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2일 오후 2시, 이틀간 '업무거부 집단대휴'를 결의한 KBS 노동조합원 800여 명이 본관 민주광장에 모였다. 본관 입구에서부터 출입증 배부 데스크까지 조합원들로 가득 찼다.

 

사측으로부터 오늘 새벽 2시 40분께 '집단휴가 불허하며 휴가원을 반려한다'는 문자를 받은 조합원도 있었다. 일부 조합원은 "불이익이 예상된다"는 사측의 '회유'도 받았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민주광장으로 나와 "부당징계 철회" "공영방송 사수"를 외쳤다. 가슴에는 '부당징계 철회'라는 검은 리본을 달았다. 한 기자는 "사측에서 대휴를 불허해 간부들이 서명을 해주지 않는 바람에 오늘 모인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무단결근 혹은 무단조퇴를 불사하고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KBS 노조 비대위는 21일 '22일부터 이틀간 전 조합원 업무 거부' 지침을 내렸고, 800여 명이 집단휴가원을 냈다.

 

최재훈 노조 부위원장은 집회에서 "5000 조합원이 단결해 부당 징계 철회시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태연 PD는 "우리는 노조 지침에 따라 이곳에 집결한 것"이라며 "이 투쟁은 노조가 어떻게 끌어가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노조의 '적극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무단결근하고 모인 KBS인들... "감격스럽다"

 

파면 당사자인 양승동 PD는 "감격스럽다"면서 무대에 섰다. 조합원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1990년 4월 이곳 민주광장 한구석에 앉아있었다. 그 분위기가 재연되는 것 같다. 감사드린다. 내 개인 문제보다는 전체 KBS에 대한 문제다. 조합원들이 큰 틀에서 이 사태를 바라봐주길 바란다. KBS 사원들이 그동안 쌓인 게 많았다. 밖에서 여러 비난이 있다. 그러다가 중징계 파문 일어나 비로소 '폭발'한 것 같다. '공영방송 사수'라고 외치던 구호가 어느샌가 '부당징계 철회'로 바뀌었는데… 개인적으로 징계는 감수할 수 있다. KBS가 다시 태어나고 제대로 된 공영방송을 세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노조가 주최한 집회가 끝난 뒤에는 기자협회와 PD협회의 연합 집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일부 아나운서들도 참가했다.

 

홍소연 아나운서는 "이렇게 모두 모인 자리가 만들어져 좋다"면서 "와야 할 자리여서 왔고,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최원정 아나운서는 "아나운서들도 오늘과 내일 대휴를 전원 제출했다"면서 "다만 당장 제작에 참여하지 않으면 파업 상태로 비칠 수 있어 '방송 출연 거부'를 아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아나운서는 "앞으로 노조의 뜻에 따라 투쟁 수위를 높인다면 아나운서들도 방송 출연을 안한다든지 리본을 달고 출연한다든지 하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병순 사장이 리포트할 때까지 싸우자"

 

민필규 기자협회장은 "데스크 급을 제외한 평기자 100%가 집단휴가 투쟁에 참여했다"면서 "지금 보도본부는 기자들이 완전히 빠졌으며 주말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민 회장은 "뉴스를 완전히 멈추고 싶지는 않지만, 이번 주말까지 우리 뜻에 대한 아무 답이 없을 경우 내가 책임지고 모든 기자들과 앵커들까지 빼겠다"고 말했다.

 

김덕재 PD협회장은 "지금 일을 하고 있는 CP나 데스크들도 마음은 이곳에 와 있을 것"이라며 "회사에서 오늘 호소문이 나왔는데, 자기들이 뭘 잘못했는지는 알고 있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우리는 제작거부를 더 할 수 있지만 이틀로 제한했다"면서 "그 이유는 여전히 우리에게 방송을 향한 충심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회사가 참회하고 반성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윤섭 기자는 해임당한 성재호 기자를 언급했다.

 

"성재호 기자는 어떻게 하면 좋은 아이템으로 보도할까, 어떻게 하면 신속하게 취재해서 방송할까, 후배들 피곤하지 않게 일을 잘 나눠서 방송할까… 이것만 고민하던 기자였다. 해임 통보가 왔을 때 뉴스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성 기자가 전화를 끊으면서 '회사가 그리 급한가'라고 말하더라. '뭡니까'라고 물으니 '해임'이라더라. 급한대로 선배 후배 동료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뒤에…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울산에서 올라온 김연주 기자는 "기왕 시작한 거 끝까지 갔으면 좋겠다"면서 "개인적 바람은 이병순 기자가 리포트하는 거 보는 날까지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광장에서는 PD협회가 급조해 만든 노래패 '병순아 일 좀 하자'와 기자협회 막내 기수들의 율동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시각, 노조 사무실에서는 이후 투쟁일정을 논의하는 비대위 회의가 열리고있다.  

 

 


태그:#KBS, #기자협회, #PD협회, #제작거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