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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시간에 본 라오스 초등학교
▲ 라오스 초등학교 등교시간에 본 라오스 초등학교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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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월16일)은 오토바이를 타고 광시폭포를 가볼 생각이다. 광시폭포는 시내에서 36km떨어진 비교적 먼 거리에 있는 폭포로, 이곳에서는 제법 유명한 관광지다. 일일투어를 신청해 다녀도 되지만 좀 더 자유롭게 다니기 위해 오토바이를 빌리기로 했다.

그런데 이곳에는 생각보다 오토바이를 렌트하는 곳이 많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찾아 가보니 그곳엔 대여할 오토바이가 없었다. 그래서 툭툭이를 타고 오토바이 전문 대여점으로 갔다. 그곳에 가보니 렌트 비용이 25달러라고 적혀 있다. 방비엥보다 5배나 비싼 가격이다.

새 오토바이를 빌려 시내의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었다. 기름 값은 생각보다 싼 편이다. 약 2000원이면 기름을 가득 넣을 수 있었다. 시내를 한 바퀴 돌아 광시폭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도로는 간간이 오토바이가 지나갈 뿐  매우 한산했다.

얼마나 달렸을까? 도로변에 제법 큰 마을이 있다. 그 마을에서  빨래를 널고 있는 한 아낙에게 길을 물었다. 그녀는 말을 못 알아들었는지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그래서 천천히 다시 물어 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손사래를 치며 웃기만 할 뿐 말이 없다. 시내에서 조금 만 벗어나면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손짓 발짓으로 몸부림을 쳐야한다.

다시 지도를 꺼내 펼쳐 보고 포장도로를 계속 달렸다. 30여분 정도 달리자 오르막길이 시작됐다. 그러나 도로를 지나는 사람이나 차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광시폭포로 안내하는 이정표도 없고 구불구불한 산길만 계속 이어진다. 이 산을 넘으면 뭔가 보이겠지 하고 가파른 오르막길을 계속 올라갔다.

얼마나 많이 올랐을까? 산 아래 풍경이 멋지게 펼쳐진다. 도로변에는 고산족들이 사는 민가가 보이기 시작했고 아이들이 산길을 열심히 걸어가고 있었다. 지나는 사람들에게 폭포의 위치를 물어 보아도 원하는 대답을 얻을 수가 없다. 사방으로 산만 보일 뿐, 폭포가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이 길이 아니다 싶어 지나온 길을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산길을 거의 내려와 마을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 갈림길이 눈에 들어온다. 오토바이에서 내려 표지판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광시폭포로 가는 길이다.

왼쪽 갈림길로 방향을 바꾸어 달리자 곧 비포장도로가 나온다. 그 길은 버스가 비켜 갈 만큼 넓은 길이었으나 풀풀 날리는 먼지가 장난이 아니었다. 이따금씩 차들이 지나 다니는데 그 뒤를 따라 가노라면 온통 먼지를 뒤 짚어 쓸 수밖에 없다. 그나마 헬멧과 안경을 쓰고 방수까지 되는 옷을 입어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왜 그렇게 자동차는 오늘따라 많이 지나가는지 지옥처럼 느껴진다. 그렇다고 지금 돌아갈 수도 없고 여기까지 와서 아니 갈 수도 없다.

아이들이  놀고 있는 농가의 모습
▲ 농가 아이들이 놀고 있는 농가의 모습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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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는 길을 따라 농가들이 죽 늘어 서 있는데, 뿌연 먼지로 인해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다. 더욱이 지금은 계절상으로 비가 오지 않는 건기라서 도로 먼지가 말이 아니었다.

숨 막히는 먼지 나는 길을 정신없이 달려가는데, 멀리 들녘에서 모내기를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곳은 주로 논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지금이 모내기철인가 보다. 논에는 물이 가득 고여 있고, 농부들이 들에 나와 논둑을 고치고 소를 몰고 써래질(모를 심기위해 논을 고르는 일)를 하느라 분주하다. 소를 이용하여 논밭을 가는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찾아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아주 산골로 들어가면 모를까?

아주머니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 모내기 아주머니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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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써래질을 하고 있다
▲ 써래질 농부가 써래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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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들이 일하는 곳으로 내려가 보았다. 아이들은 논둑을 따라 장난스럽게 돌아다니고 있고, 어른들은 모를 심고 있었다. 그들이 심는 모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못자리에서 모를 키워 옮겨 심는 방법은 우리나라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손으로 모를 심고 있었는데, 모 줄 없이 임의대로 심고 있었다. 모를 심고 있는 사람은 주로 여자들이다. 남자들은 논을 갈거나 논둑을 고치는 일에 매달리고 있었다

다시 흙먼지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따라오며 "싸바이디"를 외친다. 논둑에서 만난 아이들이다. 그들에게 가방에 있던 초콜릿을 건네주자 더 친근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댄다. 얼마나 더 가야 할까? 거리상으로는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폭포로 안내하는 표지판 하나 보이지 않았다. 이곳은 도로사정이 안 좋을 뿐 아니라 이정표도 거의 없어 외국인이 홀로 여행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모자리판이 보이는 들녘
▲ 농촌 들녘 모자리판이 보이는 들녘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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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광시폭포는 오른쪽으로 들어가라는 안내판이 반갑게 서있다. 얼마나 반가운지! 앞이 훤하게 보이는 느낌이다. 이정표를 따라 들어가자 매표소 직원이 반갑게 맞이한다. 요금표에는 8000킵이라고 적혀 있는데, 만 킵을 받고는 그냥 들어가라고 한다. 거스름돈을 달라고 하자, 직원은 안내판을 가리킨다. 요금이 얼마 전부터 오른 것이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어렵게 달려온 광시폭포. 이곳 관리인과 개들만이 쫓아 나와 반길 뿐 이곳을 찾은 관광객은 아무도 없었다. 잘못 찾아온 것이 아닐까? 직원에게 물어보니 맞는 모양이다. 폭포로 내려가 자세히 살펴보았다. 제법 규모가 있어 보인다. 폭포 주변은 특히 잘 보존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이 비가 오지 않는 건기이고 보니 수량이 많지 않아 사진에서 본 것과는 전혀 딴판이다. 바위를 타고 물줄기가 조용히 내려올 뿐 요란하게 떨어지는 물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폭포의 높이는 30m 이상은 족히 돼 보이나 워낙 수량이 적다보니 폭포를 감상하기엔 너무 실망스러울 뿐이었다.

어렵게 찾아간 광시 폭포
▲ 광시폭포 어렵게 찾아간 광시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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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에 들어있는 빵과 음료수로 점심을 대신하고 폭포를 빠져 나왔다. 관광객들로 보이는 차량들이 들어온다. 어디서 왔는지는 알 수 없으나 봉고차 1대와 승용차 2대가 표를 끊고 있었다. 그들 또한 많은 실망을 할 것이라 생각된다. 사실 이곳은 큰 폭포가 웅장하게 쏟아지고 그 아래로는 수영을 할 수 있는 맑은 물이 흐르는 줄 알았다. 막상 이곳에 와서 초라한 폭포를 보자마자 느낀 실망을 그 크기를 측정할 수 없을 정도.

다시 먼지가 풀풀 나는 시골길을 달릴 생각을 하니 걱정이 앞선다. 아내와 완전무장을 하고 전속력으로 달렸다. 차량들은 쉴 새 없이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간다. 입고 있는 검정 옷이 이제 도로의 먼지로 인해 하얗게 변하고 말았다.

시내 숙소에 도착해 짐을 내려놓자, 호텔종업원이 다가와 "혹시 여기서 일 하세요"라고  물어온다. 그 물음에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앞에 있는 거울을 보니 워낙 행색이 먼지투성이라 어디에서 꼭 일하고 온 사람 같았다.   

숙소에서 샤워를 한 후, 야시장을 돌아보기 위해 거리로 나갔다. 박물관 주변에 선 야시장은 환한 조명으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오후 5시쯤 되면 상인들이 시내의 중심도로를 점거하기 시작한다. 기존 재래시장과 연결된 야시장은 루앙 푸라방의 또 하나의 볼거리로 많은 관광객이 모여 든다. 주로 옷감이나 장신구 등을 팔고 있는데, 대부분 수공예품이며, 여행객들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편이다.

며칠 지내면서 이곳의 야시장을 살펴보니 자연스레 장이 열리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 관광증진을 위해 조성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내의 주요 도로를 점거하고 들어서는 것을 보니 말이다. 야시장을 한 바퀴 돌아보며 밤거리를 구경하고 왁자지껄한 먹자골목에서 현지 음식을 먹어 보는 즐거움은 이곳을 찾은 또 하나의 재미라 생각된다.

저녁을 먹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있는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꽤 고급스러운 서양식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고, 많은 여행객들이 있어 제법 여행 분위기가 나는 곳이었다. 대부분 중년들이었는데, 주로 맥주와 와인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 해도 될 만큼 많은 사원과 역사 유적이 있는 이곳은, 화려한 유흥가가 없는 조용한 곳이다. 복잡한 도시를 떠나 흐트러진 마음을 재충전하기엔 더 없이 좋은 곳이라 생각됐다.

사실 오늘은 라오스의 북쪽 지방인 루앙남타를 거쳐 훼이싸이를 가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내가 차멀미로 너무 고생하는 바람에 다른 일정을 보낸 것이다. 비록 먼지투성이인 흙길을 달리느라 고생스러웠지만 시골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어서 어느 시간 보다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sbs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지난 1월10일부터 18일까지, 8일간 여행한 기록입니다.



태그:#광시폭포, #모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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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다니며 만나고 느껴지는 숨결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가족여행을 즐겨 하며 앞으로 독자들과 공감하는 기사를 작성하여 기고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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