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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는 국민들에게 철석같이 약속한 게 있습니다. 바로 '등록금 반값 정책'입니다. 이는 당시 등록금 1000만원 시대를 맞아 학자금 마련이 힘겨운 대학생들과 학부모의 표심을 잡기에 너무나 좋은 '떡밥용' '선심성' 공약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 이후 대통령과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반값 등록금 공약 자체를 외면해 언급하지 않거나, 어쩔 수 없이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이행계획과 의지를 국민들 앞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부, 대학등록금 문제 철저히 외면

 

 

지난 9월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 대통령은 아예 "나 자신은 반값 등록금을 공약으로 내세운 적은 없습니다"라고 딱 잘라 말했고, 추경예산 편성시 학자금 이자 경감에 배려할 생각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될 수 있으면 힘들지 않도록 해보겠다"는 얘기만 했을 뿐 적극적으로 어떻게 해보겠다는 답변은 회피했습니다.

 

또한 "교육이 자산이다" "돈이 없어 공부 못하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고 스스로 밝힌 이명박 대통령은 등록금을 경감한다면서 지난해 6월 국립대를 민영화하여 등록금을 폭등시키려 국립대법인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국제중-영어몰입교육-일제고사 등으로 공교육을 짓밟고 야만적인 입시경쟁과 사교육 시장만을 키워왔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지난 3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기초생활 수급권자 전원에게 2011년까지 무상장학금 지급, 소득연계형 학자금 대출 확대, 소득 2분위 학생까지 무이자 대출 실시 등을 골자로 한 등록금 경감대책을 내놓기도 했지만, 살인적인 등록금 폭등에 비해 교과부가 내놓은 대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의 생색내기에 불과했습니다.  

 

기초생활 수급권자에게 장학금을 확대하는 것은 이미 참여정부에서 계획된 일이고, 2008년 이미 기초생활 수급권자 대학 신입생 약 18,000명에게 400만원씩 지급되었습니다. 소득 2분위 학생까지 무이자 대출실시는 5분위까지 확대하겠다던 애초의 대선공약에서 한참 후퇴한 것이고, 소득 연계형 학자금 대출 확대는 취업 후 소득에 따라 원급을 갚아나가는 것이지만 현재의 고통을 미래로 전가하는 것에 불과했습니다. 2008년 당시 7.65%에 달하는 학자금 대출이자를 고려하면 빚더미를 눈덩이처럼 키우는 것과 다름 아니란 말입니다.

 

 

등록금 장사하는 대학, 빚더미로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대학생

 

덕분에 취업도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려운 대학생들은 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니 마련하지 못해 휴학에 군입대, 자퇴, 취직을 선택하거나 신용불량자로 내몰렸습니다. 이에 대학생과 학부모,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네트워크, 민주노동당 등은 이명박 정부에 등록금 문제해결을 작년 한해 내내 요구해왔습니다.

 

호주의 대학들처럼 등록금을 대폭 인하시킬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며, 소득수준에 맞는 등록금액 상한제, 후불제, 차등책정제, 등록금 증액 상한제를 외쳐왔습니다. 6조원이 넘는 사립대 재단적립금을 규제하고, 그 돈을 학생들을 위해 사용하게 하면 "뻥튀기" 된 등록금을 올리기는커녕 오히려 인하도 가능하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지난 10월 손병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 등록금상한제, 소득연계형 후불제 등 등록금규제정책을 공개적으로 거부하고, 이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성균관대 등 서울의 주요대학들이 올해(2009년) 등록금 인상을 방침으로 정해 나머지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을 부추겨 "2009년은 등록금 폭탄과 등록금대란이 필연적으로 찾아올 것이다"란 우려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습니다.

 

인상근거도 불명확하고 누구를 위한 인상인지도 알 수 없고 신용카드결제마저 거부한 대학들의 등록금인상에 등골이 빠지는 것은 대학생과 학부모들이었습니다. 가뜩이나 세계금융- 외환위기와 물가폭등으로 IMF보다 더 어렵다고 하는데 말입니다.

 

 

그 가운데 수천억원의 재단적립금(이화여대 5100여 억원, 연세대 2700여 억원, 고려대 1700여 억원)을 쌓아놓고도 등록금을 매해 인상하는 대학들은 사회적 지탄을 받음에도, 자성을 통한 대학재정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오히려 '기업화'돼 철저히 '등록금 장사'를 해댔습니다.

 

국공립대 발전 운영실태 또한 엉망임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대학발전기금을 총장 업무비, 교직원 해외 여행비 등으로 흥청망청 사용하니 당연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돈(장학금)이 없는거죠. 부산에서는 경찰이 회계투명성 등 문제들을 지적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반값등록금 이행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을 구속해버리기도 했습니다.

 

지난 11월 다시 정부는 경제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의 대학생 전원 무상지급, 근로장학금 확대, 정부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확대를 언급했지만, 이것도 그동안 정부가 발표한 것을 다시 짜깁기해 늘어놓는 수준으로 면피용 대책에 불과했습니다.

 

반값등록금을 수십 차례 약속한 정부여당과 교과부는 국민의 관심사이자 교육 공공성의 핵심 의제인 등록금 문제에 1년이 가까이 해결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더군다나 정부는 대학자율화와 수익자 부담 원칙을 내세워 사학들의 편의를 봐줬습니다. 수천억원 대의 적립금을 펀드, 주식과 같은 위험 자산에까지 투자하는 것을 본체  만체하면서 말입니다.

 

 

등록금에 등골빠지는 대학생과 학부모를 위해 약속 지켜라!

 

아무튼 작년 이명박 정부는 총 33조원의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한편, 강부자를 위해 감세를 매년 20조원 안팎으로 단행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돈의 일부, 그러니까 4대강정비와 '괴물' 경인운하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의 일부만 사용해도 등록금 문제는 너무나 쉽게 충분히 해결하고도 남을 듯 싶습니다. 그럼에도 저러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할 따름입니다.

 

다행인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성신여대, 상지대를 비롯해 전국의 약 20개 대학이 2009년 대학등록금을 동결하기는 했습니다. 경기침체와 극심한 민생고로 고통받는 서민과 대학생, 학부모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지만, 등록금 동결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연간 1000만원에 달하는 높은 대학 등록금으로 생기는 문제들은 올 한해 등록금 동결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오니 이명박 각하께 부탁합니다. 극심한 민생고로 허덕이는 대학생과 학부모를 위해서 당신이 한 약속을 지켜주세요! 왜 국민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십니까? 그러면 안 됩니다. 사람이 한 입으로 두 말 하면 안 되잖아요? 양심이 있어야지요? 안 그렇습니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반값등록금, #대학등록금, #대학, #등록금,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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