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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집트 여성들 사이에서는 격투기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건강을 위한 운동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 당할지 모르는 성희롱에 대비하기 위해 호신술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한국시각으로 9일 '이집트 여성들이 성희롱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면서 직접 호신술 배우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이집트 여성들은 성희롱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보수적인 무슬림 국가인 이집트 특성상 여성들이 성희롱을 당했다고 호소해도 오히려 처신이 바르지 못하다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당사자는 물론이고 가족들까지 비난을 받아야 했다.

 

이집트 정부 역시 성희롱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고 심지어 일부 경찰들도 가해자가 되었다.

 

성희롱 피해자가 오히려 비난 받아

 

그러나 결국 이집트 사회에서도 성희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인터넷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무슬림 휴일에 수도 카이로 시내에서 한 여성이 남성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을 타고 급속히 퍼진 것이다.

 

인터넷 사용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은 물론이고 외국인들 역시 이집트에 만연한 성희롱 문제에 대해 비난을 쏟아냈고 결국 정부와 언론 역시 더 이상 이를 무시할 수 없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이집트 법정에서 처음으로 성희롱 피고인이 유죄를 선고했다. 피고인 남성은 트럭을 몰고 가던 중 걸어가는 여성을 발견하고는 차에서 내려 가슴을 꼬집는 등 성희롱한 죄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피해 여성은 "당시 성희롱을 당하자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큰일도 아닌데 왜 그러느냐는 핀잔만 들었다"며 억울해했다. 

 

이집트여성권익센터의 네하드 콤산 원장은 "성희롱이 아주 심각한 범죄라는 것을 알릴 수 있는 상징적인 판결"이라며 환영했지만 여성들이 자신의 몸을 직접 보호하기 위해 호신술을 배우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이집트 여성들 '믿을 것은 오직 호신술뿐'

 

이집트여성권익센터는 최근 충격적인 사실을 발표했다. 2022명의 이집트 남녀와 이집트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여성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무려 이집트 여성의 83%, 외국인 여성의 98%가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것이다.

 

또한 남성들 역시 62.4%가 여성들에게 성희롱을 한 적이 있다고 답하면서 이집트가 세계 최고의 성희롱 발생 국가라는 오명은 더욱 확실해졌다.

 

이집트 여성들은 신체 노출을 금기시하는 무슬림 법도에 따라 머리와 얼굴을 두르는 베일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성희롱을 당했다며 '베일 무용론'을 주장하고 있다. 여성의 상징인 베일이 오히려 남성들의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집트여성권익센터는 "인터넷을 통해 성희롱 근절 운동을 펼치며 이 문제를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이집트 여성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호신술을 배우고 있는 아스마 무하마드라는 여성은 "이집트에서는 여성들이 스스로 자기 몸을 지키는 법을 배워야 한다"며 "우리는 남성들의 나쁜 행동들로 가득 찬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태그:#이집트 여성, #호신술, #성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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