고 불렀다한다. (옥산퇴玉山頹는 중국 위나라 해강은 술에 취했을 때는 옥산이 무너지는 듯 하였다는데 이 시에서는 술에 마음껒 취한다는 뜻)

자, 이제 말차(가루차) 한 잔 하실까요?

말차와 말차 상차림
▲ 말차(가루차) 말차와 말차 상차림
ⓒ 한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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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차는 물에 차가루를 섞어 다선(찻솔-오른쪽 )으로 찻물이 녹색의 크림같이 될 때까지 저어서 마신다. 다선은 솔바람소리가 나도록 앞뒤로 잘 저어야 하는데 나는 서툴어 원장님이 도와주셨다.

말차에 산당화 꽃잎 하나 띄워서 운취를 더했다
▲ 말차에 띄운 산당화 말차에 산당화 꽃잎 하나 띄워서 운취를 더했다
ⓒ 한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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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아름다운 연둣빛, 비취색 ! 내가 가장 사랑하는 색이다! 찻자리의 기쁨이요, 황홀경이다. 연둣빛 호수 위에 산당화 꽃하나 띄웠다. 눈으로만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 아니다.
그 맛! 씁쓰름하면서도 묘한 상쾌한 맛! (원장님은 말차 마니아라고 하신다) 말차의 그 깊은 뜻과 맛은 차츰 배워 갈 것이다.

다도예절원 입구에 놓인 아름다움 하나

간단하면서도 멋스런 다화꽂이
▲ 꽃꽂이 (치자) 간단하면서도 멋스런 다화꽂이
ⓒ 한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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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는 종합예술이다. 차례 뿐 아니라 노래가 있고 시가 있고 다화꽂이, 도예, 서예와 그림, 춤까지.... 한국의 아름다운 문화를 배우는 여정은 끝이 없을 듯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조선.com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다도, #다화꽂이, #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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