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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이후, 북한은 어디로 가는가’라는 부제가 붙은 장성민의 ‘전쟁과 평화’는 아주 당당한 책이다. 또한 정부 관료를 지낸 이들이 현직에서 벗어나서 어떤 모습으로 자신의 역정을 정리해야할지를 잘 보여준 책이기도 하다.

 

우선 이 책이 아주 당당한 책이라는 것은 책을 쓰는 자세나 구성 등이 아주 튼실하다는 것이다. 가장 첨예한 난제인 북한 문제를 바라봄에 있어서 정책 결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저자의 주관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또 이 책의 가장 큰 의미는 정부관료를 지낸 이들이 자리에서 떠난 후 자신이 얻었거나 참여했던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 보여줄지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잘 지킨 책이라는 점이다.

 

그는 국민의 정부(김대중)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지내면서 북한 문제를 다루었고, 참여정부(노무현) 때는 국회의원으로 연구 등을 겸했다.

 

우리나라에서 관료를 했던 이들의 대부분은 자신이 가진 정보가 마치 품안의 보석인양 생각해 추후에 오는 관료 조직은 물론이고 세상에 공표하는 것을 꺼리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장성민의 이 저작은 그가 가진 정보들을 출판이라는 형태로 세상에 공표해 뒤따르는 관료는 물론이고 연구자, 일반인들에게 자신이 관여한 문제에 대한 바른 시각을 준다.

 

지난 수십년간 우리나라에서 관료조직이 발전하지 못한 것도 제대로 된 정보 계승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또 고급 정보를 다루는 이들이 일반을 상대로 정보를 감추면서 보수우익의 편향된 북한관이 우리사회에 자리잡아 북한 문제를 바로볼 수 없는 단초를 제공한 것도 남북문제가 발전할 수 없게 만든 주 원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책은 이런 문제를 풀어주는 가장 모범적인 저작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사실 한사람의 고급정보나 지식은 자신 만이 갖고 있으면 굳어져서 아무런 쓸모가 없는 반면에 다른 연구자나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후 확장과 토론의 과정을 거치면 좀더 발전적이고 변화된 새로운 결과물들을 쏟아낼 수 있다.

 

이제 책 속으로 들어가보자. 책의 앞 부분은 김정일에 관한 것으로 시작한다. 아직까지도 베일에 갇힌 인물이지만 순간순간 드러내어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김정일의 성장과 그 기본적 소양을 설명해준다. 상대방을 알고 싸워야만 위험해지지 않는다는 손자병법의 기본을 수없이 되뇌지만 정작 우리가 전혀 알지 못했던 김정일을 충분히 재구성한 내용이다.

 

그런 김정일의 건강이상설이 나오면서 향후 북한의 변화에 대한 세상의 관심은 더욱 증폭되고 있는데 저자는 무리한 예측보다는 객관적인 요소들을 나열해 포스트 김정일 시대도 결코 큰 동요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음은 김정일의 후계체제에 관한 내용이다. 성혜림에게 태어난 김정남(1972년생)과 고영희 사이에서 태어난 김정철(1981년생), 김정운(1984년생)은 물론이고 김정일의 매제 장성택(김경희의 남편)이나 현재 실질적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는 김옥 등의 역할과 한계 등을 차례대로 풀어낸다.

 

몇 번의 사건으로 망나니처럼 인식되어 차기에서 물러난 것처럼 인식된 김정남의 실체와 유순한 김정일의 아바타 김정철, 김일성의 아바타 김정운 등에 관해서 풀어낸다. 이 책을 보면서 다시금 생각한 것이 우리나라의 북한 관련 보도의 수준이다. 사실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 언론사들에게 북한 관련 소식은 중요한 특종으로 인식되어 다양한 보도가 나오는데 정작 이들의 보도에 장성민 등 북한통들이 가진 기본적인 이해가 있는가가 의심스럽다. 김정일에 관한 건강이상설과 김정운의 부각설 등 대부분의 정보가 저자가 보듯이 북한이 구사하는 고도의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게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어떻든 후계 구도에 있어서 저자는 고영희와 김용순의 사망으로 인해 장성택의 지지를 받는 김정남이 차기구도에서 강할 것으로 판단한 느낌이다.

 

후반부에 가장 중시하는 것이 북핵 문제다. 핵 문제를 기반으로 미국이나 중국 관계 등을 펼쳐내고 ‘불완전한 평화’상태인 한반도가 ‘영구평화의 미래’로 나갈 수 있을까를 제시한다. 어떻든 복잡한 정치상황 속에서 최소한의 자구책으로 북한은 핵을 만들어갔고, 북한에 대한 부실한 이해와 대비가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무장을 가져왔다고 판단한다.

 

문제는 저자가 북한의 핵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수많은 문제를 우리는 물론이고 미국, 중국 등과의 관계속에서 풀어준다는 것이다. 가장 단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는 북핵의 보유로 인해 일본의 핵무장등의 논리를 준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한반도는 물론이고 세계적인 핵보유 열풍이 불어나 지구 평화에 큰 위협이 된다는 논리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북핵 문제가 해결되고 동아시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가 기존 6.15선언과 10.4선언을 계승하면서 평화적인 문제 해결을 유도하는 한편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북핵의 평화적인 해체를 위해 북미정상회담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정확한 구성과 정보의 나열로 인해 읽는데 지루하지 않다는 점이다. 또 자연스럽게 북한 내 권력 동향이나 인물들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 북한의 석유수입 데이터(169페이지) 등을 통해 북한의 현 상황을 잘 보여주기도 한다.

 

어떻든 이 책은 관료나 연구자는 물론이고 동아시아를 말하는 이들에게 꼭 알아야만하는 지식적 기반을 주는 좋은 저작이다.


전쟁과 평화 - 김정일 이후, 북한은 어디로 가는가

장성민 지음, 김영사(2009)


태그:#김정일, #장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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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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