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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밤 8시 40분 현재. 용산 참사 현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시민 촛불 집회는 한국작가회의의 송경동 자유실천위원회 부위원장의 추모시 낭독을 마지막으로 청와대로 가두행진을 시작했다. 불법 집회를 해산하라는 2차 경고 방송 직후, 전경과 시민이 충돌했다. 몸 충돌이 일어난 가운데, 고함과 구호가 뒤섞인 채 대치한 상태다.

 

다음은 송경동 부위원장이 온몸을 떨며 낭독한 추모시다. 본인의 허락을 받아 싣는다.  

 

살인폭력정권 이명박은 당장 물러나라

 

모두가 잠든 새벽녘 다시 또 시대의 폭압에 맞서다 무참히도 죽어간 철거민 열사들이여! 그리스의 15세 소년 알렉시스와, 팔레스타인에서, 또 어디에서 죽어간 수많은 가슴 아프도록 아름다운 영혼들 곁에서 부디 영면하소서.

 

국민의 밥상에 독이 든 고기를 올리겠다고 했을 때

천년 강물의 가슴을 파헤치고 이윤을 위해 자연을 죽이겠다고 했을 때

교육의 전당을 시장으로 만들어 아이들을 죽음 같은 경쟁으로 내몰겠다고 했을 때

뉴타운을 지어 가난한 자들을 몰아내겠다고 했을 때

 

가녀린 촛불 하나하나를 곤봉과 방패로 짓이겨 갈 때

100만 촛불의 간절한 생명의 소리를 콘테이너 산성으로 막고 귀막을 때

인터넷에마저 재갈을 물리겠다고 압수수색해 올 때

 

96일 굶은 기륭 김소연이 오른 철탑 망루를 뒤흔들고 경찰차로 들이박을 때

죽어보라고 용력 구사대를 앞세워 이죽거릴 때

미포조선 100m 굴뚝 농성장에 불기를 끊고 음식물을 끊을 때

용기 있으면 죽어보라고 사주할 때

 

바른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곧은 교사들의 목을 단칼에 치고

교과서에 새겨진 참민주주의의 목을 조를 때

 

890만 비정규직 2년짜리 노예목숨도 부족해

4년짜리 노예, 영원한 비정규 목숨들을 양산해

자본에겐 횡재를, 민중에겐 살아도 죽은 목숨을 선사하겠다고 했을 때

가진 자들만을 위해 모든 법률을 개악하겠다고 했을 때

항복하지 않으면 어떤 인도적 지원도 할 수 없다고 북의 동포들에게 엄포를 놓을 때

팔레스타인 학살 규탄 유엔인권위 결의안에 기권표를 던질 때

 

알았다. 너희는 소수라는 것을

만인을 위한 정부가 아니라는 것을

만인을 죽음으로 내몰 잔인한 살인 정부라는 것을

폭력으로밖에 자신을 유지할 수 없는 더럽고 추악한 파쇼 정부라는 것을

자본의 위기를 노동자 농민 빈민 서민의 위기로 돌리려는

극악한 정부라는 것을

 

너희에겐 그 무엇도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뻐저린 고통을 당해봐야 하는 것은 우리가 아닌 너희라는 것을

보라. 미천한 자본과 폭력의 개들아

진실은 다시 모두가 잠든 새벽녘

가난한 삶의 현장에서 성난 불꽃으로 일어나

우리 모두의 나약한 가슴을 태우고

비겁과 나태를 밀어내고

양심과 도덕의 횃불에 다시 불을 댕긴다

헐벗은 겨울 벌판을 정화하는 들불처럼

쥐새끼들을 몰아내고 병든 균들을 태워 없애고

노동자 민중이 주인 되는

새로운 시대의 봄을 부른다.

 

더 이상 오를 곳도

더 이상 내려갈 곳도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어

하늘로 하늘로 오르는 계단을 쌓듯 망루를 쌓아갔던 열사들이여

그러니 일어서라

일어서서 이 차디찬 새벽을 그 뜨거운 몸으로 증거하라

우리가 그대들이 되어

더 이상 물러설 곳도

더 이상 안주할 곳도

더 이상 망설일 것도 없는

이명박 신자유주의 폭력 살인

반민중정권 퇴진을 위해 투쟁에 결연히 나서도록

살아서 비굴한 목숨이 아니라

열사들의 영전에 자랑스런 이름들이 될 수 있도록

열사들이여 그 뜨거운 분노

그 뜨거운 함성, 그 뜨거운 소망을 내려놓지 마시라.


태그:#용산 참사, #철거민, #재개발 , #뉴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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