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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속에 봄이 있다. 2월로 접어들면서 날씨는 확연히 달라졌음을 피부로 느낀다. 바람 속에 든 시리고 따갑고 날카로운 것이 무뎌지고 대신 훈기가 느껴진다. 바람이 많이 순해졌음을 피부로 느낀다. 겨울을 춥게 나다보니 따뜻한 봄날을 무척 기대하며 기다려온 예민함 때문일까. 반가운 소식, 봄이 삐거덕 빗장을 열고 문을 연다. 입춘이다. 어제보다 훨씬 포근해진 날씨다.

 

입춘은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로서 음력으로는 정월의 절기이고 태양이 황경 315도에 왔을 때로, 동양에서는 이날부터 봄이라 한다. 입춘이라지만 당분간은 겨울이 봄을 시샘을 할 것이다. 오늘은 창원의 진산인 정병산으로 간다. 예정에 없던 갑작스런 산행, 오전 11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집을 나선다. 하늘은 푸르고 맑은데 먹구름 한 조각이 떠 있더니 점점 그 범위를 넓혀 가면서 날이 점점 흐려진다.

 

겨울 속에 든 봄을 읽으며 걷다

 

그동안 겨울산을 오르면서 본 마른 낙엽들과 앙상한 나무들… 침묵하는 겨울산은 실컷 보았으니 파릇파릇 돋아나는 어린 잎새들과 봄꽃이 보고 싶다. 2월로 접어들면서 확연히 달라진 기온은 두터운 겨울옷을 점점 부담스럽게 한다. 바야흐로 봄인가보다. 창원시내로 접어들어 이정표를 보며 도청 쪽을 향한다. 용추계곡 주차장엔 많은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 등산객들이 많은가보다. 주변에는 KTX 공사로 소음이 많다.

 

주차장에서 걸어서 용추계곡으로 에둘러 올라가는 등산로도 있지만, 접근이 비교적 쉬운 길상사 옆에 나 있는 등산로로 접어든다. 처음엔 좀 넓고 한적한 길이 이어지는가싶더니 점점 갈수록 경사가 높고 길이 험해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털 달린 두꺼운 점퍼를 입고 산에 올랐지만, 오늘은 두꺼운 겉옷 대신 얇은 옷을 겹겹이 입고 오르는데도 금방 등에 땀이 밴다. 아직도 산은 겨울옷을 벗지 못하고 있는데 바람 속에서 봄이 느껴진다.

 

금방이라도 잎이 나고 꽃봉오리가 맺히고 꽃잎이 툭툭 터져 만개할 것만 같다. 이젠, 봄이 조심스럽게 피어나는 것을 목도하고 싶다. 겨울 내내 침묵하던 나무들이 두꺼운 나뭇가지에서 연한 순을 내밀고 기적처럼 꽃봉오리가 맺히고 꽃이 온 지천을 물들이는 것을 보고 싶다. 어린 잎새들이 연두빛에서 초록으로 온 산을 뒤덮어 가는 것을, 봄꽃으로 환한 봄을 만나고 싶다.

 

앙상한 겨울나무들 속에서 봄을 읽으며 걷는다. 어디선가 새싹이 돋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리고 눈에 보이는 듯 하다. 꽃잎이 툭툭 터지는 것이 보이는 듯 하다. 이젠 겨울한파를 견뎌온 나무들이 봄을, 소망을 밀어내 주었으면 좋겠다. 날씨가 따뜻한데다 가볍게 입었음에도 포근한 날씨라 땀이 송알송알 맺혀서 갈증이 자주 난다. 땀을 식히느라 조망 없이 계속되는  경사 높은 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쉬곤 한다.

 

능선길이 나타나기 전까지 계속되는 등산로를 따라 올라간다. 등산길은 높이 566미터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경사 높다. 길상사 갈림길(1시 25분)에 도착, 이제부터 능선길이다. 오른쪽으로 가면 내정병봉, 왼쪽으로 가면 정병산 정상이 기다리고 있다. 정병산 정상을 멀리 조망하며 걷는 능선 길, 오르락내리락하며 걷기도 하지만 평지처럼 호젓한 오솔길이 이어지곤 해서 기분 좋게 걷는다.

 

독수리 바위, 그 높은 등을 타고 넘다

 

능선 길 양쪽엔 소나무가 도열해 있고 솔향기가 솔솔 코끝에 와 닿는다. 얼마쯤 가니 독수리바위가 앞에 버티고 있다. 독수리바위 앞에는 독수리바위 철 계단 등산로는 위험하니 조심해야 하며 특히 노약자나 어린이는 우회로를 이용하라는 알림판이 세워져 있다. 거대한 바위 옆 낭떠러지에 붙은 높은 계단을 타고 올라간다.

 

아찔하다. 벼랑에 잇대어 놓은 층수 많은 계단을 딛고 올라갈 때, 발밑을 보니 낭떠러지다. 순간 어지럼증이 인다. 남편은 앞에서 잘 올라가고 있다. 나는 조심스럽게 발을 디디며 올라가다가도 순간순간 어지러워서 서다 가다 한다. 몇 개의 계단을 올라간다. 잠깐 올라선 계단 위에서 온 길을 돌아보니 길게 이어진 능선길이 멋지다.

 

 

멀리서 보았을 때, 수직으로 뻗어 내려 깎은 듯 위협적으로 보이던 독수리 바위는 계단등산로로 통과하게 되어 있다. 독수리바위의 등을 타고 현기증 이는 위험구간을 조심스럽게 건넌다. 벼랑 위에 선 채 한 세상을 살아가는 소나무들이 마음껏 가지를 높이 뻗지 못하고 휘어져 있다.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르고, 바윗길을 안전밧줄을 잡고 조심스럽게 통과한다. 독수리바위를 지나고도 정상은 아직 저만치 물러나 있다.

 

헬기장에 도착, 하늘은 잔뜩 흐리다. 정상을 앞두고 다시 거대한 바위가 앞을 가로막고 있고, 다시 능선길이 이어지곤 한다. 어느새 정상은 가까이 있다. 전단쉼터에 도착, 지척에 있는 정병산 정상에 도착하자 오후 2시 45분이다. 창원에는 창원의 주산 정병산을 비롯해 천주산, 비음산, 대암산, 마금 천마산 등이 있으며 주산인 정병산은 봉림동의 퇴촌, 용동과 동읍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창원의 진산, 정병산에 올라

 

 

창원 정병산은 창원시내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데다 창원도심에 인접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뭇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 같다. 정병산 정상 일대에는 높은 암봉과 벼랑으로 되어 있다. 지금은 안전시설 공사중이다. 정상에서 앞으로는 창원시내와 뒤로는 김해시, 남해고속도로와 진영휴게소가 조망된다. 우린 공사 소리가 잘 안 들리는 바위 위에 앉아 늦은 점심을 먹고 곧 일어선다.

 

등산할 때는 더워서 옷을 훌훌 벗었는데 점심도시락 먹느라 좀 앉아 있으니 땀이 식으면서 몸에 냉기가 돌고 추워진다. 우리가 왔던 방향으로 다시 돌아 하산한다. 전단쉼터에는 등산객들이 앉아 쉬고 있다. 헬기장을 지나 독수리 바위 앞에서는 독수리 바위 등에 올라타지 않고 우회로를 따라 걷는다. 밑으로 푹 꺼졌다가 다시 올라가는 우회로에서는 땀에 흠씬 젖는다. 밑에서 올려다보는 독수리바위는 카메라 안에 다 잡히지 않는다.

 

겨우 우회로를 벗어나 올라오니 이제 다시 능선길이다. 잠시 휴식하며 물을 마신다. 오늘은 땀을 제법 흘려서 그런지 물을 제법 마신다. 겨울은 성큼성큼 지나가고 있고 봄은 소곤소곤 속삭이듯, 얼음 밑으로 돌돌 흐르는 시냇물처럼 수줍은 처녀처럼 다가오고 있다. 4시 20분, 길상사 갈림길 앞에 선다. 여기까지 1시간 10분 소요되었다.

 

이제 우린 여기서 곧장 내려가지 않고 내정병봉 쪽으로 향한다. 멀지 않은 곳에 내정병봉을 만난다. 능선 길을 따라 걸어 도착한 내정병봉(493미터, 4시30분)에는 넓은 평상이 놓여 있어 쉬어가기에도 좋다. 여기서도 창원시내가 한 눈에 보인다. 조금 더 걸어가자 체육시설이 나온다. 여기서 바로 길상사 쪽으로 내려가는 등산로가 있어 들어선다. 한 번도 와 본적 없는 낯선 산, 낯선 등산로… 이 하산 길은 매우 가파르다.

 

한참을 경사진 하산 길을 더듬더듬 걷다보니 중턱쯤에서는 완만하게 길이 이어져 한숨 놓는다. 등산로 입구에 있는 체육시설 나무의자에 앉아 잠시 휴식한 뒤 용추계곡 주차장으로 향한다. 마주보이는 서쪽 하늘에 붉은 해가 떠 있다. 주차장에 도착, 5시 25분이다. 서쪽 하늘가에 떠 있던 붉은 해는 이제 막 구름 속으로 들어가더니, 구름에 점점 묻혀버린다. 황홀한 아름다움… 그것은 아주 짧은 시간, 찰나였다.

 

창원 정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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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화

 

산행수첩

 

1.일시: 2009년 2월 4일(수).약간 흐림

2.산행기점: 경남도청 지나 용추계곡

3.산행시간: 5시간 15분

4.진행:용추계곡주차장(낮12:10)-체육시설(12:20)-조망바위(1:15)-길상사갈림길(1:25)-독수리바위(정병산수리봉 460미터, 2:05)-헬기장(2:35)-정병산정상(2:45)-점심식사 후 하산(3:10)-헬기장(3:20)-독수리바위우회산행로-길상사갈림길(4:20)-내정병봉(493미터,4:30)-체육시설(4:35)-체육시설(5:15)-용추계곡 주차장(5:25)

 


태그:#정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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