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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아직 넘어가지 않았는데, 매리설산은 햇살을 받아 붉게 빛나고 있다.
 달이 아직 넘어가지 않았는데, 매리설산은 햇살을 받아 붉게 빛나고 있다.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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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리설산의 해넘이
 매리설산의 해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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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4일 아침 7시 30분 정도에 일어났다. 중국은 단일 시간을 쓰기 때문에 서쪽인 이곳은 해가 늦게 떴다. 호텔 옥상으로 올라갔다. 동이 트기 직전인지라 하늘은 아직 어둠에 덮여 있는데, 하늘에 떠있던 달이 아직도 매리설산 위에 머무르고 있고, 산은 그 투명하게 빛나던 모습이 감추어져 있다.

매리설산은 동쪽에서 떠오르는 햇살을 받아 금빛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매리설산의 일출은 우리들의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 매리설산 위로 해가 뜨는 것이 아니라 동쪽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받아 매리설산이 금빛으로 변하는 장관이 연출된 것이다.

방금까지 달빛을 받아 은빛으로 빛을 발하던 뾰쪽뾰쪽한 봉우리들이 금빛으로 물들고 있다. 달은 그대로 차가운 빛으로 설산 위에 머무르고 있는데, 매리설산 봉우리들은 끝부터 차츰 붉은 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더니, 온통 붉은 빛으로 모습을 바뀌었다. 조금 가려져 있던 구름마저 감히 가릴 수 없었던지 살짝 비켜 준다.

매리설산의 일몰... 그냥 해가 뚝 떨어졌다

1월 13일 더친(德欽) 마을 못 미쳐 매리설산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 곳에 도착하였다. 전망대엔 타르쵸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고, 길옆에는 13개가 넘는 스투바가 하얗게 늘어서 있다. 매리설산을 바라보기 가장 좋은 위치에 전망대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매리설산 위로 해가 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기대했던 석양의 모습은 아니었다. 보통의 해넘이는 하늘이 붉게 물들고, 그 붉은 노을 중앙에 이글이글 타는 태양이 또렷한 원을 만들며 넘어간다. 하지만 매리설산 맨츠무봉 위로 지는 해는 빛나는 태양 그대로 뾰쪽뾰쪽한 봉우리 아래로 숨는 것이다.

지는 해를 바라보던 우리들은 더친 마을을 지나 비래사(飛來寺)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에서 서쪽으로 돌아가니 두 개의 호텔이 서쪽을 향하여 서 있었는데, 우리들은 명주호텔이란 곳에 숙소를 잡았다. 호텔 현관에는 매리설산의 모습이 두 개가 걸려 있는데, 하나는 은빛으로 빛나는 하얀 설산의 모습과 붉게 빛나는 설산의 모습이었다. 매리설산은 하얀 은빛이지만 일출의 모습은 금빛이라는 것이다.

저녁을 먹고 호텔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신기한 장면이 우리들 앞에 펼쳐져 있었다. 매리설산의 봉우리들이 투명한 형광빛으로 빛나고 있는 것이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장관에 우리들의 가슴이 뛰었다. 매리설산 봉우리의 하얀 눈들이 달빛을 받아들여 하얀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매리설산의 모습
 매리설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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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리설산은 사람을 허락하지 않는 신산

매리설산은 티베트 8대 신산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산이다. 매리설산의 주봉인 '카와거보(伽瓦格博)'는 '설산의 신'이란 의미란다. 주봉 옆으로 능선을 따라 13개 봉우리가 있는데 이들을 태자십삼봉(太子十三峰)이라 부른다. 봉우리에는 만년설이 덮여 있다.

매리설산은 사람들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한다. 1991년 1월 일본 경도대학 등정대가 매리설산의 주봉인 카와거보봉(6740m)을 등정하다가 몰아치는 눈과 눈사태로 17명 모두 몰살해 버린 끔찍한 사고가 발생하여 지금까지 매리설산 정상에 오른 사람이 없다.

이들 등정대가 카와거보봉을 오르려고 하자 산 주변 주민들이 신산에 오르지 말라고 말렸단다. 등정대가 말을 듣지 않고 오르자 노인들은 통곡을 하면서 말렸고, 그들의 신산인 카와거보봉에게 신산의 능력을 보여 주어서 그들의 등정을 말려 달라고 제사를 지내며 기원하였단다.

등정대원 5명이 정상 240m 지점에 이르자 갑자기 날씨가 험악해지더니 엄청난 눈보라가 몰아쳤다고 한다. 그들은 그곳에서 조난당하였고, 갑자기 눈사태가 일어나 아래 베이스캠프 텐트까지 덮쳤다고 한다. 그래서 등정대원 17명이 모두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 사건 전에도 몇 차례 등정 실패가 있었고, 이후 1996년에도 등정에 실패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 산은 사람을 허락하지 않은 신산으로 알려졌으며, 지금은 중국 정부에서 등산 허가를 내주지 않는단다.

매리설산의 주봉인 카와거보봉
 매리설산의 주봉인 카와거보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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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리설산의 주봉인 카와거보 일출
 매리설산의 주봉인 카와거보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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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똥으로 뒤덮인 빙하로 가는 길, 일부러 깔았나

우리들은 만년설과 빙하를 보기 위하여 명용빙천(明永氷川)이라고 쓰인 이정표를 따라 고도 3000m 정도의 명용촌(明永村)으로 갔다. 빙하를 볼 수 있는 전망대까지는 명용촌 마을에서 올라가기 시작하여  2시간쯤 걸리는 길이다. 길은 그런 대로 잘 닦아져 있었는데, 길에는 마른 말똥들이 많이 널려 있어서 일부러 깔아 놓았는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오전 10시에 출발하였는데 전망대(3500m)까지 오르는 길이 그리 쉽지 않다. 구불구불 돌고 돌아서 오르는 길인데, 숨이 차서 빨리 오를 수 없다. 말을 타고 오를 사람들을 위하여 말을 대기하고 있는 곳이 있다. 이 말들이 이 산길에 싸 놓은 똥이 말라 푸석푸석 흩어져 있는 것이다.

오르는 길에 무성한 원시림들이 인상적이다. 숲에 들어서니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커다란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여기저기 우뚝 솟아 있다. 우리나라에서 옛날 궁궐을 짓던 소나무보다 더 크다. 이 원시림엔 흑곰, 금전표범, 작은 판다 등 113종이나 되는 야생동물이 있다고 한다.

메리설산은 티베트인들에게 신의 산이다. 곧 그들의 신앙이다. 그래서 곳곳에 타르쵸가 매어져 있고, 오색찬란한 물결을 이룬다. 오르는 길목 고목에는 많은 신물들이 있다. 어떤 곳에는 지폐도 찔러져 있다. 어떤 지폐는 이제 거의 바래 있었다.

한반도 모양의 거대한 빙하를 발견하다

매리설산에 있는 한반도 모양의 빙하
 매리설산에 있는 한반도 모양의 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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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리설산에 있는 빙하
 매리설산에 있는 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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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리설산 빙하에 있는 크레바스 모습
 매리설산 빙하에 있는 크레바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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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 정도에 태자묘(太子廟) 사원에 도착했다. 사원에서는 빙하가 바로 내려다 보인다. 참 신기하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곡빙하가 그래도 우리들의 눈앞에 펼쳐져 있다. 매리설산 정상에서부터 3400m 정도에 이르는 계곡에 펼쳐진 빙하의 모습이 우리들의 피로를 말끔하게 씻어준다.

사원 앞에는 쉼터도 있었다. 우리들은 오르기 전 점심을 해결하기 위하여 간이식사를 준비했고, 뜨거운 물도 물통에 담아서 끙끙대고 짊어지고 올라왔는데, 이 쉼터에서 뜨거운 물뿐만 아니라 국수, 빵, 싱커, 수유차 등을 사 먹을 수 있었다.

쉼터에서 전망대 가는 길은 별로 어렵지 않다. 조금 오르다가 나무 계단이 만들어져 있다. 구불구불 굽이져 있는 나무계단을 돌아가다 보면 발아래부터 저 위 정상까지 곡빙하가 하얗게 있다. 그런데 빙하를 가까이 바라보니 옥빛이 난다.

매년 내린 눈이 계속 쌓이게 되면 쌓인 눈의 아랫부분은 압력을 받아 얼음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압력을 받아서 얼음으로 변하면서 눈의 색깔이 옥빛으로 나타나고, 이렇게 쌓인 거대한 얼음 덩어리는 중력에 의해 낮은 곳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것을 빙하라고 한다고 동행한 과학 교사가 열심히 설명해 준다.

전망대는 둥글게 나무로 만들어져 있다. 전망대에도 역시 오색 깃발인 타르쵸가 많이 매달려 있었지만, 멀리 하얗게 빛나는 매리설산의 주봉 카와거보에서부터 발아래까지 죽 늘어져 있는 빙하가 신기하게 한반도 모양을 하고 있다. 모두 탄성을 지르며 신기해한다.

빙하 아래 부분에는 설산을 등정하는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한다는 크레바스 모양도 눈에 띈다. 크레바스라는 말은 빙하 속의 깊은 균열인데, 빙하 내부가 압력을 받거나 이동하면서 압축과 신장이 일어나고, 이때 빙하가 균열이 생겨서 틈이 생겨나는 모양을 말한다.

전망대 바닥에 드러누우니... 황홀지경이 따로없네

처음 대하는 빙하의 모습, 아래 부분의 크레바스에서 조금 위로 올라가면 빙하의 모습이 뾰쪽뾰쪽한 돌들을 박아 놓은 것 같이 보이고, 그 위 매리설산 정상까지 하얀 눈이 펼쳐져 있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설산의 모습뿐만 아니라 그 설산에서 흘러내린 빙하는 우리들을 들뜨게 하였다.

전망대 바닥에 그대로 드러누웠다. 푸른 하늘 위로 하얀 매리설산의 정상이 더욱 또렷하게 보인다. 문득 빙하 위를 걸어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지만 이렇게 누워서 설산과 빙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 자체가 황홀하다.

매리설산에 있는 빙하
 매리설산에 있는 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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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리설산의 빙하가 무너지는 모습
 매리설산의 빙하가 무너지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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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갑자기 '뻥'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윽고 바위 위에 높이 쌓여 있던 빙하의 일부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아! 빙하를 본 것 자체로도 행복한 마음에 들떠 있었는데, 옥빛을 띠던 빙하의 일부가 무너지며 하얀 가루를 하늘까지 흩날리니, 신기하기 그지없다.

온난화로 빙하가 무너지는 것인지 아니면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다가 무너지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눈앞에 펼쳐진 빙하 무너지는 모습은 너무나 강렬하다. 어떤 신비한 느낌이 든다. 티베트인들이 신의 산으로 모시듯이 이곳을 찾은 우리들에게도 매리설산은 감히 범절하기 어려운 위엄이 마음 속에 파고든다.

덧붙이는 글 | ‘차마고도 윈난성(云南城) 지역 답사’ 기사 총 8편을 쓰려고 합니다. ①쿤밍(昆明)에서 매리설산까지, ②따리,③리장,④호도협과 옥룡설산,⑤샹그릴라, ⑥백망설산, ⑦매리설산, ⑧쿤밍



태그:#차마고도, #매리설산, #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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