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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말(馬)은 태어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고 했던가. 다들 서울로 올라간다. 특히 대학 졸업을 앞둔 지방의 20대 중후반 청년들은 서울로 가기 위해 잠시 서울에 머물다 오는 것이 하나의 '통과의례'가 돼버렸다. 공부를 하기 위해서, 취업정보를 얻기 위해서, 서울정보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등 목적이야 많다.

 

하지만 '직업'을 위한 공부는 곧 한계에 부딪힌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은 뭘까? 나에게 맞는 직업은 뭘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있기는 할까? 적성에 맞지 않으면 어떡하지? 보수는 또 어떻고… 등등.

 

평생을 고민해도 찾기 어려운 이 어려운 질문들은 때로 아주 찰나의 순간에 답이 구해지기도 한다. 다들 '서울로 서울로'를 외치는 세태에서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로 인생 항로를 정한 <전북일보> 윤나네(26) 기자 역시 마찬가지다.

 

작년 4월 10일, <전북일보> 인턴기자로 입사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년 남짓. 아직 지역에서는 '초보기자'인 그녀이지만 지역을 사랑하고 독자를 위한 기사를 쓰고 싶다는 열정만큼은 누구 못지않다.

 

그녀는 왜 '기자'를, 그것도 먹고살기 어렵다는 '지역신문 기자'를 선택한 것일까. 지난 5일 그녀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녀의 비밀 몇 가지를 알아냈다.

 

#1. 남들처럼 서울서 올라간 그녀가 지역으로 내려온 까닭은?

 

올해 나이 26. 그러니까 2년 전. 2007년 2월, 법학을 전공한 스물넷의 나이에 그녀는 '공부'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갔다. 누구나 그래 왔고 누구나 그렇듯이. 하지만 공부를 하며 그녀는 자신이 뭘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전, 초등학교 때부터 문예활동을 해왔고 글을 좋아했어요. 또 사회에 대한 호기심도 많았고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죠. 딱히 기자가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아니지만, 기자 쪽도 괜찮다 싶었죠. 그러다가 <전북일보>에서 인턴기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을 했고, 8개월간의 인턴 생활을 통해 지역에 대해 많이 깨닫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공부하러 올라간 서울에서 그녀는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남들과 똑같은 취업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오히려 그녀는 자신에 대한 탐구를 먼저 했고 결론에 다다르게 됐다. 그리고 지역을 누비며 취재를 다녔던 8개월의 인턴 기간은 그녀에게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지역에 대한 그녀의 관심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사실 우리는 지역에 살면서 그간 지역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은 받지 못했어요. 대학 나오면 무조건 잘 돼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죠.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하지만 그게 사실은 서울 중심의 사고방식을 주입받은 것이었어요. 지역이 어렵고 지역이 힘들지만 오히려 그것이야말로 지역에 살고 있는 우리들을 묶어 주는 것은 아닐까요. 8개월의 인턴 기간은 지역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깨우쳐준 시간이었습니다."

 

인턴이 끝날 무렵, <전북일보>에서는 수습기자를 모집했고 기자 생활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한참을 배워나가던 그녀는 당연하게 지원했다. 그리고 물론 합격했다. 올해 1월부터 윤나네 '인턴기자'는 윤나네 '수습기자'로 이름표를 바꿔달게 됐다.

 

#2. 지역신문 기자는 돈을 많이 못 벌지 않아?

 

꿈도 좋지만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는 법. 먹고 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언론인을 꿈꾸는 학생 가운데서도 지역이 아닌 서울을 바라보는 이유로 임금차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그녀는?

 

"돈은… 사는데 굉장히 편리하죠. 편리함을 많이 추구할수록 돈이 많으면 좋습니다. 인정해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신적인 만족감을 10이라고 놓고 돈을 90이라고 놨을 때, 때로는 10이 90을 압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제 평소 가치관입니다. 그래서 돈이 적다고 해도 정신적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면 저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입사 후 언론재단에서 실시하는 연수에 다녀온 얘기를 잠깐 꺼냈다. 다른 지역 신문사 기자들끼리 대화를 나누던 중 보수 이야기가 나왔고 다른 지역 기자들이 그녀에게 보수가 너무 적은 것 아니냐고 물었다고 한다.

 

"아니, 인턴은 일을 배우는 거잖아요. 그런데 일을 배울 수 있는 기회에 덧붙여서 돈까지 주는데 그 금액이 많고 적고가 중요해요. 일도 가르쳐 주고 돈도 주고 저는 너무 행복한대요?"

 

행복한 그녀의 표정 앞에 더 이상의 질문은 필요치 않았다.

 

#3. 지역민이 지역신문 안 보는 것은 어떻게 하려고?

 

전북의 언론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 하나. 바로 지역신문의 난립이다. 신문은 너무 많고 독자는 지역신문을 안 본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그동안은 신문이 많은데, 독자 입장에서 그게 그 내용이라고 생각해서 신문 난립이 문제가 되고 또 지역신문을 안 본 것 같아요. 하지만 신문들도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요. 차별화된 콘텐츠가 있어요. 독자 입장에서 보면 판단이 가능할 거예요. 지금은 변화하고 있는 과도기죠."

 

그녀는 기자의 입장에서 자신이 보고 싶은 기사, 클릭하고 싶은 기사,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하고 또 그런 기사들을 채워 나간다면 지역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래서 그녀는 '스토리텔링'에 관심이 많다. 다양한 매체에서 자극적인 소재의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 내는 상황에서 신문은 사건·사고가 아니면 독자의 시선을 붙잡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가 있는데, 그 문제에 대해 짚고 넘어가고, 이래서 문제다 저래서 문제다라고 쓰면 흥미가 떨어져요. 그래서 저는 기사 앞으로 사례를 많이 끌어 오려는 편이에요. 사례를 통해 사람 이야기를 전하면 독자에게 공감과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는 사람의 입장이 돼서 '읽을거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죠."

 

#4. 그녀에게 지역은?

 

"저는 지역 그 자체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8개월의 인턴 기간 동안 지역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파악한 그녀는 이제 욕심이 더욱 커졌다. 그녀는 지역신문기자로서가 아니라 한 지역민으로 지역을 공부하고 지역을 브랜드화 하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지역기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단지 지역신문사에 다닌다는 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도 한명의 지역민으로서 지역을 공부하고 지역을 브랜드화 할 수 있는 길은 뭘까 생각하는 거죠. 그러면 나는 기자니까, 내 기사 안에 충실함을 담아내고 또 읽고 싶은 기사, 클릭하고 싶은 기사를 쓴다면 사람들이 그 기사를 보고 전북을 찾아 올 수도 있는 거죠. 이제는 세계 속의 전북이 아니라, 전북이 세계를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취재하고 난 취재원과도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지낸다는 그녀는 때로는 기자인 자신이 취재원들의 딸이 되고, 또 친구가 되는 그런 기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취재원들의 편안한 이웃이 되고 싶다는 윤나네 기자.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단계이기 때문에 그녀의 도전에 한계는 없다. 단지 '어떻게 기억되는 기자로 남을 것인가'하는 생각뿐이다.

 

한 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 끝에 이어진 그녀의 마지막 한 마디.

 

"전… 지역이 참 좋아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선샤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지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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