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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산 거리를 출발한 2층 버스는 방콕 시내를 가로질러 달리기 시작한다. 가방을 분실한 관계로 옷을 갈아입지 못하고 집에서 출발한 겨울옷 그대로다. 다만 두터운 외투만 벗었을 뿐 두터운 바지에 긴팔차림이다. 그런데도 방콕의 밤공기는 덥지 않고 서늘한 기분이 든다. 버스 안을 둘러보니 담요가 보인다. 아마도 장거리 여행버스다 보니 담요가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콕 시내를 벗어난 버스는 칠흑같이 어두운 아스팔트 위로 속도를 내며 달리기 시작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평원 그곳에 나무들만이 어둠을 지키고 서있을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출발한 지 두 시간이 지났을까 버스 안이 추워 두꺼운 겨울 외투를 다시 입었다.

주변의 젊은 배낭족들은 아직 견딜만 한지 반팔 차림그대로다. 허지만 얼굴 모습을 보아하니 추워 보이는 기색이 역력하다. 아마도 두터운 옷을 준비 못 한 탓일까? 아니면 짐칸의 배낭 속에 있는 외투를 꺼내기가 어려워서일까? 아무튼 히터를 틀어주었으면 좋으련만 줄창 에어컨만 틀어댄다.

밤 12시에 도착한 휴게소의 모습
▲ 휴게소의 야간풍경 밤 12시에 도착한 휴게소의 모습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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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춥다고 히터를 틀어달라고 요청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만 추위를 느끼는 것일까? 그렇게 4시간여를 달린 버스는 어느 휴게소로 들어선다. 언뜻 보아하니 고속도로 휴게소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와는 사뭇 다르다. 방콕에서 가방 분실로 정신이 없어 저녁 먹을 시간이 없었다. 빵과 우유를 사서 먹고 따스한 커피 한잔을 마시자 포만감으로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휴게소 앞의 마당에 나가 경직된 몸을 가벼운 운동으로 풀고 다시 차에 올랐다. 차창너머로 휴게소 식당코너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추운 겨울날 기차역 매점에서 급히 먹던 가락국수 생각이 간절하다. 

휴게소를 출발한 버스는 다시 어둠을 헤치며 속도를 낸다. 버스 안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버스의 기계음만이 고요한 정적을 깨트릴 뿐이다. 모두 차안에 있던 담요를 뒤집어 쓰고 어둠 속에 몸을 감춰 버린다. 나와 아내는 두터운 겨울 외투를 입고 차안의 담요를 덮었는데도 몸이 자꾸 웅크려 든다. 그렇게 뒤척이다 버스안에서 잠이 들었다.

농카이 주변에서 본 메콩강의 새벽풍경
▲ 메콩강의 새벽풍경 농카이 주변에서 본 메콩강의 새벽풍경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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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보니 새벽이 밝아온다. 잠시 후 버스는 태국의 국경 농카이 출입국사무소에 도착했다. 출입국사무소 주변에 있는 식당에서 차를 한 잔 마시며 출국 수속을 하는 도중 같이 타고 온 버스에 한국의 젋은이가 있음을 알았다.

그는 동남아에 장기간 체류하면서 주변국을 여행하는 모양이다. 우리가 탄 버스에는 일본인 2명, 한국인은 나와 아내를  포함하여 3명 그리고 나머지는 전부 유럽의 젊은이들이다 그중에서도 여성이 절반이나 된다.

그 한국 젊은이는 전에도 이 버스를 타고 방콕에 간 적이 있었는데 버스 안이 추웠음에도 히터를 틀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설명으로는 VIP 버스는 에어컨이 잘 가동되는 버스라는 별칭이다 보니 에어컨만 줄창 튼다는 것이다. 

방콕에서 부터 타고온 2층버스
▲ 2층버스 방콕에서 부터 타고온 2층버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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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심사를 간단히 마치고 다시 타고 온 버스에 올랐다. 잠시 후 태국의 국경을 지나자 라오스 국경으로 들어가는 우정의 다리가 보인다. 여기서 10분 정도 들어가자 라오스로 들어가는 출입국 장소에 도착한다. 방콕에서부터 달려온 2층 버스는 여기까지 여정을 마치고 돌아간다. 라오스 입국장을 나서면 다른 버스를 타고 비엔티엔이나 방비엥 등으로 가야한다.

입국장으로 들어서기 전 입국장 직원이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물으며 갈 방향을 안내 해 준다. 한국과 일본 사람은 바로 입국심사만 거치는 곳으로 안내를 하고 서양인들은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기 때문에 입국장소를 우리와 다르게 안내해 준다.

우리나라는 2008년 9월 1일부터 비자면제 협정을 맺었기 때문에 무비자로 15일 이내의 여행을 할 수 있다. 입국장을 나와 잠시 기다리자 이곳의 주요 교통수단인 툭툭이라는 기사들이 적극적인 호객행위를 한다. 툭툭이는 우리나라의 택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오토바이나 트럭에 짐칸을 연결하여 사람이나 물건을 실을 수 있게 만든 자동차다.

라오스 출입국사무소의 아침풍경
▲ 라오스의 출입국 사무소 라오스 출입국사무소의 아침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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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의 주요 교통수단인 트럭 및 툭툭이의 모습
▲ 라오스의 주요 교통수단 라오스의 주요 교통수단인 트럭 및 툭툭이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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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분이 지났을까? 고물이 다된 버스 한 대가 입국장으로 들어온다. 잠시 후 기사가 내리더니 그 버스에 타라고 신호한다. 버스 안을 둘러보니 한국 글씨가 여기 저기 남아있다 우리나라 중고 버스를 가져온 모양이다. 어찌나 고물인지 출입문이 잘 닫히지 않고 바람이 솔솔 들어온다.

비엔티엔으로 향하는 이 버스의 행색을 보아하니 이 나라의 경제사정을 짐작할 만하다. 입국장에서 30분 정도를 달리자 도시 분위기가 제법 풍기는 도심으로 들어선다. 이곳이 바로 라오스의 수도 비엔틴이다. 거리는 오토바이와 툭툭이 그리고 자전거가 주류를 이룬다. 간간히 승용차와 버스가 지날 뿐이다.

교통신호등과 차선 등이 갖추어 있지만 교통질서는 없는 듯하다. 이곳도 방콕과 마찬가지로 드넓은 평원에 세워진 도시처럼 주변에 조그마한 언덕도 보이지 않는다. 여느 나라 도시와는 달리 고층건물이 없고 건물 대부분이 오래되어 낡아 보이지만 거리는 비교적 깨끗한 편이다.

라오스에 처음 도착한 곳에서 본 문화센터의 모습
▲ 라오스의 문화센터 라오스에 처음 도착한 곳에서 본 문화센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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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수도 비엔티엔의 거리모습
▲ 비엔티엔의 거리 라오스 수도 비엔티엔의 거리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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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버스는 비엔틴의 문화센터 건물 앞에 도착한다. 그리고 방비엥으로 갈 사람은 한 시간 후에 미니버스로 갈아타라고 안내 한다. 버스에서 내려 문화센터 건물을 살펴보았다. 비교적 색감과 건물형태가 다른 건물에 비해 세련되어 보였다. 비엔티엔에는 특별히 관심을 끄는 유적지와 관광지가 없기에  라오스의 최대 휴양지인 방비엥으로 바로 떠나려고 한다.

버스표는 방콕의 카오산에서 방비엥까지의 표를 샀기 때문에 새로 끊지 않고 계속 이어 탈 수 있다. 출발 전, 이곳에서 아침을 먹어야 하기에 도심주변을 돌다가 비교적 사람들이 많이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메뉴를 보니 대부분 빵과 음료 그리고 술이다.

한참을 고르다가 셀러드 2접시와 우유 1잔을 시켜 먹었다. 280바트를 요구한다. 환율을 계산해보니 결코 물가가 싸지 않은 곳이다. 이곳도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물값은 따로 계산해야 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와 같이 물을 맘껏 먹을 수 있는 나라는 참으로 행복한 나라다. 

10시에 출발한다는 미니버스는 열시 반이 돼서야 출발을 한다. 이곳도 예전의 우리나라처럼 라오 타임이 있는 모양이다. 35인승 미니 버스였는데 탑승인원이 좌석을 거의 메우자 비엔티엔을 출발한다. 비엔티엔에서 방비엥까지는 보통 4시간이 걸린다. 버스가 시내를 가로 질러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분명 도로는 포장길임에도 차는 덜덜 떨며 달린다. 길의 포장상태가 매우 불량하기 때문이다. 아스팔트를 깔긴 깔은 모양인데 종이장처럼 얇게 덮어 놓아 포장길이란 말이 무색하다. 길가에는 집들이 길게 늘어 서 있는데 시골로 향할수록 대부분 나무와 나무 껍질로 만들어 져 있다.

라오스 식당에서 만난 고양이
▲ 고양이 라오스 식당에서 만난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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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시골풍경이 들어온다. 들녘은 대부분 가을걷이가 끝난 듯 텅비어 있지만 모내기를 하는 모습이 눈에 자주 띈다. 이곳은 열대 지방이기 때문에 이모작이 가능할 것 같다. 들녘에는 경운기가 가끔씩 세워져 있고 경운기를 타고 도로를 달리는 농민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비엔티엔에서 방비엥으로 가는 길은 우리나라로 말하면 1번 국도다. 지금 달리는 이 길은 라오스의 도로사정으로 볼 때 고속도로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어느 깊은 시골길을 달리는 느낌이다, 도로의 모양도 그렇고 도로를  지나다니는 것들 또한 제한이 없어 너무 자유스럽다. 도로변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서있거나 지나고 있는데 얼굴이 참으로 순박해 보인다. 비록 그들의 모습은 가난해 보이지만 평화로움이 얼굴에 가득 묻어 있다.

간이 휴게소에 들러 휴식을 취하는데 어떤 사람이 다가와 말을 건넨다. 한국 사람이었다.

다소 반가움에 그들도 상기된 표정이다. 대학생의 아들과 여행을 하고 있는 중년의 남자는 어제 비엔티엔에서 하루를 묵었다 한다. 약 10만원 정도를 지불하고 호텔에서 묵었는데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아 많이 불편했다고 한다.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은 이제 외국인 여행객들로 넘쳐나다  보니 물가가 매우 비싸졌다는 것이 여행객들의 말이다.

방비엥 미니버스 정류장 앞에서 본 거리 모습
▲ 방비엥의 읍내거리 모습 방비엥 미니버스 정류장 앞에서 본 거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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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3시간여를 달렸을까 물빛이 푸른 강물이 나무사이로 언뜻 언뜻 보이더니 산의 형태가 그림을 그려놓은 듯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곧 차는 읍내거리로 들어서며 정차를 한다. 차에서 내려 주변을 돌아보니 예사로운 경치가 아니다.

이곳에 오기 전에 생각했던 풍경과는 너무 다르게 풍경이 빼어나 마음이 설레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오후 2시가 넘은 터라 배가 너무 고프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실감난다. 차에서 내려 식당을 찾아보니 바로 앞에 한국글씨로 된 메뉴판이 반갑게 서있다.

덧붙이는 글 | sbs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라오스, #배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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