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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사 풍경
 성불사 풍경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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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사 찾아 가는 길

해가 뜬 지 한참을 지났는데도 황사처럼 뿌연 안개는 걷히지 않는다. 광양 읍내를 지나 봉강면으로 올라선다. 산들 사이에 작은 들을 만들고서 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면소재지를 지나 산을 가르며 흐르는 물길을 따라 산골로 들어간다.

백운산 능선으로 이어지는 도솔봉을 찾아간다. 여름철이면 물놀이로 북적이던 성불계곡은 인적이 없다. 계곡은 차로 올라가는데도 상당히 길다. 산길을 한참 구불거리며 올라간다. 이렇게 가다가 차로 산에 올라가는 거 아닐까? 많이도 올라간다. 고도계는 해발 300m를 넘어서고 있다.

산속 깊숙이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산길은 성불사에서 올라간다는데. 돌 코끼리 한 쌍이 산사로 들어가는 입구를 지키고 있다. 일주문이 무척 크다. 오늘 산행은 성불사에서 형제봉으로 넘어가는 새재를 거쳐 도솔봉에 올랐다가 다시 성불사로 내려오기로 하였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셨다는 대보탑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셨다는 대보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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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사는 신라말기 도선국사(827~898)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당시에는 주변에 많은 암자를 거느린 대가람이었으나, 임진왜란 때 모두 소실되었다가, 최근 들어 절집을 복원했다고 한다.

높은 계단 위에 있는 천왕문은 들어서는 걸음을 조심스럽게 만든다. 마당에는 1995년 태국으로부터 가져온 부처님 진신사리를 안치했다는 커다란 5층탑이 서있다. 조용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붕어가 청량한 풍경소리를 내고 있다.

범종루 처마에 걸린 풍경
 범종루 처마에 걸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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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재 올라가는 길
 새재 올라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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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뢰쇠 물 채취 한창

요사채 뒤로 새재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난데없는 불청객에 개가 요란하게 짖어댄다. 산길은 절 뒤로 돌아서 올라간다. 계곡으로 이어진 산길로 들어서니 나무들이 링거줄을 줄줄이 달고 있다. 고로쇠 물을 채취하는 광경이다.

고로쇠는 단풍나무의 한 종류인 고로쇠나무에서 나오는 수액이다. 나무 이름이 고로쇠라니, 부르기도 어렵다. 여기에는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풍수지리의 원조인 도선국사가 신라 말 광양 옥룡사에서 수행 득도 중 무릎이 펴지지 않아 나뭇가지를 잡고 일어서다 나뭇가지를 부러뜨렸다고 한다.

그런데 부러진 나뭇가지에서 물이 나오는 것이 신기해서 이를 마시니 무릎이 펴지고 원기가 회복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도선국사는 “뼈에 이로운 물”이라는 뜻으로 골리수(骨利水)라 명명했는데, 언제부터인가 무쇠처럼 단단하다하여 “고로쇠”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고로쇠 물 채취. 옛날에는 나무에 칼로 껍질에 상처를 내서 물이 흘러 나오게 했는데 요즘은 드릴로 나무에 구멍을 뚤어 물을 채취한다.
 고로쇠 물 채취. 옛날에는 나무에 칼로 껍질에 상처를 내서 물이 흘러 나오게 했는데 요즘은 드릴로 나무에 구멍을 뚤어 물을 채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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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쇠 약수는 매년 경칩일 전후 채취하여 마실 수 있다. 고로쇠 약수가격은 50,000원/18 ℓ
 고로쇠 약수는 매년 경칩일 전후 채취하여 마실 수 있다. 고로쇠 약수가격은 50,000원/18 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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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은 계곡을 따라 올라간다. 고로쇠나무들도 줄줄이 물주머니를 달고 있다. 마치 나무들이 헌혈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칼자국이 심하게 나있는 나무들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가끔 가다 물을 채취하는 산꾼들이 큰 소리를 낸다. 아마 등산객들에게 고로쇠 물을 함부로 만지지 못하게끔 경고하는 것 같다.

호남정맥 길을 따라 도솔봉 가는 길

햇살을 가득 받은 산길은 따뜻하다. 가지만 남은 나무들은 햇살을 여과 없이 내려주고 있다. 땀이 온몸을 젖는다. 가파르게 경사진 길을 무척 힘들게 올라간다. 파란하늘과 대비된 능선길이 보인다. 새재다. 산 능선으로 길이 이어진다. 호남정맥 길이다.

도솔봉 방향으로 길을 잡고 올라간다. 조금 올라서니 등주리봉(840m)에 올라선다. 늦게 산행을 시작한지라 점심시간이 지났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김밥 하나와 사과 하나. 까마귀가 조금 남겨달라고 나무 위에서 ‘까악’ 거리며 울어댄다. 사과를 쪼개서 몇 조각 남기고 일어서니 기다렸다는 듯이 내려앉는다.

도솔봉까지의 산행길은 완만하게 오르락내리락 거린다. 산길은 앙상한 가지만 남은 신갈나무 사이로 이어간다. 산 능선 외줄기 길을 따라 이어가는 커다란 산줄기는 커다란 용이 꿈틀거리는 듯 웅장하게만 느껴진다. 이 길이 끝나는 곳이 바다와 만나고, 백두대간에서부터 흘러온 호남정맥이 끝나는 곳이다.

도솔봉 정상에서 본 호남정맥 능선
 도솔봉 정상에서 본 호남정맥 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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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봉 정상
 도솔봉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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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길을 어떻게 내려가나

조금씩 고도를 올라가더니 바짝 올라서는 봉우리를 만난다. 오늘의 목적지인 도솔봉이다. 성불사에서 2시간 정도 걸었다. 안개가 자욱하여 주변 경치를 제대로 감상할 수 없어 아쉽다. 바위에 걸쳐 앉아 물을 한모금 했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잿빛 나무들이 허전하게만 보인다. 어서 새잎이 돋아나고 푸르름으로 가득 찼으면 좋겠다.

도솔봉에서 성불사로 바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던데, 길이 희미하다. ‘사람들이 많이 안 다녔겠지’하고 길을 잡고 내려섰다. 하지만 길은 점점 흐려지더니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길을 잘못 들었나?’

옆 능선으로 올라도 가보았지만 길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되돌아 올라가기에 너무 많이 내려와 버렸다. 별수 없다. 계속 내려가 보자. 가끔 보이는 등산리본을 보아 영 길이 없는 것은 아닌가 보다.

봄이 왔는데 아직 가을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봄이 왔는데 아직 가을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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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으로 내려가는 너덜길. 이런길을 한시간 정도 내려갔다.
 계곡으로 내려가는 너덜길. 이런길을 한시간 정도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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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으로 이어진 길은 너덜길이다. 바위를 폴짝거리며 내려가는 길은 다리를 힘들게 만든다. ‘이렇게 언제 내려가니?’ 아내가 투덜거린다. ‘등산리본이 가끔 있는 걸로 봐서 등산로가 맞긴 맞잖아.’ 그렇게 한 시간 정도 너덜 길을 내려왔을까? 다시 작은 산길이 나타난다. 그러고도 한참을 내려오니 성불사가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산행길 : 성불사-(1.3㎞/50분)-새재-(2.1㎞/75분)-도솔봉-(2.7㎞/130분)-성불사
전체 산행거리/시간 : 6.1㎞/4시간 15분



태그:#도솔봉, #성불사, #고로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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