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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사자나 기린, 코끼리 같은 야생동물들과 넓은 초원들. 그렇다면 그런 아프리카의 여러 국가와 국민들에 대한 이미지는? 기아와 난민, 전염병과 내전 같은 가슴 아픈 장면뿐이다.

하지만 아프리카를 가난에 허덕이는 곳으로만 보는 건 적절하지 않다. 아프리카는 가장 많은 천연자원이 지하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곳인 동시에 10억에 달하는 인구가 매년 7%의 가파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거대한 대륙이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한국으로서는 아프리카에 산재한 석유, 구리 등의 천연자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여행, 유학, 사업을 위해 아프리카행을 택하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정보와 현지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나아가 이들을 아프리카 전문 인력으로 양성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아프리카 진출 동호회가 있다.

이들은 초행자들을 위해 아프리카 각지에 세이프 포인트와 워크캠프를 설치하고, 세 팀으로 나누어진 대륙 종단 홍보 사절단을 파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입춘을 앞두고 겨울 같지 않게 포근했던 2월의 첫날, 네이버 고고아프리카 운영자 문헌규(34, ID:알맨)씨를 만나봤다.

아프리카 진출 동호회 네이버 <고고아프리카> 운영자 문헌규씨
 아프리카 진출 동호회 네이버 <고고아프리카> 운영자 문헌규씨
ⓒ 이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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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씨는 "직장생활을 하던 중 나 자신에게 투자할 목적으로 아프리카 대륙을 종단한 적이 있다"며 "여행 이후 남아공에서 1년간 머물며 영어를 공부했는데 교민들간의 네트워크도 빈약하고 정보도 얻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문씨는 또 아프리카에서 한국의 외교력이 아직까지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며 "아프리카 여행 도중 문제가 생겨 억류되는 일이 벌어지면 일본인은 2시간, 미국인은 4시간만에 풀려난다. 하지만 한국인은 며칠씩이나 갇혀 있다 벌금이나 뇌물을 지불해야 가까스로 석방된다"는 이야기들이 아프리카 여행객 사이에서 떠돈다고 소개했다.

문씨는 "귀국 후 직장에서 아프리카 관련 스포츠 에이전트업무를 담당하다 알게 된 아프리카 전문가들과 의기투합,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아프리카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네이버 카페를 운영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일본인은 2시간, 미국인은 4시간... 한국인은?

-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2006년까지 직장생활을 하던 중 나 자신에게 투자할 목적으로 아프리카 대륙 종단 여행을 했다. 이후 남아공에서 1년간 머물며 영어를 공부했는데 교민들간의 네트워크도 빈약하고 정보도 얻기 힘들었다.

아프리카에서 한국의 외교력 또한 아직까지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다. '아프리카 여행 도중 문제가 생겨 억류되는 일이 벌어지면 일본인은 2시간, 미국인은 4시간만에 풀려나고 한국인은 며칠씩이나 갇혀 있다 벌금이나 뇌물을 지불해야 가까스로 석방된다'라는 이야기들이 아프리카 여행객 사이에서 떠돈다. 귀국하고 나서 이런 상황을 해결해 보고자 몇몇 전문가들과 함께 아프리카 진출 동호회 고고아프리카를 만들게 되었다."

케이프타운에서 남아공 어학연수생 시절의 문헌규씨 (사진오른쪽)
 케이프타운에서 남아공 어학연수생 시절의 문헌규씨 (사진오른쪽)
ⓒ 문헌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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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고아프리카'는 유학원 내지 여행사라고 생각하면 되나?
"아프리카에 관해 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려 노력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여행사로 알고 있지만 유학원이나 여행사와는 달리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인적 네트워크이다. 여행과 유학, 이민 사업 등 포괄적인 아프리카 진출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10년 월드컵을 계기로 아프리카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정보를 얻기 힘들고 현지 한인들도 네트워크가 빈약한 형편이다. 아프리카 여행 경험이 있는 사람, 현지 이민자들, 상업적인 에이전트 등 다양한 채널로부터 균형 있는 자료를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

- 아프리카 관련 정보 제공과 인적 네트워크 구축, 그것뿐인가?
"지난해부터 한국인들로만 구성된 대륙종단팀을 구성해서 현지인에게 대한민국을 알리는 한편 이민사회에 활력소가 되려 노력하고 있다. 지금도 오프로드 차량팀과 대학생 문화사절단, 두 개의 종단팀이 각각 40일 일정으로 파견된 상태이다. 아프리카는 초행자가 여행 중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 곳이다 보니 현지 한인들로 하여금, 응급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세이프 포인트를 설치하게 하기도 한다. 이들은 아프리카 현지인들에게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워크캠프도 운영하고 있다."

턱없이 부족한 외교인력에 속이 터져

- 한국인들의 안전 사고 처리 같은 경우는 한국대사관의 업무 아닌가?
"우리 대사관의 인력 구조상 교민 보호가 취약하다. 일본보다 한국 교민이 더 많은데도 일본의 외교 인력이 우리보다 7배, 많게는 10배 이상이다. 에티오피아 같은 경우 한국 영사관 직원이 3명에 불과한데, 일본과 중국은 외교관과 행정관 200명이 포진해 있다. 대사관 규모는 교민 수에 비례하는 게 아니라 무역의존도에 따르기 때문이라 한다. 개인적으로도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이다. 아프리카의 54개 국가들 중에서 우리 대사관이 있는 나라는 이집트와 남아공뿐이며 나머지 나라들에는 영사만 설치되어 있다. 이런 현실에 '속 터져서'(웃음) 만든 것이 고고아프리카다."

- 종단프로그램에 대해 더 알고 싶다.
"국내에 부족한 아프리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향후 본격적인 아프리카 진출을 위한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한편, 현지인들에게 대한민국을 홍보하는 것이 주요 취지다.
지난해부터 오프레이스팀, 사회인 경제사절단, 대학생 문화사절단, 이렇게 세 팀의 종단팀을 나누어서 파견하고 있다. 현재 2009년 오프레이스팀과 대학생 문화사절단이 현지에 파견되어 40일 일정으로 종단을 진행 중이다."

2009년 고고아프리카 대륙 종단팀 문화사절단
 2009년 고고아프리카 대륙 종단팀 문화사절단
ⓒ 문헌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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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각의 역할이 다를 것 같다.
"오프레이스팀은 국내 모터사업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것으로 전국 규모의 레이스 대회에서 3위 이내에 입상한 전문 레이싱팀을 섭외하고 있다. 드라이버 외에도 엔지니어 두 명과 촬영 담당 등이 팀 구성원이다.

경제사절단은 사회경험 3년 이상의 경력자들로 하여금 산업규모, 도로상황, 한국의 인지도 조사 등 정부와 기업이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대학 교수와 방송 작가 등 저명한 인물들로 구성을 준비 중이다.

대학생 문화사절단의 경우는 현지인들에게 대한민국의 문화를 알리며 종단 일정에 대한 영상물, 사진 등의 기록물을 제작한다. 특히 대학생들에게는 취업이 중요한 시대이지 않나. 단순히 좋은 경험에서 머무를 것이 아니라 기업체에 아프리카 전문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종단프로그램 후 문화교류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고 있다. 각종 출판이나 언론 공개는 물론이고, 외교부 산하 기관인 한-아프리카협회를 통해 경력증명서와 취업추천서를 발급한다. 아프리카 현지에서 보여준 문제해결 능력과 현실감각이 공인된 전문 인력이기 때문에 기업에도 메리트가 있다."

아프리카의 천연자원을 얻으려면 그들의 마음을 얻어야 해

- 종단프로그램을 통해서 본 아프리카 대륙의 시장성은 어떠한가?
"아프리카에 진출함으로써 한국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천연자원이다. 세계에서 가장 자원을 많이 가진 대륙이 아프리카다. 북미나 호주 같은 다른 곳의 천연자원은 이미 다국적기업들이 다 점령한 상태다. 아프리카는 그래도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자원이 부족한 한국이 취득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옛날처럼 자본이나 군사력을 내세워서 이들을 착취할 수는 없다. 이들과 우리가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이해시켜야 한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한국을 좋아하는 건 우리도 식민 지배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자기들처럼 열강의 식민지배를 받았으면서도 경제적으로 급성장한 우리 역사를 주목하려 한다. 아프리카에서 일하는 선교사나 자원봉사자 중에서 한국 사람이 가장 많다. 4000명 정도 되는데 주로 한국어와 컴퓨터, 태권도 등을 가르치고 있다. 이들은 현지인 교육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현지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이다.

소비시장으로서 아프리카는 아직은 부족한 편이다. 시장성이 낮고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대륙 총 인구가 9억 5천만명 정도인데 실제 물류를 소비할 수 있는 인구는 8천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넓은 땅과 방대한 인구가 가진 가능성만은 무시 못한다. 중국과 일본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아프리카에서 공장을 운영하지만 아직까지 한국 공장은 없다. 제품의 신뢰도는 곧 국가신뢰도다. 한국 휴대폰이 신뢰를 받으면 다른 기업들도 진출하기 쉬워진다. 우리 기업들도 좀 더 멀리 봤으면 좋겠다."

2008년 고고 아프리카 대륙종단 문화사절단이 에티오피아의 한국전쟁 참전 기념관을 탐방하고 있다
 2008년 고고 아프리카 대륙종단 문화사절단이 에티오피아의 한국전쟁 참전 기념관을 탐방하고 있다
ⓒ 문헌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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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발적 참여만으로는 운영에 한계가 있지 않나. 기업을 상대로 한 스폰서십은 어떠한가?
"단체를 운영하려면 돈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기업으로부터 전면적으로 지원받는 것은 거절하고 있다. 운영진이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동호회 원래의 취지를 잃어버릴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대륙 종단팀 같은 개별적인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여행사와 유학원, 여행용품업체 등으로부터 협찬을 받고 있다."

- 카페를 운영하면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나 뿌듯했을 때가 있다면?
"아프리카로 혼자 여행간 딸이 연락 두절되었다는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었다. 떠나기 전 남긴 여행 루트를 확인하고 현지 세이프 포인트의 지킴이들에게 연락하여 여행객이 머무를 것으로 추정된 짐바브웨의 게스트하우스를 뒤졌다. 다행히 무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안도했던 적이 있다. 이후 여행객의 어머니께서 작은 선물도 보내왔는데 뿌듯함을 느꼈다."

이야기를 마친 뒤 자리를 정리하다 말고, 지금 하고 있는 인턴기자 생활이 끝나면 다음번 종단팀에 참여할 생각이 있다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넌지시 꺼내봤다. 3시간여에 걸친 인터뷰로 피곤할 만도 하건만 문씨의 얼굴에는 다시 화색이 돌기 시작한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나 책에서 본 것 이상의 충격적인 상황에서 더 강해질 수 있다고, 기자 경험이 있으니 다른 팀원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초롱초롱 빛나는 문씨의 눈동자에서 열정과 자신감이 느껴졌다.

덧붙이는 글 | 이중현 기자는 <오마이뉴스> 9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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