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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이 지난 6일 서울 시내 고등학교 학교장들을 모아 놓고 일제고사 점수를 올릴 것을 요구하였다. 고등학교뿐 아니라 지역 교육청에서는 중학교 교장, 교감들을 모아 놓고 같은 내용의 회의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부 교육청 등 몇몇 지역교육청에서는 직접 교육청 담당 장학사가 학교를 방문하기까지 하면서 이를 종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 학교에서는 교무회의에서 인근 학교 평균과 자기 학교 평균 점수를 비교하는 표를 인쇄해서 나누어주고 학교 순위를 이야기하면서 일제고사 학교 평균 올리기를 종용하기도 했다.

 

외형적으로는 서울교육청은 백지답안, 일자답안 등 무성의한 답안 작성 때문에 제대로 된 학교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아 이를 제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실은 곧 있을 교육청별 성적 공개 때문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일제고사 평균 점수 올리기 위한 서울교육청의 꼼수는 성적 조작

 

교육과학기술부는 오는 16일경에 지난 해 치러진 일제고사 성적을 시도별로 공개할 예정이다. 그런데 알려진 바에 의하면 서울교육청이 다른 시도 교육청에 비하여 성적이 높지 않게 나온 것이다.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학력 향상을 공약으로 내걸어 초등학생까지 경쟁하도록 만들겠다고 장담하던 공정택 서울교육감으로서는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

 

게다가 사교육 1번지 강남, 목동을 비롯하여 전국에서 사교육도 가장 많이 시키는 곳이 서울인데, 이런 서울이 다른 시도에 비하여 평균이 떨어진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이에 서울교육청에서 "서울의 학업 성취도가 낮게 나온 것은 학생들이 답안지를 무성의하게 작성한 것 때문이지 학업 성취도가 낮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라는 변명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서울의 평균을 올리겠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백지 답안이나 일자 답안뿐 아니라 성적이 많이 떨어진 학생의 답안지까지 빼고 재채점한 결과를 보니 학력 미달 학생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학교와 서울 평균을 높이기 위해서 성적이 낮은 학생들의 답안까지 제외하고 재채점을 하도록 한 것은 명백한 성적 조작에 해당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어졌다.

 

어느 시험을 막론하고 평균을 내거나 석차를 매기는 데 백지답안이나 일자답안, 또는 성적이 낮게 나온 학생의 답안을 제외하고 채점하는 경우는 없다. 즉, 파면·해임 당한 교사들이 성적 조작을 한 것이 아니라 서울교육청이 성적 조작을 지시하였다는 것이다.

 

 

서울교육청이 스스로 증명한 학교 서열화 의도와 징계의 부당성

 

이번 사태를 통하여 서울교육청은 스스로 두 가지를 증명했다. 하나는, 일제고사는 학교나 학생 점수를 매기지 않기 때문에 서열화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서울교육청은 다른 시도보다 성적이 낮다는 것이 확인되자 일부러라도 학교 평균을 조작하려고 한 것이다.

 

학교에서는 인근 학교와 평균을 비교해 학교별 석차까지 알고 있다. 학생들의 성적표에도 전국 평균, 학교 평균, 반평균, 자기 점수 등이 숫자로 기록되어 있어 학교별, 지역별 서열화가 아니라는 교과부와 서울교육청의 주장이 거짓임이 명백히 드러났다.

 

두 번째는, 학생들이 백지 답안, 일자 답안, 중복 답안 등을 낸 것이 일부 교사들의 선동에 의한 것이 아니라 많은 학교들에서 학생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이다. 서울교육청은 지난 해 12월 학생들의 백지 답안이 일부 전교조 교사들의 선동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세화여중의 김영승 교사를 중징계하도록 했다.

 

서울교육청의 이런 지시에 의해 김 교사는 지금 파면 해임을 당할 처지에 놓여 있다. 그런데 세화여중뿐 아니라 많은 학교들에서 백지답안 등이 학생들에 의해 제출된 것이 확인된 만큼 백지 답안을 김 교사가 선동했다는 주장을 스스로 뒤집어 버린 것이다.

 

서울교육청은 공정택 교육감의 공언과 사교육 천국이라는 비난 속에서도 낮은 평균이 부끄러웠던가 보다. 그러나 서울교육청이 진정으로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은 낮은 일제고사 성적이 아니라 평균을 올리기 위해 재채점을 지시하고, 일제고사를 반대한 교사들을 파면 해임한 것이다.

 

일제고사로 인해 예상되는 부정과 비교육적 사례

 

지난 일제고사에서 일부 학교에서 운동부와 장애인 학생들의 답안지를 제외하거나, 집단으로 체험학습을 가도록 하여 물의를 일으켰다. 서울교육청이 전국 시도의 일제고사 성적 공개를 앞두고 일선 학교장들에게 재채점을 통하여 평균을 올리도록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국이나 미국에서 학교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성적이 낮은 학생들에게 결석하게 하거나 시험 부정을 묵인하는 등의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서울교육청의 이번 사태는 이런 부정 행위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영국에서도 이런 부작용들 때문에 중고등학교의 일제고사를 폐지해 결국 올해부터는 초등학교에만 일제고사가 남았고, 미국에서도 오바마 새 대통령은 일제고사의 폐지 또는 개선을 공약으로 내었다.

 

일제고사 성적 공개에 의한 이번 재채점 사건으로 증명된 일제 고사의 학교 서열화 의도와 비교육적 행태의 예견에도 불구하고 교과부와 서울교육청이 계속 일제고사를 고집할지 주목된다.


태그:#일제고사, #서울교육청, #성적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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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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