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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고도의 출발지, 윈난성의 풍광.
 차마고도의 출발지, 윈난성의 풍광.
ⓒ 국제민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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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당신이 150달러를 주고 샀을지도 모르는 나이키 신발을 만든 사람이 12살 된 파키스탄 어린아이며, 그 아이가 하루에 받는 돈이 고작 2달러에 불과하다"

미국 시사 월간지 <라이프>가 1996년 축구공을 꿰매는 파키스탄 소년의 사진과 함께 내보낸 이 기사는 많은 서구인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시장주의 자유무역시장에서 무역의 자유화가 활발해지면 '가난'이 해결되고 인류가 행복해질 수 있다"던 자유시장경제 체제의 이상이 신기루에 불과했음을 알린 사건이었다.

"상품을 생산한 제3세계 노동자·농민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자"는 문제의식과 함께 출발한 '공정무역(Fair Trade)'은 이 같은 충격과 함께 본격화됐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 사회에서도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두레생협, 아름다운가게, 에코페어트레이드 등 온·오프라인에서 공정한 방법을 통해 거래된 커피·직물·설탕 등을 쉽게 찾을 수도 있게 됐다.

그런데 여기에 조금은 낯선 '공정여행'이 등장했다. 국제민주연대가 오는 2월 21일부터 3월 1일까지 일정으로 준비하고 있는 '윈난 소수민족 문화체험 공정여행'이 바로 그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착한 여행 '공정여행'

공정여행은 기존의 여행이 관광지의 문화를 만든 현지인이 아닌 여행자본, 즉 항공사와 다국적 호텔체인, 여행사들, 외지자본으로 운영되는 대규모 식당에 돈을 지불하게 되는 대신 여행의 대가를 현지인에게 직접 지불하고, 그냥 관광지만 둘러보고 오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과 직접 접촉하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기획됐다
 공정여행은 기존의 여행이 관광지의 문화를 만든 현지인이 아닌 여행자본, 즉 항공사와 다국적 호텔체인, 여행사들, 외지자본으로 운영되는 대규모 식당에 돈을 지불하게 되는 대신 여행의 대가를 현지인에게 직접 지불하고, 그냥 관광지만 둘러보고 오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과 직접 접촉하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기획됐다
ⓒ 국제민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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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이 '착한 소비자'를 낳는다면, '공정여행'은 '착한 여행자'를 낳는다. 

이번 윈난성 여행의 일정과 국제민주연대가 마련한 권장사항을 보면 '착한 여행자' 되기란 전혀 어렵지 않다.

일반적인 해외여행은 여행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관광지와 면세점, 대형쇼핑몰을 오가지만 이번 공정여행은 대부분이 윈난성에 거주하고 있는 소수민족들의 삶터와 재래장터를 중심으로 짜여 있다. 식사와 숙박 역시 소수민족들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현지 음식점이나 민박을 이용한다.

통상적인 여행 가이드도 없다. 이남주 성공회대 중국어과 교수, 최정규 여행작가 등 국제민주연대와 함께 이 여행을 준비했고 여행지역과 소수민족의 삶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 '길라잡이'로 함께 하지만 이들은 말 그대로 동행자일 뿐이다. 이들은 공정여행 참가자들에게 여행이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게 이끌 뿐 기존의 가이드 역할은 하지 않을 예정이다.

통역 역시 일정 진행을 제외한 여행에서는 제공되지 않는다. 이는 현지인들과 여행자가 직접 만나고 여행자가 제대로 여행지를 즐기기 위해서이다. 국제민주연대는 "현지인들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바디랭귀지와 필담, 여행회화책 등으로 설명하면 훨씬 더 친밀해지고 다음에 다시 개별적으로 여행을 온다 하더라도 서로 얼굴을 기억하게 될 것"이라며 "그것이 여행지를 제대로 알고 느끼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제민주연대 김경 상임활동가는 "여행이 현지인들의 문화와 그들이 만든 것들을 보고 오는 것임에도 정작 여행자들은 그 문화를 만든 이들이 아닌 여행자본, 즉 항공사와 다국적 호텔체인, 여행사들, 외지자본으로 운영되는 대규모 식당에 돈을 지불한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느꼈다"며 "이번 공정여행을 통해 여행의 대가를 현지인에게 직접 지불하고, 그냥 관광지만 둘러보고 오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과 직접 접촉하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여행을 기획하고 '길라잡이'로 나선 최정규 여행작가 역시 "윈난성의 경우, 특색 있는 자연 풍광이 기존 관광의 주요 테마였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25개 소수민족의 경우 그들의 삶과 문화를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는 박물관을 들르는 배낭여행객도 없을 정도로 국내에 소개된 바도 없고 주목받지도 못했다"며 "이번 여행이 윈난성 여행에서 빠져 있던 큰 테마인 소수민족들의 다양한 삶을 직접 만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권장했다. 

현지에서 마음껏 군것질하고 쇼핑하라... 그것이 바로 '착한 소비'

윈난성 소수민족들의 야시장 풍경
 윈난성 소수민족들의 야시장 풍경
ⓒ 국제민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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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성 거주 소수민족들의 공연 모습
 윈난성 거주 소수민족들의 공연 모습
ⓒ 국제민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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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여행은 공정무역의 또 다른 모습이다.

국제민주연대는 또 군것질과 지속적인 쇼핑, 팁문화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일견 일반적인 여행과 다를 바 없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여행의 주요 코스가 현지의 소수민족들의 재래장터와 현지인 운영 음식점인 점을 고려하면 여행자들은 여행 중 '공정무역'을 직접 실천하게 되는 셈이다.

국제민주연대는 이에 대해 "여행자들은 '차마고도의 출발지' 윈난의 특산품인 보이차의 경우 서울 인사동에서 한 덩어리에 10만원씩 하는 제품을 한국돈 4천~5천원에 살 수 있는 곳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대형 쇼핑센터가 아닌 현지에서의 쇼핑은 현지인들의 경제에 가장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팁문화 역시 마찬가지다. 흔히 여행사 등 여행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한국인의 과도한 팁이 현지의 물가를 올려놓고 있다고들 하지만 국제민주연대는 "그것은 여행사, 호텔, 운수업계, 요식업계들의 수익을 줄어들게 할 수도 있는 임금상승 요구를 우려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국제민주연대는 이번 공정여행 참가신청을 오는 31일까지 받을 예정이다. 참가 문의는 국제민주연대(02-736-5810)에서 직접 받고 있다.


태그:#공정무역, #공정여행, #윈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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