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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에게 줄 수제 초콜릿 제조에 몰입 중인 딸
 오빠에게 줄 수제 초콜릿 제조에 몰입 중인 딸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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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통 여자친구 사귀는데 관심 없는 아들 때문에 밸런타인 데이는 물론 상술이 벌여 놓은 각종 데이와 아주 무관했습니다. 세상이 무슨 데이로 발칵 뒤집힐 때마다 태풍의 눈처럼 고요했던 집안 분위기에 이상이 왔습니다. 딸이 연애를 하면서 고요했던 집안에 밸런타인 데이 광풍이 닥친 것입니다. 

딸(대학 1년)은 오늘(12일) 온종일 수제 초콜릿 만들기에 열중했는데 마치, 도자기를 굽는 장인의 모습을 연상케 할 정도로 진지합니다. 이럴 때 부모들의 주제가 '저렇게 공부했으면 S대도 그냥 들어갔겠다!'는 말이 입속에서 우물우물거렸습니다. 여하튼 무엇이든 골몰하는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중탕 온도의 물에 녹인 우유, 바닐라, 초콜릿, 메론, 딸기 빛의 초콜릿 원액을 짤 주머니에 넣은 뒤 몰드 틀과 유산지 컵에 조심스레 붓고는 아몬드, 호두, 해바라기, 땅콩 등의 견과류를 넣으면서 사랑과 정성이 담긴 스무 살 표 초콜릿이 탄생했습니다.

아름다운 초콜릿은 분홍빛 하트가 그려진 예쁜 상자에 담기고, 비닐 포장지에 조심스레 싸였습니다. 이 초콜릿 선물의 주인공은 핸드폰 초기 화면의 같은 학교 선배 신학생으로, 그 오빠가 시골교회 전도사로 일하기 때문에 밸런타인 데이(14일) 하루 앞둔 내일 전달할 예정입니다.

무엇이든 저렇게 몰두한 적이 없었는데 참 신기한 일입니다. 어제(12일)는 딸에게 설거지를 부탁했더니 "아빤, 맨날 나만 시키고 그래!"라며 퉁퉁한 표정으로 설거지했는데, 오늘은 장장 6시간 동안 꼼짝도 않고 몰두하다니… 그것도 행복한 표정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힘들지 않아!"
"안 힘들어요!"
"설거지를 그렇게 했다면 어땠을 것 같아?"
"죽었을 걸요! 아마, 못했을 거예요. 히~히!"
"사랑은 그런 거야, 아무리 힘든 일을 해도 힘들지 않지!"
"네, 그런 것 같아요!"
"지난번엔 오빠에게 인형 만들어주려고 했던 것 같은데 어떻게 됐어?"
"바느질을 못해서 완전 망쳤어요! 개 뭐뭐가 됐어요."
"오빠가 그렇게 좋아!"
"네, 좋아요!"
"오빠가 군대 가면 제대할 때까지 기다릴 거니! 고무신 거꾸로 신을 거니!"
"몰라요, 그때 가봐야 알죠? 그런데 기다리지 않을지도 몰라요!"

아주 쿨한 대답입니다. 좋아할 땐 열심히 좋아하다가 현실적인 문제에 닥치면 본연의 위치로 복귀하는 연애법이 그렇게 나쁘게 생각되지 않습니다. 부모가 되어보니 목숨을 건 베르테르 식 연애보다는 쿨한 연애가 더 낫습디다. '불 꺼진 창'을 부르며 징징 짜던 저의 젊은 시절 실연 풍경이 스쳐 지나갑니다.

사랑하는 오빠에게 줄 밸런타인 데이 선물은 스무 개의 초콜릿이 담긴 상자와 비닐봉지 초콜릿 등 풍성하고 다채롭습니다. 거기서 끝인 줄 알았는데 떡고물이 있습니다. 엄마에겐 초콜릿 두 개, 아빠에겐 초콜릿 4개 담긴 예쁜 상자입니다. 초콜릿 세례를 받을 전도사 오빠 고놈을 생각하면 열 받지 아니할 수 없으나 그래도 이게 어딥니까!

딸이 만든 발렌타인데이 초콜릿. 과연, 아까워서 먹을 수 있을까요?
 딸이 만든 발렌타인데이 초콜릿. 과연, 아까워서 먹을 수 있을까요?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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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맨 큰아들 열공 중

15일 시험을 앞두고 열공 중인 아들
 15일 시험을 앞두고 열공 중인 아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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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시험을 앞둔 놈이 MT를 가겠다고? 너 정신 있는 놈이야 없는 놈이야. 어디 말해봐!"
"……."
"만약에 MT 가려면 각서 쓰고 가! 그리고 시험에서 떨어지면 군대 갈 때까지 집에 들어올 생각하지 마!"
"……."

08학번 아들에게 제가 붙인 별명은 'MT맨'입니다. 공부하기 위해 대학 갔는지 아니면 MT 가기 위해 대학 갔는지 모를 정도로 각종 MT를 섭렵하다 1학년을 마친 것입니다.

한 학기에 1천만원의 학비를 챙기는 것은 등짝 휘게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대학생 3명에서 2명으로 줄이기로 결정한 가운데 큰아들을 군대 보내면서 짐을 덜기로 했습니다. 물론 학비를 줄이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두 번째는 'MT중독증'에 빠진 아들을 건지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큰아들은 오는 6월에 입대할 예정입니다. 컴퓨터 전공을 살리기 위해 기술병으로 가겠다는 보람찬 계획을 세운 아들은 컴퓨터 활용능력 1급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험 일주일 앞두고 진행되는 1박2일 MT를 갔다 오겠다고 했으니 혼쭐을 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2주일 전에 크게 혼이 난 아들은 열공 모드를 취했습니다. 일주일 동안 날밤을 새워 공부하고 주일(일요일)엔 교회 갔다 와서도 공부하는 등 반성의 기미가 역력했습니다. 결국 몸살 나고 말았지만…. 그런데 그것은 아빠를 설득하기 위한 모종의 전술이었습니다.  MT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아들로서는 아빠의 야단에도 빠질 수도 없는 난처함이 있었던 것입니다.

"MT 갔다 와도 시험에 붙을 자신이 있으니 아빠 좀 설득해 달라는 거예요!"
"그런 정신 가지고 어떻게 시험에 붙어! 야, 아빠 방으로 와봐라!"

아내의 귀띔에 화가 난 저는 아들을 소리쳐 불렀습니다. 1시간가량 혼을 내고, 설득을 한 끝에 MT포기를 약속했습니다. 교회 친구들이 큰아들에게 붙인 별명은 '곰탱이'인데, 미련해서 붙인 별명이 아니라 곰처럼 등치가 크고 마음이 넓어서 붙인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 '곰탱이'는 심성이 참 착한 아들입니다. 그렇게 혼나고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훌훌 털고 '아빠~ 아빠~' 웃으면서 다가오는 친화력 99점입니다.

자식들의 여러 모습 중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역시 공부하는 모습입니다. 오는 15일(일) 시험을 앞둔 아들은 학원도 다니지 않고 독학으로 열공 중인데, 선배들로부터 용산참사 추모집회에 가자는 문자와 전화가 부지런히 오는데도 이를 거절하는 것은 저 또한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목표로 세운 자격증 취득을 통해 다음 단계로 이행하려는 아들의 모습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게 됩니다. 

MT맨은 이번 시험이 끝나면 일주일 동안 집을 비웁니다. 총학 주최 MT에서 맹활약하기 위해서입니다. 새내기 후배들을 갈급한 심정으로 기다리던 08학번 선배의 지극한 후배 사랑이 이어질 것은 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그래, 자기 할 일을 하면 MT 못 가게 말리나요. 공부할 땐 공부하고 놀 땐 놀자는 것이지, 놀 땐 놀고 공부할 때도 놀면 곤란하다는 것일 뿐!

딸에게 받은 발렌타인데이 초콜릿
 딸에게 받은 발렌타인데이 초콜릿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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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초콜릿처럼 달콤한 '밸런타인 데이 엄지'를 #5505로 쏴주세요~
내일이면 '밸런타인 데이'(2월 14일) 입니다. 사랑하는 이에게 마음을 고백하는 전략(?)을 세우셨나요? 아직 준비가 안 됐다면 '엄지뉴스'를 통해 고백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요즘 상업화된 밸런타인 데이의 의미를 다시 새기고자 '착한 초콜릿'이 뜨고 있다고 합니다. 바로 저개발국가의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만들어진 초콜릿 때문이죠. 이에 '공정무역'을 하는 기업들과 사람들이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일어나는 움직입니다. 이렇듯 달콤한 초콜릿에 쓰디쓴 진실이 숨어 있습니다.

그럼 여러분, 아무리 '착한 초콜릿'이라도 먹어버리면 사라지는 법! 달콤한 초콜릿과 함께 사랑하는 이에게 '엄지뉴스'를 통해 사랑의 메시지를 보내주세요. 그렇다면 여러분의 사랑이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엄지뉴스 #5505로 사진이나 동영상, 문자로 ♡ 마음을 전해보세요. 또 달콤한 음성으로 사랑을 전하실 분은 0506-131-5505로 음성 ♡ 메시지를 남겨주시면 됩니다.

아마도 엄지뉴스를 통해 새롭게 밸런타인 데이를 경험하실 수 있을 겁니다. 언제 어디서나 ♡을 전하는 엄지뉴스로 특별한 밸런타인 데이를 경험해보세요.


태그:#밸런타인 데이, #초콜릿, #남자친구, #전도사, #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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