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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불 잔해에서 시신을 찾는 경찰을 보도한 <시드니모닝헤럴드>
 산불 잔해에서 시신을 찾는 경찰을 보도한 <시드니모닝헤럴드>
ⓒ 시드니모닝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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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피해자 제니스 미셸슨(42)이 방화범에게 쓴 편지가 많은 호주 사람들을 울리고 있다. 2월 11일자 <데일리텔레그래프>에 실린 미셸슨의 편지는 TV와 라디오를 통해 계속 소개되고 있다. 편지의 내용은 이렇다.

"너는 나쁜 놈(bastard), 너는 불 테러리스트다. 너는 살인자다. 당신은 내 이웃과 내 친구들을 앗아갔다. 내 집도 없애 버렸다. 당신은 이런 비참한 상황이 보고 싶을 정도로 사람들을 싫어하는가?

당신으로 인한 피해는 너무나 크다. 내 이웃들은 지난 토요일에 "오 마이 갓! 나는 죽을 것만 같아"라고 울부짖었고, 차라리 빨리 죽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당신은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뭐라고 말하겠나. 그리고 나처럼 슬픔에 겨운 이웃에게는?

나는 그들을 영원히 볼 수 없으며, 슈퍼마켓 등에서 '하이'라고 인사할 수도 없게 됐다. 나는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그들에게 손을 흔들 수도 없다.

그래, 나는 내 집이 불타기 단 몇 분 전에 탈출을 결심하여 살아남았다. 나는 겨우 고양이와 사진 몇 장 들고 나왔을 뿐이다. 그게 내 전부다. 어제 내가 살던 곳에 가보았는데 아무 것도 없었다.

호주 소방대원들과 비상구호반원들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그들은 타인을 구하기 위해서 자신의 생명까지 내놓고 일하는 진정한 영웅들이다. 그들은 지금도 그 엄청난 일들을 하고 있다.

나는 어제, 어떤 오토바이를 탄 남자가 휘발유 통을 메고 소나무 숲에 나타났다는 얘기를 들었다. 바로 그에게, 또는 그 어떤 방화범에게 말하고 싶다. 그 휘발유를 네놈의 몸에 뿌리고 성냥을 그어대고 싶다고.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해를 끼친 적이 없다.

그들이 그동안 정신병을 앓았고 방화관련 정신질환을 앓았다는 얘기 따위는 듣고 싶지도 않다. 당신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똑똑히 알아야 한다. 나는 지금 당신들 때문에 속이 터질 것 같다."
- 그동안 칼링니에 살았던, 제니스 미셸슨 씀

 방화범을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한 피해자를 보도한 <데일리텔레그래프>
 방화범을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한 피해자를 보도한 <데일리텔레그래프>
ⓒ 데일리텔레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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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주민은 집을 태우지 않아 고맙다고 피켓을 쓰기도 했다.
 한 주민은 집을 태우지 않아 고맙다고 피켓을 쓰기도 했다.
ⓒ 디 오스트레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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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현실로..."이번 산불, 방화범들에 의한 발화 많다"

산불이 시작된 날이 토요일(2월 7일)이어서 '검은 주말(Black weekend)'로 이름 붙여진 호주 산불 재난이 6일째를 맞았다. 최고기온 섭씨 49도까지 기록했던 폭염이 20~25도로 내려가면서 큰불은 많이 잡았으나, 21곳의 산불은 아직도 번지고 있다.

현재까지 18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부상자가 속출했다. 하루가 다르게 사망자 숫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사망 가능성이 높은 중상자가 많기 때문이다. 빅토리아 주 경찰청장은 최종 사망자 수가 300명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피해를 불러온 산불의 발생 원인이 상당 부분 방화범(arsonist)의 소행으로 밝혀지고 있어 호주 국민들 사이에서 분노가 들끓고 있다. 특히 위틀씨에 이어서 두 번째와 세 번째로 많은 희생자를 낸 메리스빌 지역과 처칠 지역의 산불이 방화로 밝혀져 12일 오후에 방화 혐의자의 몽타주가 공개될 예정이다.

12일 아침 <채널7>에 출연한 크리스틴 닉슨 빅토리아 주 경찰청장은 "아직 수사 중이라서 공개할 수 없지만, 방화범들에 의한 발화가 많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면서 "현재 경찰특수반이 정밀조사 중인데, 로열 커미션(Royal commission. 한국의 특검 형식)이 구성되면 장기간 조사가 이루어질 것이다. 방화는 최악의 범죄"라고 말했다.

실제 얼마 전에는 뉴사우스웨일스 주 산불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이 임무를 끝내고 교대하다가 방화범을 체포하기도 했다. 파트타임 소방관인 마크 홈스톤은 화재현장을 어슬렁거리던 제이슨 니콜라스 화넬(31)을 고스포드 경찰서에 넘겨 두 건의 방화를 자백 받았다.

 탈진상태에 빠진 소방관.
 탈진상태에 빠진 소방관.
ⓒ TV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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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범의 특징 : 남성, 고독한 사람, 공동체로부터 단절된 사람

'방화가능성'이 커지면서 방화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호주언론 보도에 따르면, 호주 방화범들은 주로 남성, 고독한 사람, 공동체로부터 단절된 사람들이다. 또 자신이 저지른 산불을 바라보기를 즐기는 병적 욕구의 소유자가 많다고 한다. 불길이 치솟고 사이렌 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리면 흥분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고.

지금은 은퇴한 로스 브로간 NSW주 화재감식원은 "방화에 매료되는 심리는 어릴 적부터 시작된다"면서 "방화 동기를 밝히는 게 매우 힘들지만, 이번 빅토리아 주의 방화범은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의 날씨에 불이 나면 어떤 결과가 올지 알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방화범죄 연구학자 데몬 뮬러 박사는 "이번 빅토리아 주 산불 재난에 관련된 방화범은 한 명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400곳의 산불 중에서 상당한 숫자가 방화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호주에는 2007~2008년에 체포된 방화범만 73명(성인 18명, 미성년자 55명)에 이른다. 또한 방화로 인한 피해액만 연간 16억 호주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최고 25년으로 제한돼 있는 관련법을 개정해 방화범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2월 10일 호주 유일의 전국일간지 <디 오스트레일리안>이 방화범의 살인죄 적용 여부에 대한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 결과도 92% 찬성이었다.

<데일리텔레그래프>의 수석칼럼니스트 피어스 아커맨은 10일자 칼럼을 통해 "이번 산불로 인한 사망자가 발리 테러로 숨진 80명보다 세 배 이상 더 많다"면서 "이번에 불을 지른 방화범들은 테러리스트나 마찬가지이니 테러리스트로 처벌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산불 진압 소방관들의 고충을 보도한 <시드니모닝헤럴드>
 산불 진압 소방관들의 고충을 보도한 <시드니모닝헤럴드>
ⓒ 시드니모닝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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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화재의 절반은 방화... 방화범 중에는 소방관도 다수"

한편, 2월 10일자 <데일리텔레그래프>는 '방화버러지들(The firebugs)'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호주에서 매년 5만 건 정도 발생하는 산불의 절반이 방화에 의한 것인데, 방화범 중에는 상당수의 소방관도 포함된다"고 보도, 소방관에 포커스를 맞췄다.

특히 방화심리 전문가 레베카 돌리 박사의 말을 인용해 "호주 방화범 중에는 소방관이 아닌 방화범(non-firefighter arsonist)과 소방관 방화범(firefighter arsonist)이 있다"고 보도해 호주 국민들을 경악케 했다.

돌리 박사는 "일반 방화범이 혼돈을 위한 병적인 욕구로 불을 지르는 것과는 달리, 소방관 방화범은 공동체로부터 자신이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소영웅주의 심리 때문에 불을 지른다고 조사됐다"면서 "시골지역 소방관은 일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산불을 지르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돌리 박사는 이어 "일반 방화범의 유형도 복수나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 불을 지르는 케이스와 무조건 불을 지르는 케이스로 나눌 수 있는데, 후자의 경우 똑같은 범죄를 반복적으로 저지르는 사례가 많아 사회적으로 격리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드니 동북부 쿠링가이 공원에서 소방관들이 '맞불 놓기(back burning)' 훈련을 하다가 큰 불로 번지는 사고가 일어났던 지난 2006년, 그 산불에 대해 몇몇 언론에서는 "실화(失火)가 아닌 소방관 방화범의 방화"라는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12일, 방화 혐의자 2명이 체포됐다.
 12일, 방화 혐의자 2명이 체포됐다.
ⓒ 디오스트레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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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 혐의자 2명 긴급 체포... 산불 두 곳 여전히 위험

이런 가운데 12일 오전 11시, 크리스틴 닉슨 빅토리아 주 경찰청장은 "경찰당국이 2명의 방화 혐의자를 긴급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언론들은 이 발표를 속보로 전하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는 반응 보이고 있다.

또 빅토리아 주에서 아직 꺼지지 않은 산불 중 두 곳의 불길이 위험스레 번지고 있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더욱이 호주기상청이 이번 주말부터 기온이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예보하고 있어 소방당국도 초비상 상태다.

한편, 5000여 명의 산불 이재민이 모여 있는 위틀씨 커뮤니티 센터에는 호주 전역과 해외에서 오는 구호품이 접수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답지하고 있다. 정치인, 연예인, 스포츠 스타들도 줄을 이어서 구호현장을 찾고 있다. 하루 전에 호주-뉴질랜드 크리켓 경기를 벌인 호주 대표 팀도 경기가 끝나자마자 위틀씨를 찾았다.

11일 오전, 위틀씨를 찾은 줄리아 길라드 호주 부총리와 악수를 하던 10세 가량의 소년은 웃으며 아래와 같이 말했다. "여기에 먹을 것도 많고, 입을 것도 많아서 너무 좋아요. 집은 나중에 가면 되잖아요." 그러나 그의 옆에 있던 엄마는 "돌아갈 집이 없다. 다 탔다"면서 울먹였다. 이것이 현재 호주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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