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통화중인 오바마 미국 대통령(대통령후보 시절).
 통화중인 오바마 미국 대통령(대통령후보 시절).
ⓒ 오바마 공식 홈페이지

관련사진보기


"오바마의 가장 큰 결점요? 블랙베리를 나보다 더 자주 본다는 점이죠."(오바마 부인 미셸 여사)

'블랙베리'는 지난 2002년 캐나다 림(RIM)에서 개발한 원조 스마트폰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블랙베리폰 애용자라는 것은 이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 때문인지 블랙베리는 국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기업에서 특히 적극적이다.

한 달 만에 '한국서도 통할까?'→'한국에서도 잘 통하네'

그 반응 속도는 블랙베리 관련 기사 검색을 통해서 금방 알 수 있다.

불랙베리폰이 한국에 상륙한 것은 오바마가 당선자 시절인 지난해 12월 하순이다. 당시 SK텔레콤은 오바마 당선자가 애용하는 블랙베리를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국내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당시 이 소식을 전한 기사의 제목은 '블랙베리폰 한국서도 통할까?'(<매일경제>, 12월 17일)였다.

그로부터 한 달여 만인 5일 SK텔레콤은 12월 말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출시된 블랙베리가 한 달여 만에 140여개 기업에 도입됐다고 밝혔다. 판매량은 1천여대로, KT파워텔이 2006년부터 2년간 판매한 수량과 비슷할 만큼 인기라는 것이다. 이 소식을 전한 기사의 제목은 '블랙베리, 한국에서도 잘 통하네'(<연합뉴스>, 2월 5일)이다.

블랙베리를 시판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한국서도 통할까?'에서 '한국에서도 잘 통하네'로 바뀐 것이다. 한국뿐이 아니다. 남성 패션잡지 표지모델로 선정될 만큼 '패션 아이콘'으로도 통하는 오바마의 인기에 힘입어 블랙베리는 세계적으로 150여개국에서 약 2000만 명의 가입자가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바마의 블랙베리는 '업무용'이 아닌 '개인용'

이처럼 기업에서는 '오바마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오바마의 블랙베리는 '업무용'이 아닌 '개인용'이다.

후보 시절부터 인터넷과 IT 친화적인 모습을 보여준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에도 계속 개인 휴대폰을 사용함에 따라 그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개인 휴대폰을 사용하는 대통령이 되었다. 물론 업무용이 아니고 주로 개인 이메일을 확인하는 용도의 휴대폰이다.

참모들은 보안과 안보상의 이유로 개인 휴대폰을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했으나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오바마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고 한다. 오바마는 블랙베리폰을 계속 사적으로 사용하는 대신에 친지와의 통화 메시지와 이메일 확인 등으로 사용을 최소화하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이동통신업계가 오바마의 블랙베리 사용을 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일반 기업들은 다른 목적에서 오바마가 업무용으로 최적화된 블랙베리폰을 사용하는 것을 반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업들이 블랙베리 도입에 적극적인 이유는 회사 메일과 연동하면 출퇴근 및 외근 시간에도 간단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업체 "블랙베리 사용하면 연간 250시간 더 일할 수 있다"

블랙베리폰과 설명서.
 블랙베리폰과 설명서.
ⓒ 블랙베리 홈페이지

관련사진보기


생산업체인 림(RIM; Research In Motion)사도 블랙베리를 사용하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연간 250시간 더 일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블랙베리가 있으면 하루 1시간 정도의 출퇴근 시간에도 계속 회사 업무를 볼 수 있다는 선전광고다. 업무용인 블랙베리가 한국에서 통했다는 것은 OECD 국가 중에서 최장 근로시간을 자랑하는 나라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는 5일 '선진과 창조의 모임' 원내대표로서 한 첫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일자리 나누기는 '물적 자본, 재벌중심의 경제를 사람중심의 지식경제로 바꾸는 국가 개조 프로젝트'를 주창해온 문 의원의 트레이드마크이지만, '근로시간단축법'을 제정하면서까지 근로시간 단축을 강제하자는 것은 신선한 역발상이다.

문국현 "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

5일 문국현 '선진과 창조 모임'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5일 문국현 '선진과 창조 모임'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는 2007년 1년 동안 평균 2300시간(주당 44시간) 일을 한 반면, 독일과 프랑스의 연간 근로시간은 1500시간(주당 28시간)이었다. 문 의원은 이를 근거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근면해서 역설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는 "법으로 연간 근로시간을 2000시간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다. 그의 '잡 쉐어링' 셈법에 따르면, 주당 근로시간을 36시간으로 줄이면 정규직 일자리 200만개를 만들 수 있다. 그러니 일자리 나누기는 ▲ 일자리 유지 및 창출 ▲ 고부가가치 지식근로자 육성 ▲ 국가경쟁력 확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는 묘수라는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대통령직인수위 시절부터 일요일도 없이 일해온 청와대 직원들의 과로사 위협을 줄이는 데도 필요하다. 그러나 오바마의 블랙베리는 한국에서 통했지만, 문국현의 '휴먼 빅딜(Human Big Deal)'이 '얼리 버드' 정권에서 통할지는 의문이다.

참고로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직원들은 지난해 월평균 50시간 이상의 초과근무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참여정부 말기와 비교하면 월 16시간 이상 늘어난 것이다.

지난 1월 30일 <세계일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공개한 '2008년 대통령실 초과근무 현황'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3, 4월 대통령실은 1인당 평균 47시간(319명, 1만5073시간), 46시간(331명, 1만5215시간)의 초과 근무를 했다. 국제노동기구(ILO) 권장 기준(주 40시간)으로 보면 매달 1주일치 이상을 더 일했다.


태그:#오바마, #문국현, #블랙베리, #휴먼 빅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