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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억새바다...
▲ 신불평원 광활한 억새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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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알프스는 가지산(1240미터), 운문산(1188미터), 천황산(재약산, 1189미터), 신불산(1208미터), 영축산(1059미터), 고헌산(1032미터), 간월산(1083미터)등 7개 산군이 유럽 알프스처럼 아름답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경상남도와 경상북도 양도에 걸쳐 울산, 양산, 밀양, 청도, 경주 5군에 이르며 높이 1000미터 이상 되는 7개 산군으로, 영남의 병풍, 혹은 영남의 지붕이라 불리기도 한다.

영남알프스 중 처음으로 올랐던 가지산에서의 그 감동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가지산, 운문산, 천황산과 재약산,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등을 올라본 지도 꽤 오래 되었다. 영남알프스 중에 고헌산을 빼놓고는 최소한 한 번 이상은 다 만나보았다. 이번엔 영축산에서부터 신불산까지 이어진 신불산 억새평원을 만나러 간다.

영남알프스, 어디서부터 올라가든지 만만치 않다

신불평원...헤엄치듯 걷다
▲ 신불평원 신불평원...헤엄치듯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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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축산도 신불산도 올랐었지만 영축산에서부터 신불산까지 이어진 신불평원을 따라 종주산행하는 것은 처음이다. 가을이면 억새꽃으로 하얗게 물보라를 일으킬 영남알프스는 오늘은 어떤 모습으로 우릴 반길까. 양산을 벗어나 물금에서 원동 방향으로 접어든다. 꼬불꼬불 S자 코스 언덕길을 따라 물금 고갯길을 넘고 화제마을을 지나 산과 강을 끼고 있는 마을들을 스쳐 지나간다.

봄이 오면 매화꽃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할 원동 순매원이 낙동강을 끼고 원동역을 지난다. 넓게 잘 닦여진 도로가 계속 이어진다. 참 오랜만에 이 길을 다시 만난 것 같다. 늘밭마을 옆을 지나 영포마을로 이어지고 배내골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차도 거의 없는 넓은 도로에 양쪽으로 산들이 둘러쳐 있는데다 고요하다. 꼬불꼬불 경사높은 산길을 지나 배내골로 접어든다.

배내골로 오는 길은 여러 갈래길이 있는데 그 어떤 길로 오든지 경사 높은 언덕을 넘어야 한다. 그만큼 깊은 골짜기이다. 10시 20분, 청수골 산장 앞 유료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등산준비를 한다. 차량들이 주차장에 제법 많다. 산악회에서 온 듯한 한 무더기 사람들이 대형버스에서 내려 우리보다 먼저 산 들머리로 들어선다. 청수골 산장을 지나 청수좌골로 들어선다.

억새에 나부끼는바람소리 들으며 걷다...
▲ 신불평원 억새에 나부끼는바람소리 들으며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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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수북이 깔린 좁은 오솔길로 산악회에서 온 사람들이 한 줄로 길게 서서 우리 앞에서 가고 있다. 계곡 쪽이라 햇볕이 잘 들지만 바람이 닿지 않아 춥지가 않다. 조망은 없다. 산과 산 사이 움푹 내려앉은 계곡 옆길로 해서 오르막길만 엎드려 있을 뿐이다. 바로 우리 눈앞에 보이던 산악회 사람들은 그새 멀리까지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오르막길을 따라 계속 오르다 쉬다 하며 간다. 11시 55분, 산 능선이 가까이 느껴진다. 조금씩 조망이 드러나고 바람이 느껴진다. 바람이 머리에 와 닿는다. 제법 올라왔나 보다. 기온 차이도 난다. 이제 곧 능선길인가 보다 싶은데도 좀처럼 조망은 드러나지 않고 계속 오르막길이다. 바람소리가 높고 바람이 몸에 와 닿는다.

영축산에서 신불산까지, 억새바다에 헤엄치다

능선길이 시작된다. 12시20분, 왼쪽 저 멀리 신불산 정상이 보이고 오른쪽엔 영축산 가는 길이 펼쳐져 있다. 바람에 나부끼며 억새는 메마른 소리를 낸다. 사르르 사르르~ 억새 능선이다. 가을이면 억새꽃이 하얗게 뒤덮을 이곳은 겨울 한복판이다. 메마른 억새가 바람과 함께 이 능선을 가득 채우고 있다. 거대한 억새바다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능선길을 따라 영축산으로 간다.

잔설이 남아 있는 곳도 있지만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황홀한 억새바다를 걸으며 영축산으로 오르는 길엔 이곳을 찾은 산 벗들도 많이 보인다. 영축산 오르는 등산로는 통도사 극락암으로 해서 올라오는 길이 있고, 통도사 지산리에서, 배내골 청수골 산장에서, 언양에서 혹은 파래소 폭포에서 오르는 길 등 많은 길이 있다. 산세가 높아서 어디서부터 출발하든지 영축산을 오르는 길은 결코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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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길을 걸으며...
▲ 신불평원 하늘 길을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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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은 좀처럼 보이지 않고 긴 시간 동안 오르막길로 이어지는 등산로, 땀 흘려 올라 온 높은 산정은 우리를 그냥 돌려보내지 않는다. 올라올 때의 힘듦과 땀방울과 수고를 단번에 씻어 주고도 남을 만한 넓디넓은 억새바다가 광활하게 펼쳐져 시선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가슴이 뻥 뚫린다. 높은 산 능선에 끝없이 펼쳐진 억새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억새평원은 광활하다.

능선 길을 걷노라면 앞을 보아도 뒤를 보아도 발걸음을 절로 멈추게 만든다. 저 멀리 영축산 정상이 조망되지만 능선 길에서 정상까지의 길이도 꽤 길다. 영축산 정상을 향해 가는 억새능선 길에서 돌아보면 신불산으로 이어지는 억새능선도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오늘 산 벗들도 많다. 넓고 길게 이어진 능선 길엔 사람 단풍이 든다.

저기 영축산 정상이 보이는데 오래 걷다보니 다리가 꽤 아프다. 예전에 걸었던 천황산 재약산이 멀리 조망된다. 배내골에서부터 높은 산을 올라가서 한참동안 걷고 또 걸어 올라갔던 높은 산맥이 아주 높아 보인다. 아으 디롱다리! 우리가 저 높은 산을 올라 천황산, 재약산까지 갔단 말인가. 저 높은 산을 넘고 능선길을 따라 정상까지 어떻게 올랐지? 사람이 맞아?! 믿기지 않는다.

..신불재가 앞에 보이고...
▲ 신불평원 ..신불재가 앞에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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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축산 정상(낮1시) 도착, 많은 사람들이 정상석 주변에 올라와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춥지 않다. 정상 주변 바람이 들지 않는 양지바른 곳을 찾아 점심을 먹고 보온병에 넣어 온 따끈따끈한 숭늉을 마시자 일시에 피로와 추위가 가신다. 이제 영축산에서 신불산으로 간다. 1시 40분이다. 신불산 정상이 멀리 하늘 아래 조망된다.

영축산에서 신불산 정상까지 이어진 넓고 긴 신불평원은 하염없이 펼쳐져 있고, 억새바다 위로 바람이 분다. 바람의 길, 억새능선 길을 걷는다. 억새에 이는 바람 소리 사이로 흥얼흥얼 노래하며 능선길을 올라오는 사람이 있다. 억새능선을 걸으며 자기 인생을 생각하는 것일까. 그 노래 소리 한번 구성지다.

억새바다, 신불평원이 최고!

끝없이 이어진 억 바다, 신불평원의 S라인은 앞을 보아도 지나 온 길을 되돌아보아도 감탄, 또 감탄이다. 절로 걸음을 멈추게 한다. 영남알프스 중 억새는 어디를 최고로 칠 수 있을까. 여기 신불산에서 영축산으로 이어진 신불평원이 최고일까. 영남알프스의 억새는 간월산 밑 간월재는 억새가 10만여평, 고헌산 정상부근에 20만여 평이고, 재약산 사자평이 1만 평, 영축산에서 신불산까지의 신불평원은 60여만 평이라 한다.

지금까지 만났던 영남알프스의 억새바다 가운데 가장 광활하고 멋진 곳이 신불평원이 아닐까 싶다. 입이 떡 벌어지게 광활한 억새바다를 헤엄치듯 걷는다. 2시 40분, 신불재 도착, 여기서부터 신불산 정상까지는 나무계단 높은 길이다. 억새를 보호하면서 억새조망하기 좋고, 산객들의 편의를 위해서도 배려해 놓은 길인 듯 하다. 하늘은 맑고 깃털구름이 바람 따라 갖가지 모양을 만들어낸다.

하늘 길 따라 걸으며...
▲ 신불평원 하늘 길 따라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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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손바닥만한 먹구름 한 조각이 푸른 하늘을 흐리게 한다. 햇살이 구름 속에 숨자 그늘이 지면서 을씨년스런 풍경을 만들어낸다. 먹구름이 조금씩 커져간다. 내일은 비나 눈이라도 올려나?! 햇살이 다시 퍼지고 맑은 하늘 아래 신불산 억새바다는 밝아온다. 신불산 정상(3:20)에 도착한다. 새롭게 단장해 놓은 신불산 정상 조망대에서 우리가 걸어온 영축산 정상과 억새능선이 보이고, 간월산과 신불산 공룡능선, 배내봉 등이 조망된다.

올라올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가 있는 법, 이제 하산한다. 왔던 길을 다시 돌아 나무계단 길을 내려가 신불재에서 신불산자연휴양림 쪽으로 내려간다. 어느새 해는 서녘하늘가에 있다. 억새평원을 걷던 그 많던 산 벗들 어디로 갔을까. 하산하는 이 길 위엔 아무도 없다. 남편과 나, 우리 둘만이 숲길을 내려간다. 산에서 만나는 산 벗들은 언제나 그랬다. 어디서부터 올라왔는지 모를 산 벗들을 높은 산정에서 만나더라도 곧 또 다른 길로 흩어지면 아무도 없었던 것처럼 적요한 길이 된다.

신불산 오르는 나무계단길...
▲ 신불평원 신불산 오르는 나무계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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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하산 길에서 같은 방향의 산 벗을 만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그랬다. 느림보 중의 느림보 우리 두 사람은 어디로 흩어졌는지 알 수 없는 산 벗이 한두 명쯤은 이 길 위에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으로 햇볕 사라진 늦은 오후 하산 길을 걷는다. 높이 올라왔던 길만큼 하산 길도 꽤 오래 걷는다. 하산 길은 처음엔 완만한 길이더니 휴양림이 가까워지면서 급하고 비좁은 험로를 만난다.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옆에 선 나무를 잡기도 하고 안전밧줄을 잡곤 하면서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내딛는다. 저기 아래 마른 나뭇가지 사이로 신불산자연휴양림이 보인다. 끝이 보인다. 4시 50분, 휴양림에 도착한다. 계곡 길은 얼어붙어 있지만 두꺼운 얼음 밑으로 물 흐르는 소리 가만가만히 들려온다. 5시 05분, 자연휴양림 매표소를 지나 청수골펜션에 도착한다. 

해는 지고 저녁 어스름이 내리고 있다. 출발지였던 주차장에 도착하자 그 많던 차들도 사람들도 보이지 않고 우리 차만 텅 빈 주차장을 지킨다. 우리가 제일 늦게 내려온 모양이다. 우리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며 웃는다. 역시 우린 느림보산행인임이 증명된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산행수첩
1.일시:2009년 1월 17일(토). 맑음
2.산행기점:배내골 청수골 펜션
3.산행시간:총 7시간
4.진행:청수골펜션(10:20)-청수좌골-너덜지대(10:50)-영축산 정상(1:00)-점심식사 후 하산(1:40)-신불재(2:40)-신불산정상(3:20)-신불산 하산(3:30)-신불재(3:45)-임도갈림길(4:10)-국립신불산자연휴양림(4:50)-신불산 자연휴양림매표소(5:05)-청수골펜션(5:15)-주차장(5:20)

참고:국립신불산 자연휴양림:입장료 1,000원/경차주차료:1,500원
청수골펜션 앞 개인 주차장:2,000원(경차)



태그:#신불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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