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일 <중앙일보>가 보도한 내용.
 2일 <중앙일보>가 보도한 내용.
ⓒ <중앙일보> PDF

관련사진보기


"공익은 무슨, 흥행을 위한 거지."

지난 1일 경기 서남부지역 연쇄살인 피의자 강아무개씨의 사진을 공개한 <중앙일보> 인터넷판 '조인스' 기사에 달린 전영일(anatkh)씨의 댓글이다. 사진 공개에 찬성하는 누리꾼들의 의견이 많았지만, 전씨의 댓글에는 반대보다 추천이 더 많았다.

실제 <중앙>은 강씨 얼굴을 공개한 기사에 106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2일 보도했지만, 유사 강력범죄 예방을 위한 심층보도는 찾기 힘들었다. 이는 함께 강씨 사진을 공개한 <조선>·<동아>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따라 강씨의 사진을 공개한 조중동 등 보수언론이 겉으로는 공익을 앞세우지만, 실제로는 공익에는 소홀하고 자사 홍보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중앙> "강씨 사진 기사 106만 클릭" 자화자찬

<중앙일보>가 2일 보도한 내용.
 <중앙일보>가 2일 보도한 내용.
ⓒ <중앙일보> PDF

관련사진보기

<중앙>은 지난달 31일 지면을 통해 강씨의 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그 이유로 "인륜을 저버린 흉악범의 인권보다는 사회적 안전망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사회적 관심이 큰 중대사건의 피의자는 실명과 얼굴의 공개가 필요하다"며 사진 공개에 찬성하는 전문가들의 발언을 전했다. 이어 "찬반론과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 끝에 강○○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키로 했다"고 강조했다.

'조인스'의 이 기사에는 550여건의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강씨를 비난하는 의견이었지만, "신문 많이 팔리게 돼서 좋겠습니다"(조민수<crysis>), "어떻게든 주목받고 특종을 터뜨리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김도형<clinamen>) 등의 댓글이 눈에 띄었다.

특히, 최우준(haha6367)씨는 "미국은 전자팔지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우리는 똑같은 범죄가 나와도 얼굴공개에만 머무르고 있다"고 비판하며 '강력범죄 예방을 위한 대안 마련'이라는 언론의 진정한 공익성을 주문했다.

그렇다면 공익을 위한다는 <중앙>의 이후 보도 태도는 어땠을까? 2일 이 신문의 5면 머리기사인 '조인스 강○○ 얼굴 106만 클릭… 네티즌 95% 신상공개 찬성'라는 제목이 <중앙>의 보도태도를 말해준다.

이 기사에서 <중앙>은 "강○○의 얼굴 사진이 처음으로 공개된 것은 지난달 31일 오전 1시52분이었다, 토요일 새벽 시간이었음에도 1분당 조회수가 50건 이상의 기록하는 등 네티즌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며 "기사의 IP당 조회수는 106만건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어 "주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파급력이 두 배 이상 컸다고 볼 수 있다, 기사댓글도 500건을 넘어섰으며 그중 '잘한 결정'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며 "1일 오전 네이버에서 가장 많이 본 사회·포토뉴스 1위로 기록됐다"고 자화자찬했다.

이에 대해 정이근(ykchong)씨는 "100만명이 클릭해서 봤으니 그걸로 범죄예방 효과가 극대화된 것인가? 아니면, 그저 호기심 만족시키고 '죽일 놈' 한번 되뇌고 백스페이스 (키를) 누르고 끝인가?"라는 의견을 전했다.

<동아> "사회적 응징을 요구하는 여론 고려 사진 공개"

<조선일보>가 지난 31일 연쇄살인 용의자 강씨의 얼굴을 공개한 기사.
 <조선일보>가 지난 31일 연쇄살인 용의자 강씨의 얼굴을 공개한 기사.
ⓒ <조선일보> PDF

관련사진보기


<중앙>과 마찬가지로 지난달 31일 '그도 영혼이 있을까'라는 1면 머리기사로 강씨의 사진을 공개한 <조선> 역시 사진 공개 이유로 공익성을 강조했지만, 그 공익성에 걸맞은 보도태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일 <조선>의 강씨 관련 1면 기사 제목은 '그는 잠을 잘 잤고, 밥을 다 비운 후, 여자 이야기를 했다'는 것으로 강씨의 유치장 생활을 다뤘다. 중간 제목이 '유치장서 농담까지'일 정도로 신변잡기식이었다.

이날 이 신문은 "강씨의 얼굴이 공개된 '조선닷컴'에는 300여건이 댓글이 올라왔고, 댓글의 90% 이상이 '얼굴 공개를 환영한다'는 입장이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본지 이어 방송3사도 (강씨의) 얼굴을 공개했다"고 알리기도 했다.

<조선>은 지난달 31일 '겉은 자상한 아빠, 싹싹한 이웃… 속은 냉혹한 살인기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강씨의 어머니와 형 등 가족에게까지 접근해 사과를 받아내기도 했다. 강씨의 형은 이 기사에서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모든 분께 죄가 너무나 크다"고 말했다.

<동아>는 2일 뒤늦게 강씨의 사진을 지면에 실었다. 이 신문은 "진실 규명 등 공익, 신원 공개를 통한 사회적 응징을 요구하는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기 서남부지역 연쇄살인사건 피의자인 강○○씨의 얼굴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이 신문도 <조선>과 마찬가지로 "국민께 죄송하며 지금이라도 유족 앞에 달려가 멍석말이라도 당하고 싶다"는 강씨 형의 사과를 보도했다. 하지만, 공익에 적극적인 기사를 찾기 힘들었고, 대부분 수사상황을 중계하는 보도에 그쳤다.

"사진 공개는 독자들의 저급한 호기심 충족일 뿐"

2일 <조선>·<동아>는 인터넷판 주요기사로 "내 아들은 어떻게 살라고 (얼굴을 공개했느냐)"는 강씨의 발언을 전했고, 강씨에 대한 누리꾼들의 공분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강씨의 아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선닷컴'의 임준규(jkpresent)씨는 "만약 강씨 아들들이 손가락질을 받다가 자살이라도 하면 쌤통이라고 할 것이냐?"며 "사이버 모욕죄를 만들기 전에 언론정화법부터 만들라"는 댓글을 달았다.

권영호(kyh1434)씨는 "얼굴 공개가 마치 대단한 징벌이자 범죄예방책인양 호도한다"며 "(사진 공개는) 까발리기식 선정적 언론 속성(을) 드러내는 거고 독자들의 저급한 호기심 충족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태그:#사진 공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