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과 부산이 남강댐(진양호) 물을 놓고 한 판 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태호 경남지사는 남강댐 물을 부산에 줄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허남식 부산시장은 남강댐 물을 부산에 가져가겠다며 벼르고 있다. 환경단체에 이어 지방의회, 정치인들도 이에 대해 입장을 내놓고 있다.

남강댐 물을 부산에 공급하는 부산․경남권광역상수도사업을 국토해양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에 타당성 조사 용역을 의뢰해 놓았으며, 오는 3월말경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용역 결과 타당하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 오는 7월부터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정부는 경남·부산권광역상수도사업에 1조2000억원, 남강댐 재개발사업 4000억원을 지원한다.

부산·경남권광역상수도사업은 남강댐에서 부산까지 100㎞ 구간에 걸쳐 관로를 매설하는 사업을 말하며, 남강댐 재개발 사업은 만수위(41m→45m)를 높이는 사업을 말한다.

허남식 부산시장 "수자원은 국가 차원 관리.공급"

허남식 부산시장은 2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허 시장은 "부산시는 남강댐 물을 하루 60만t 공급받게 되면 현재 낙동강 표류수에 전량 의존하는 수돗물 공급시스템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강변여과수와 해수 담수화 등 다양한 방안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수자원은 국가 차원에서 나라 전체를 보고 관리․공급하는 것"이라며 "당사자인 지자체 간 협의해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시·도 간 크고 작은 갈등은 있을 수밖에 없는데, 경남도와 이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물은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광역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호 경남지사 "삶의 질 확보 차원 적극 대응"

김태호 경남지사는 경남도의회 답변 등을 통해 남강댐 물의 부산 공급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중앙정부의 방침에 대해 경남도가 적극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김 지사는 관련 부서 책임자를 직위해제하고 자신은 책임 통감 차원에서 감봉 3개월 조치를 받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국토해양부의 관계 공무원 회의 참석시 국토해양부의 방침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져) 일방적인 내용을 통보받는 것 등, 대처가 미흡한 점을 감안해 남강댐 관련 도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스스로 책임을 묻고 도민에게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는 차원에서 '감봉 3월' 처분을 받겠다"고 자처했다

김 지사는 "경남도는 국토해양부의 부산·경남권 물 문제 해소 대책이 도민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되거나 도민의 이익과 배치될 경우에는 도민 삶의 질 확보 차원에서 강력하고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최구식.권경석 의원 "남강댐 물의 부산 공급 반대"

정치권도 나섰다.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진주갑)은 공영윤․윤용근 경남도의원, 강면중 진주시의원 등과 함께 28일 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강댐 물의 부산 공급 반대 입장을 냈다.

이날 최 의원은 "정부의 남강댐 물 부산 공급 계획은 절차와 내용 모두에서 중대한 결함이 있다"면서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1999년에 남강댐 보강공사를 했지만 2002년부터 2007년까지 해마다 태풍 피해를 보고 있는데도 남강댐 만수위를 높여 남는 물을 부산에 공급하겠다는 것은 앞으로 얼마나 더 큰 재앙을 불러올지 모를 일"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토해양부가 주민을 상대로 설명회도 하지 않고 밀실에서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무효"라고 밝혔다.

또 이들은 "남강댐 물 문제는 진주와 사천·산청·함양·하동 등 해당지역 주민의 동의 없이는 추진할 수 없다"면서 "국토해양부가 이 계획을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면 생존권 확보 차원에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경석 의원(창원갑)도 28일 "경남도 행정부지사 할 때 합천댐 물을 부산에 공급하겠다는 것을 온몸으로 막았던 적이 있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