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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너를 뿌린 적이 없어요…."

용산철거현장에 있다 풀려난 철거민과 목격자들 서너 명이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실에서 지난 20일 발생한 용산 철거민 진압사건에 대해 증언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울리는 전화벨소리와 여기저기 분주히 움직이는 변호사들 사이에는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진상조사단' 조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송상교(37) 변호사도 있었다.

23일 그를 만나 이번 용산 철거민 진압 사망사고의 문제점과 진상조사단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송 변호사는 "가해자인 공권력이 자기 문제에 대해 진상조사를 진행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검찰은 철거민만 집중적으로 수사해 5명이나 구속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 스스로 정확하게 농성자들이 던진 화염병 때문에 발화되었다고 확정도 못하고 추정만 하는 상황이고, 또 고의성도 없어 보인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구속자들에게 방화죄를 적용했다"면서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검찰 수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송 변호사는 "경찰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임을 인지했으면서도 전혀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이는 전반적으로 투입 및 진압과정 자체에서 내규를 위반한 것으로 최소한 업무상 과실 치사나 경찰관직무집행법 위반 같은 형사상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송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 내용이다.

"공권력이 가해자... 어떻게 자기들이 진상조사를 하나"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진상조사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 송상교 변호사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진상조사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 김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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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상조사단은 어떤 이들로 구성되어 있나?
"인권단체연석회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여연대, 민변에서 조사단을 만들었다. 4개 단체다. 단체로 활동하기 때문에 인원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민변 구성원은 10여 명이다."

- 화재 이후 용산 현장에 가 봤나?
"사고 현장은 경찰 통제 때문에 못 들어간다. 그래서 우리는 조속한 현장 공개와 현장보존을 요구하고 있다. 22일 법원에 증거보존 신청을 했다."

- 검찰이나 국가인권위에도 이미 진상조사단이 있는데, 별도로 진상조사단을 만든 이유가 궁금하다.
"가해자가 공권력이기 때문이다. 그 공권력이 객관적으로 진실을 규명한다고 하고 있다. 과연 얼마나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겠나? 실제 경찰은 처음부터 자신들의 정당성을 강변하고 은폐하려고 노력했었고, 검찰도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을 보면 당사자에 대한 총체적 수사를 벌였어야 함에도 연행된 철거민만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과잉진압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조사를 하지 않고 경찰이나 용역에 대해서는 형식적 조사만을 하고 있다. (공권력이 가해자일 때) 진실을 규명하기보다 사건을 빨리 마무리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번 상황도 그런 것 같다. 또 사건과 관련된 정보가 공개되는 것이 중요하다. 경찰이 내부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떻게 판단을 했는지 자료 공개를 해야 한다. 경찰은 사건현장에서는 채증을 한다. 이번에도 아마 컨테이너라든지 사건 바로 근접장소에서 채증한 기록이 있을 것이다.이를 완전히 공개하고 수사해야 한다."

- 경찰특공대가 철거민 농성에 투입된 것은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나?
"그곳은 이미 철거된 현장이기 때문에 주변 건물이 모두 비어 있는 상태였다. 인명을 해할 정도의 그런 위급한 상황이 절대 아니었고 테러에 준하는 상황도 아니었다. 경찰특공대는 대테러부대로서 테러 상황 또는 그에 준하는 범죄행위가 있을 때만 투입되도록 훈련된 부대다. 따라서 그들은 테러 진압 방식을 훈련받았다. 대테러 부대를 동원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상황일 때 가능한 것인데 이번 사건에 경찰특공대를 투입한 법적 근거도 뚜렷하지 않다. 경찰의 상황판단과 함께 특공대를 투입한 것 자체도 위법소지가 있다."

 - 검찰에서는 농성자들이 화염병을 던져 화재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는데.
"진상조사단은 제약된 조건에서 유족을 포함한 철거민들과 연행된 분들, 다친 분들을 통해서 진술을 듣고 그것을 종합하고 있다. 지금 경찰은 철거민들이 시너를 뿌리고 화염병을 계속 던졌다고 이야기한다. 검찰도 철거민들이 화염병을 던졌다고 하면서도 정확한 발화원인은 모르겠다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종합한 결과로는 시너를 뿌린 일은 없다. 화염병을 망루 밖으로 던진 적은 있지만, 망루 안에서 올라오는 경찰을 향해 화염병을 던졌다는 진술은 없다."

"추정만 갖고 구속... 화염병 던졌다는 증거가 없다"

20일 새벽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재개발지역내 5층 건물 옥상에서 농성중인 철거민들을 경찰특공대가 강제진압 과정에서 철거민들이 들어가 저항하고 있는 가건물이 불길에 휩싸여 무너지고 있다.
 20일 새벽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재개발지역내 5층 건물 옥상에서 농성중인 철거민들을 경찰특공대가 강제진압 과정에서 철거민들이 들어가 저항하고 있는 가건물이 불길에 휩싸여 무너지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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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성자 5명이 이번 사건으로 구속됐다.

"문제가 있다. 검찰 스스로 정확하게 (농성자들이 던진) 화염병 때문에 발화되었다고 확정도 못하고 추정만 하는 상황에서, 또 고의성도 없어 보인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구속자들에게) 방화죄를 적용했다. 방화라는 것은 고의로 불을 질렀다는 이야기인데 검찰 스스로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또 객관적 증거 없이 일부 경찰 대원 진술만 가지고 그 사실을 인정하고 구속까지 시켰다는 것은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 그렇다면 구속적부심을 할 예정은 없는지?
"변호인단은 따로 있다. 물론 변호인단도 민변 소속이지만, 진상조사단과는 별개다. 향후 적부심 등은 변호인단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 경찰이 화염병 시위에 대해 매뉴얼대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는데.
"경찰 내규이기 때문에 법적 효력은 없지만, 적어도 경찰이 만든 원칙이기 때문에 그것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은 원칙과 의무를 어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과실을 인정했다는 뜻도 된다. 지금까지는 철거민에 대한 조사만 이루어졌다. 한두 사람도 아니고 다섯 분이 진압과정에서 사망했다.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사건의 본질이다. 경찰에 대해 최소한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성립될 여지가 매우 높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 경찰관 직무집행법상에도 의무를 위반해 시민에게 해를 입혔을 경우에는 처벌하는 규정이 있다. 경찰에 의무위반 내지 과실을 인정할 수 있는 사유가 여러 가지가 있다. 경찰은 공무집행 과정에서 국민의 신체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소위 진압과정에서 불상사가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되는 때면 (병력) 투입도 신중해야 한다. 또 투입한다 하더라도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게 경찰의 법적인 의무다.

지금 알려진 바에 따르면 경찰은 (화재발생)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했고 미리 준비까지 한 것으로 보인다. 정작 현장에서는 그런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매트리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준비했던 매트리스를 전혀 설치하지 않았다. (경찰 주장으로는) 초기에는 설치했지만 화염병에 불탔다고 이야기하는데 말도 안 된다. 확인한 바에 따르면 (경찰) 컨테이너가 망루를 수차례 건드렸다. 불타기 전에 안전성이 흐트러진 상태였다. 불이 나자마자 (망루가) 무너진 것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고 본다. 전반적으로 투입 및 진압과정 자체에서 내규를 포함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이런 것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 자체가 직무집행법 위반이다. 최소한 업무상 과실 치사나 경찰관 직무집행법 위반 같은 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

- 경찰이 용역 불법에는 눈감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진압과정에서 경찰과 용역이 서로 협조했다는 의혹도 있다.
"앞으로 계속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현재까지 용역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법적으로 용역은 진압에 참여할 권한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19일부터 망루 아래층에서 폐타이어에 불을 붙여 사람들을 혼란케 했다. 그로 인해 불도 여러 차례 났었다고 한다. 건너편 건물에서는 용역들이 경찰 방패를 가지고 있었다는 진술도 나왔다. 건물 안에서는 방화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경찰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협조관계까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경찰은 현장에서 용역 위법행위를 철저히 방조했다. 용역들에게 (경찰 방패까지) 있었으니 충분히 의심할 만한 상황이다. 왜 그런 것인지, 용역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저희도 그 부분은 계속 확인할 계획이다."

"농성자들은 모두 철거민, 배후조종 이야기는 본질 흐리기"

용산재개발지역 철거민 사망사건과 관련해서 유가족과 용산철거민살인진압대책위는 21일 오전 서울 한남동 순청향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족 동의없는 강제부검에 대해 '독재정권 시절에도 없던 일'이라며 규탄하고 나섰다. 한 유가족이 이명박 정부 퇴진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용산재개발지역 철거민 사망사건과 관련해서 유가족과 용산철거민살인진압대책위는 21일 오전 서울 한남동 순청향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족 동의없는 강제부검에 대해 '독재정권 시절에도 없던 일'이라며 규탄하고 나섰다. 한 유가족이 이명박 정부 퇴진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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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망자 5명 중 2명만 철거민으로 확인됐다. 일부에서는 외부세력이 주도해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들도 모두 철거민이다. 다만 용산4가 주민들이냐 그 이외 분들이냐의 차이일 뿐이다. 일부 언론에서 전철연(전국철거민연합)을 부각시키고 전철연이 배후 조종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본질 흐리기다. 전철연이 개입했고 그 전에 교육을 했다든가 하는 것은 이 사건과 관련이 없는 문제다. 이 사건에서 사람들이 그곳(용산 화재현장)에 있었고 그 사람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그 진상을 밝히는 것이 핵심이지, 그것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배후 운운하는 것은 책임을 다른 곳에 돌리려는 의도다. 철거민들은 사회적으로 약자다. 혼자 이야기해도 들어주지 않아서 함께 단결된 목소리를 낸 것이다.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조직을 만들어 함께 대처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다."

- 사망자 사체를 가족 동의 없이 부검했는데.
"영장을 받아서 부검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영장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는 아직 확인이 안 됐다. 이것은 법적 문제라기보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인권 문제다. 부검이라는 것은 사인을 밝혀야 할 필요가 있고 의문이 생길 때 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신원파악이 되어 있었다. 어떤 분은 지갑까지 있어 신원확인이 된 상황이었다. 유가족이 있다는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동의 없이 부검이 이뤄졌다. 유가족들이 가족들의 참여 없이 부검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었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라는 유가족이 추천하는 전문의들이 있던 상황에서 그렇게 신속하게 부검을 한 것은 매우 비상식적인 일이다."

- 진상조사단은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게 되나.
"한시적으로 활동이 이루어진다. 1차 발표가 너무 촉박한 상태에서 이루어졌다. 일부 석방자들에 대한 추가 면담을 23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설 이후 빠른 시일 내에 2차 조사 결과를 발표를 할 계획이다. 사건관계자와 심층적 면담을 진행하고 공개된 자료에 대한 분석 등을 진행하고 있다.

- 어느 선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보는지.
"기본적으로 현장 경찰관이 판단을 잘못해 생긴 문제가 아니다. 지휘부 결정으로 만들어진 참사다. 근본적으로 지휘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적어도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은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게 급하게 경찰특공대 투입을 결정했던 것이 무엇 때문인지,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런 식의 무모한 작전을 펼친 이유가 무엇인지, 또 그 과정에서 상부의 의도가 반영된 것은 아닌지, 지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현장에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등이 앞으로 밝혀져야 할 문제다."

덧붙이는 글 | 김태헌 기자는 <오마이뉴스> 9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송상교, #민변, #용산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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