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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법연수원 38기 연수생 3명이 예비 연수원생을 상대로 강의하는 학원에서 강사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적발돼 수료가 보류되고 징계가 논의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징계 수위는 빠르면 오늘(15일) 오후에 결정될 예정이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은 연수원 성적 만점자로서 대법원장상 공동 수상 대상자여서 더욱 관심을 모았다.

사법연수원생의 경우 공무원 신분으로 영리 활동을 할 수 없게끔 국가공무원법 규정을 받는다. 이 때문에 연수생의 과외 활동도 불법으로 규정된다. 이처럼 사시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수원생의 과외뿐만이 아니라 최근에는 로스쿨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시 합격자들의 과외나 스터디 모임도 성행하고 있다. 예비 법조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교육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사법연수원생과는 달리 사시 합격생들이 과외 강사로 나서는 건 불법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송호창 변호사는 "사법연수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공무원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사시 합격생들의 과외 강사 활동은 엄밀히 따져보면 불법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불법이 아니라고 해도 사시 합격생들의 과외 강사 활동을 보는 사회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로스쿨합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남의 한 스터디 모임. 선행학습에 참여할 수 없는 직장인들은 물론이고 사시1차 합격 경험까지 있는 학생들도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다. 예습과 복습으로 하루 평균 6시간씩 쓴다고 한다.
 로스쿨합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남의 한 스터디 모임. 선행학습에 참여할 수 없는 직장인들은 물론이고 사시1차 합격 경험까지 있는 학생들도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다. 예습과 복습으로 하루 평균 6시간씩 쓴다고 한다.
ⓒ 이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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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과 맞물린 50회생들에게 처음 나타난 현상"

"사법고시 학원의 알바는 이미 자리가 다 찼죠. 로스쿨과 맞물린 (사시) 50회생들에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입니다."

12일 오후 어렵게 인터뷰에 응한 50회 사법고시 최종 합격자 이강우(가명·32)씨는 "과외비 20만~30만원을 받으면서 용돈이나 벌 생각이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한 포털 사이트 카페에 '제50회 사법고시 합격생'임을 내세워 '과외 모집' 글을 올린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다.

이씨처럼 사시 합격생이 강사로 나서 과외를 구한다는 글은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는 "사시 합격생으로서는 사실 앞으로 경쟁자가 될 로스쿨이 달갑지 않다"면서도 "그런데도 로스쿨 합격자를 상대로 과외를 구한다는 게 아이러니하다"고 불편한 심정을 전했다.

이씨는 "사법고시 학원의 좋은 자리는 이미 다 찼기 때문에 뚫기가 어렵고, 변호사 사무실은 월급이 얼마 안 나와서 선호하지 않는다"며 "(소규모 과외는) 새로운 수요를 찾아 개척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만 해도 이런 현상이 없었다"며 "로스쿨과 맞물린 50회 학생들에게 처음 나타난 현상"이라고 했다. 사시 합격생들끼리 미리 만나서 얘기를 했던 것도 아닌데, 사시 합격생들의 과외 모집 글들이 적지 않아 놀랐다고 한다.

지난 5일부터 성균관대와 한양대를 시작으로 전국 25개 로스쿨에서는 비(非)법대 출신 학생들을 대상으로 '법학 선행학습'을 실시하고 있다. 각 대학별로 커리큘럼은 다르지만 보통 기본 3법(헌법·민법·형법) 위주로 하루 6~8시간씩, 4~5주 가량 진행된다.

하지만 로스쿨 예비 합격자들은 선행학습에 대해 이런 학교 수업만으로는 큰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동영상 강의 등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는 사교육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 O대학 로스쿨 합격자 이아무개(27)씨는 선행학습을 받는 이유에 대해 "생초짜라서 선행학습에서 얼만큼 법학 지식을 늘릴 수 있는지 회의적"이라며 "로스쿨 동기들과 미리 친해지고 교수님과 안면을 익히려는 목적이 더 크다"고 밝혔다.

서울 K대 로스쿨 합격자 서아무개(29)씨는 "정규 학기가 시작한 뒤에도 동영상 강의를 병행해서 공부를 해야 할 것"이라며 "방학중에는 학원 특강을 이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 포털사이트 카페에 올라온 과외 모집 글. 로스쿨의 합격자 발표가 난 직후부터 과외를 구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눈길을 끄는 것은 같은 과외라도 ‘제 50회 사법고시 최종 합격자’라는 것을 내세운 글이 조회수가 2배 정도 더 많은 것이다.
 한 포털사이트 카페에 올라온 과외 모집 글. 로스쿨의 합격자 발표가 난 직후부터 과외를 구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눈길을 끄는 것은 같은 과외라도 ‘제 50회 사법고시 최종 합격자’라는 것을 내세운 글이 조회수가 2배 정도 더 많은 것이다.

"변호사가 되기 위한 '시험'이 있는 한 학원 수요는 있다"

12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 스터디룸. "오늘은 '법인' 나갈 차례죠?" 11명의 로스쿨 예비 입학생들이 모여 두꺼운 민법 책을 들춰가면서 서로의 진도를 체크하며, 스터디 운영자의 강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지금은 인원이 많이 늘어나 스터디 형태로 운영되고 있지만, 처음에는 과외 문의가 들어와서 스터디 운영자가 '과외 모집' 글을 올리면서 소규모로 시작했다.

학원에서도 강의를 하고 있는 이 스터디 운영자는 "단기간에 많은 양을 봐야 하기 때문에 이런 과외식 강의가 효과적일 것"이라며 "방학 두 달이 중요한 시기이기에 민법 하나라도 제대로 마스터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스터디 모임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사교육은 동영상 강의였다. 대부분 스터디를 통해 수업을 나눠들으며 진행되고 있었다. 원광대 로스쿨 합격자 권순호씨는 "스터디 원의 구성도 중요해서 주로 법학사와 사시 경험자 또는 법학 복수 전공자들로 스터디 멤버를 짰다"고 밝혔다 그는 "알고 있는 법학 지식을 공유하면서 남들보다 빠르게 진도를 빼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학원가에도 시기에 맞춰 로스쿨 선행학습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로스쿨 학원의 강사 김아무개씨는 "지방에 있는 학생들이 많다보니 현장 강의 수강생보다는 인터넷 강의 수강생이 훨씬 많다"고 했다.

김석배 메가로스쿨학원 부원장은 "변호사가 되기 위한 '시험'이 있는 한 이같은 학원 수요는 계속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학원 수강생인 연세대 로스쿨 합격자 구현정씨는 "낮에는 학교에 가고 밤에는 학원에 오는 것이 힘들지만, 학부 때 법학을 공부해본 경험이 전혀 없어서 이렇게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수강 이유를 밝혔다.

대학교의 로스쿨 예비학교 운영에 대해 중앙대 로스쿨 이인호 교수(헌법학)는 "한 순간에 학생들의 법학 지식 수준을 끌어 올리는 것은 힘들다"며 "법학 지식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 입학 전에 기본 개념이라도 익히게 하려고 예비 학교를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변호사가 갖춰야할 문제 해결 능력이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기르는 것이 아닌, 단편적인 지식 전달에 불과한 과외나 학원 등의 사교육에 매달리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덧붙이는 글 | 이나영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 기자입니다.



태그:#로스쿨, #사법고시합격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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