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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고개에서부터~시루봉...
▲ 시루봉 안민고개에서부터~시루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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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고개에서~시루봉...하산길에 올려다 본 시루봉...
▲ 진해 시루봉 안민고개에서~시루봉...하산길에 올려다 본 시루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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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작정하고 온 길, 장복산과 시루봉 갈림길에서 오늘(15일)은 시루봉 방향으로 간다. 안민고개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등산로에 접어든다. 길은 선택이다. 언제나 길은 어느 지점에서든지 선택을 요구한다. 오늘 만나는 모든 길을 한꺼번에 다 가볼 순 없다. 우리 짧은 인생길 또한 모든 길을 다 가볼 순 없는 것.

안민고개에서 시루봉까지, 한 걸음씩

..능선길 따라 걷다가 돌아본 길...진해시와 창원시가 바라보이는 ...
▲ 진해 시루봉 가는 길 ..능선길 따라 걷다가 돌아본 길...진해시와 창원시가 바라보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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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다. 등산 초입에서 조망되는 시루봉은 까마득히 멀어 보인다. 저기 저 멀리 있는 시루봉까지 언제 도착할 수 있을까. 뒤에는 장복산 가는 오르막 능선길이 엎드려 있고, 앞에는 시루봉까지 이어진 구불구불 능선길이 길게 굽어 펼쳐져 있다. 아침 햇살이 봄이면 꽃구름을 이룰 벚꽃 나무 길 위에 내린다. 완만한 오르막길이다.

겨울 햇살이 내리는 등산로를 따라 걷노라니 추위에 언 몸이 스르르 녹는 듯하다. 길 양쪽엔 벚꽃나무들이 도열해 있어 마치 봄길 걷는 듯하다. 조금 더 올라가자 벚꽃나무와 철쭉나무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길이다. 중간 중간에 넓은 안부가 있어 여러 사람들이 모여앉아 사치기 사치기 사뽀뽀 놀이나 수건돌리기라도 하며 소풍놀이 하기에 딱 좋은 장소다.

등산로는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비교적 무난한 길이다. 한참을 걷다 보니 땀이 난다. 전망바위에 올라 앉아 잠시 휴식한다. 진해시내와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호젓한 능선 길, 걸어온 길을 돌아보아도 앞으로 진행해야 할 능선 길을 바라보아도 거대한 등뼈처럼 솟아 있는 멋진 풍경이다. 낮 12시, 나무 계단길이다. 산악회에서 온 사람들로 보이는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간다.

제법 가파른 나무계단 길은 제법 오래 된 듯하다. 계단 길 오르막이 끝나고 흙 자갈 오르막길은 한동안 계속된다. 12시 15분, 불모산, 시루봉 갈림길에 선다. 불모산 가는 길을 두고 계속해서 시루봉 쪽을 향해 전진한다. 이제부터 조금 완만한 능선길이다. 얼마쯤 갔을까. 조금 편하다 싶었는데 제법 험한 길이 앞에 보인다. 큰 바위들이 우뚝우뚝 솟아 있다. 웅산가교 앞이다.

어리럼증이 이는 구름다리...출렁출렁..
▲ 웅산가교(구름다리) 어리럼증이 이는 구름다리...출렁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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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다리는 그리 길진 않지만 다리 아래로 깊은 계곡이 있어 아찔하다. 출렁거리는 구름다리를 밑을 보지 않고 재빨리 건넌다. 출렁다리를 건너자 곧 망운대가 눈앞에 거대하게 버티고 있다. 산악회원들은 이곳을 그냥 지나쳐 시루봉으로 간다. 우린 한 번 올라가볼까 하고 사람 발길 거의 닿지 않은 듯한 비탈을 걸어 안전 밧줄을 잡고 올라가다가 다시 내려온다.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거대한 바위봉우리 망운대는 시루봉과 주변 경관을 조망하기 가장 좋은 곳이라지만, 바위봉우리가 아주 위험하게 서 있는데다 밧줄 하나 의지하고 바람이 미친 듯 춤추는 망운대에 오르기엔 무리다. 누군가 이 망운대에 올랐었나보다. 패트병으로 만들어놓은 표시판에 이렇게 적혀 있는 글이 있다. “올라보니 구름뿐이라.”

올라보니 바람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올랐던 바위봉우리를 아쉬움을 접고 겨우 밧줄 의지하고 내려와 멀리 조망되는 시루봉으로 간다. 점점 시루봉은 가까워지고 있다. 한 걸음 한걸음 시작한 걸음이 이만큼까지 왔다. 멀기만 해 보이던 시루봉이 이젠 지척에 있다. 그렇다. 시간이 좀 걸릴 뿐, 걷다 보면 도착한다.

시루봉 정상 아래 넓은 안부엔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산 벗들이 점심 도시락을 모여앉아 먹고 있다. 시루봉에 도착, 오후 1시 5분이다. 바람이 매우 차다. 시루봉(653미터)은 지도에는 웅산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우뚝 솟은 웅암이 마치 떡을 빚을 때 쓰는 시루 모양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거암 시루바위(시리바위, 웅암, 곰바위, 곰메 라고도 함)는 높이가 10미터, 둘레 50미터이다.

바람길이다...
▲ 시루봉... 바람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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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봉우리 시루봉 주변은 사방이 툭 트여 있어 바람이 마음껏 활개치고 있다. 마음껏 활개치는 칼바람을 맞받으며 시루봉 정상을 한바퀴 빙 둘러본 뒤, 시루봉 아래 햇볕 따시게 드는 곳을 찾아 풀밭에서 점심을 먹는다. 장소를 잘못 정했나 보다. 시루봉 정상은 역시 바람이 사는 곳이다. 찬바람에 노출된 채 추워 떨면서 점심 도시락을 먹는다. 정말 춥다.

이곳에선 진해시와 바다가 한눈에 보이고 가덕도 연대봉, 진해 바다와 부산 승학산 등이 조망된다. 1시 50분 하산한다. 칼바람이 와 닿는 나무계단 가파른 길을 중간쯤 내려가자 바람이 조금 순하다. 정자를 지나고, 봄이 오면 벚꽃으로 꽃구름을 이룰 앙상한 벚꽃나무들이 둘러싼 하산길이다. 2시 25분, 시루샘터다. 바닥엔 물이 흐르다가 꽁꽁 얼어붙어 있지만 샘물은 조금씩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꿈의 길을 걸으니 함께 걷고 싶은 사람도 많다

한쪽엔 진해시내와 바다를 끼고, 한쪽엔 망운대, 시루봉 등 병풍처럼 두른 산을 끼고 걷는 꿈의 길...
▲ 진해 드림로드 한쪽엔 진해시내와 바다를 끼고, 한쪽엔 망운대, 시루봉 등 병풍처럼 두른 산을 끼고 걷는 꿈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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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나무와 소나무, 차나무 등으로 잘 조성된 공원 느낌이 드는 길엔 진해 시민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운동 삼아 걷는 모습 이따금 보인다. 2시 40분, 산 중턱에서 곧장 내려가는 하산 길을 두고 가지 않은 길, 옆길 임도를 따라 걷는다. 이 길의 이름은 천자봉산길공원, 일명 ‘진해 드림로드’이다. 길 양쪽으로 벚꽃나무들이 도열해 있고 철쭉, 차나무, 편백나무 등 이 심어져 있다.

아~ 봄이 오면 이 길은 꿈길처럼 아름답겠다. 벚꽃터널을 이룬 임도를 따라 따사로운 봄 길을 걷노라면 발이 땅에 닿지 않는 것 같으리라. 꽃구름을 이룰 임도를 아무리 걷고 또 걸어도 마치 발이 땅에 닿지 않고 꽃구름 속을 걷는 듯하겠다. 과연 드림로드(꿈의 길)이다. 진해시내와 바다가 멀리 보이고 또 한쪽엔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높은 시루봉과 망운대 등, 산이 둘러쳐 있는 고요한 숲 속 길은 걸어도 걸어도 지루함이 없다.

임도를 걸으며...
▲ 진해 드림로드 임도를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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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진해드림로드...
▲ 임도 일명, 진해드림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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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하면서 결코 적지 않은 길을 걸었건만, 안민도로까지 5킬로미터가 넘는 길을 걷는 길인데도 오히려 등산의 피로를 씻어주는 듯하다. 제법 먼 길을 걸었건만, 그리고 처음 출발지에 도착하기까지는 더 많은 길을 걸어야 하는데도 지치지도 않는다. 곳곳마다 임도 옆엔 쉼터 정자가 놓여 있어 길을 걷다가 앉아서 쉬어 갈 수 있게 해 놓았다.

정자 쉼터가 있는가 하면 나무벤치도 놓여 있고, 숲 속 쉼터 정자가 몇 개씩 놓여 있기도 하다. 벚꽃 나무들 사이에 있는 정자쉼터는 봄이면 많은 사람들이 머물길 좋아할 듯하다. 함께 오고 싶은 얼굴들이 떠오른다. 봄이 오면, 정말 봄이 오면, 올 봄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이번엔 꼭 와 봐야겠다고 마음  속으로 다짐하면서 걷는다. 남편도 같은 마음인가 보다.

"여보야! 올봄엔 꼭 옵시다. 누구누구랑 오고 싶어?"

나는 "물론, 여보야랑 같이 오고 싶고 또~"하며 함께 오고 싶은 얼굴들을 떠올린다. 이 길은 걸어보지 얼마나 좋은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리. 남편은 '당신하고 함께 있어 참 좋다!'고 말한다. 누구나 좋은 장소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좋은 사람 얼굴을 떠올리나 보다.

임도를 걷다가 잘 만들어놓은 정자 쉼터...숲속 쉼터에 앉아...봄이오면 벚꽃이 뭉게뭉게 피겠다...
▲ 진해 드림로드 임도를 걷다가 잘 만들어놓은 정자 쉼터...숲속 쉼터에 앉아...봄이오면 벚꽃이 뭉게뭉게 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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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그땐 꼭 같이 오고 싶은 얼굴들이 절로 떠오른다. 그들과 함께 걷는 봄길, 꿈의 길을 상상하며 기대하며 걷고, 지금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으로 걷는다. 다정한 연인들, 가족들과 함께, 친구와 함께…. 다정하게 손잡고 끝없이 걷고 싶은 꿈의 길이다. 김윤아의 '봄이 오면'을 콧노래하며 걷는다.

'봄이 오면 하얗게 핀 꽃 들녘으로 당신과 나 단둘이
봄 맞으러 가야지
바구니엔 앵두와 풀꽃 가득 담아 하얗고 붉은 향기 가득
봄 맞으러 가야지
봄이 오면 연두빛 고운 숲 속으로 어리고 단비 마시러
봄 맞으러 가야지
풀무덤에 새까만 앙금 모두 묻고 마음엔 한껏 꽃 피워
봄 맞으러 가야지
봄바람 부는 흰 꽃 들녘에 시름을 벗고 다정한 당신을 가만히
안으면 마음엔 온통 봄이 흐드러지고 들녘은 활짝 피어나네.
봄이 오면 봄바람 부는 연못으로 당신과 나 단둘이
노 저으러 가야지
나룻배에 가는 겨울 오는 봄 싣고 노래하는 당신과 나
봄 맞으러 가야지
봄이 오면...봄이 오면...'

오후 3시 20분, 청룡사 앞 약수터를 지나고 발바닥 지압보드를 지난다. 여러 형태의 지압보드가 있어 발밑이 시원하다. 길 중간쯤에 왔나 보다. 앞으로 2.5킬로미터 남았다. 여긴 벚꽃단지다. 쉼터 정자 주변을 둘러싸고 숲 속 가득 큰 벚꽃나무들이 둘러싸여 있다. 우린 벚꽃이 환하게 핀 것을 상상하며 정자쉼터 나무 의자에 앉아본다.

봄꽃이 환하게 피어나 꽃길을 걷는 것도 정말정말 좋겠지만, 봄꽃이 화사하게 피어난 꽃구름 길을 이 겨울 속에서 상상하고 기대하면서 미리 내다보며 걷는 것도 얼마나 좋은가. 겨울 속에 봄을 느끼며 봄을 기대하며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걷는다. 남편과 함께 나란히 손을 잡고 걷는 꿈의 길, 올봄엔 봄꽃들이 앞 다투어 피어나는 봄이 오면 꼭 한 번 오자고 약속하고 손가락을 걸어 도장을 찍으며 걷는다.

에서 바라보는 저녁노을...
▲ 안민마루 에서 바라보는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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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오후 4시 5분, 제1피크닉장(정자쉼터)이 나온다. 여기서는 진해시가지와 앞바다 조망이 아주 좋다. 정자쉼터가 3개, 원형나무탁자 2개, 나무의자 등이 놓여 있다. 소풍오기 좋은 곳이다. 잠깐 앉았다가 다시 걷는다. 이제 안민도로까지 1.5킬로미터 남겨두고 있다. 길가에 빨간 열매나무 위로 새들이 자꾸만 날아왔다가 또 날아갔다 한다.

왜들 저럴까. 자세히 보니 빨간 열매가 새들의 저녁식사거리인 모양이다. 맞은편에 있는 소나무 위에 올라앉았다가 날아가서 열매를 따서 먹고 다시 날아가 앉기를 반복한다. 새들도 여러 종류가 이 숲 속엔 살고 있는 것 같다. 이젠 안민도로가 멀리 조망된다. 4시 35분, 안민마루에 도착한다. 음악이 흐르는 안민마루에서 잠시 휴식, 안민고개 주차장까지 벚꽃나무가 도열한 안민도로를 따라 고갯길을 올라간다.

안민생태교를 지나 주차장에 도착하자 바람이 매우 차다. 오후 5시 정각이다. 안민도로에서 조금 꾸물거리다 보니 어느새 해가 꼴깍 서녘 하늘을 넘어가며 노을을 물들이고 있다. 진해시를 벗어나기도 전에 어둠이 내린다.

덧붙이는 글 | 산행수첩
1.일시:2009.1.15(목)
2.산행기점:안민고개 주차장
3.산행시간:총 7시간
4.진행: 안민고개 주차장(10;00)-불모산 갈림길(1;15)-웅산가교(12:25)-망운대((12:30)-시루봉(1:05)-점심식사 후 하산(1:50)-쉼터정자(2:10)-시루샘터(2:25-임도시작(2:40)-정자쉼터(3:00)-저자쉼터(숲속쉼터 4개, 계곡)(3:10)-정자쉼터. 지압보드. 청룡사입구 약수터(3:20)-정자쉼터(3:25)...안민마루(4:35)-안민고개 주차장(5:00)



태그:#시루봉, #꿈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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