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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주사 와불
 운주사 와불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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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모양새가 빠듯한 요즘이다. 누구라도 예외가 없다. 허전한 느낌도 크고 쓸쓸함도 그만큼 밀려든다. 그럴수록 마음 한 구석에선 따뜻했던 기억들이 아련히 떠오른다. 날씨는 추워도 마음만은 훈훈했던 그때 그 시절의 기억들이….

우리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생활이 고달프지만 그래도 명절은 명절이다. 마음 한 구석에 둥지를 틀고 있는 쓸쓸함과 허전함을 달래줄 만한 곳이 없을까. 추운 겨울날 마음속까지 따끈하게 녹여줄 아랫목 같은 곳 말이다.

전라남도 화순으로 가본다. 화순에는 아직도 조리를 만드는 마을이 있다. 호남고속국도 옥과나들목에서 화순동복 방면으로 가다가 만나는 백아산 자락, 화순군 북면 송단마을에선 설날을 앞둔 요즘 복이 들어오는 조리, 복조리를 만들고 있다.

복이 들어오는 조리 '복조리'.
 복이 들어오는 조리 '복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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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사람들은 섣달그믐에서 정월 초하루 사이에 1년 동안 쓸 조리를 사서 걸어놓았다. 사람들은 이 조리 한 쌍에 돈이나 실을 넣어 방 귀퉁이나 대청에 걸어두고, 1년 내내 복을 받고 재물이 불어나길 바랐다. 10∼20년 전까지만 해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풍경이다.

이 마을에선 100여 년 전부터 복조리를 만들었다. 한때는 집집마다 날밤 지새며 복조리를 만들었다. 그 덕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었다. 복조리는 따로 밑천 들이지 않고도 짭짤한 소득을 보장해 주는 마을의 복덩이였다.

시대가 바뀌고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복조리 수요가 눈에 띄게 줄었다. 하여 주민들의 복조리 만들기도 예전 같지 않다. 주문이 들어오면 그만큼만 만든다. 그럼에도 마을주민들은 복을 짓고, 또 다른 사람들한테 복을 보내준다는 생각에 마음 뿌듯해한다.

백아산 가는 길.
 백아산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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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조리를 만드는 화순에는 가볼만한 곳이 참 많다. 복조리마을을 품고 있는 백아산은 산세가 험하고 지리적으로 요충지인 탓에 6·25 당시 빨치산의 주된 활동무대였다. 등산코스로도 제격이다. 자연휴양림을 품고 있고 눈썰매장도 갖추고 있어 가족여행지로 으뜸이다.

화순 남면과 동복, 순천시 주암·송광면에 걸쳐 있는 모후산도 좋다. 편백나무와 삼나무, 소나무가 어우러진 숲길이 명품이다. 아토피에 좋은 나무 살균향인 피톤치드가 샘솟는 싱그러운 숲길을 걸으면서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모후산엔 1400여년의 역사를 간직한 유마사도 있다. 해련부도, 제월천, 보안교 등에 얽힌 이야기를 음미하면서 돌아보면 더 좋다.

편백나무와 삼나무, 소나무가 어우러진 숲길이 명품인 모후산.
 편백나무와 삼나무, 소나무가 어우러진 숲길이 명품인 모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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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도 화순의 볼거리다. 화순에는 광주시민의 상수원이었던 동복호로 흘러드는 창랑천을 따라 노루목적벽과 보산적벽, 창랑적벽, 물염적벽 등이 있다. 이 적벽을 모두 합쳐 ‘화순적벽’이라 부른다. 이 가운데 빼어나기로는 노루목적벽이 단연 최고다. 하지만 아쉽게도 노루목적벽은 동복호 상수원 보호구역 철책 안에 편입돼 있어 일반인들이 가볼 수 없다.

일반인들이 쉽게 가볼 수 있는 적벽은 물염적벽이다. 물염적벽은 규모나 풍치면에서 노루목적벽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 건너편 언덕위에 물염정이 자리하고 있어 위락공간으로 이름이 높다.

도곡면 효산리와 춘양면 대신리 일대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는 고인돌 유적지가 있다. 도암면에 가면 천불천탑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운주사가 자리하고 있다. 이양면 중조산 자락에는 국보인 철감선사 부도탑을 간직하고 있는 쌍봉사도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인돌 유적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인돌 유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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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초위왕(走肖爲王). 조씨 성을 가진 자가 왕이 된다는 뜻으로, 궁중의 나뭇잎에다 꿀물로 ‘주초위왕’이란 글씨를 새겨 벌레들이 갉아먹게 했다는 일로 널리 알려진 조선 중종 때 선비 조광조의 유적지는 능주면에 있다. 여행의 피로를 풀 수 있는 온천도 있어 화순은 겨울여행지로 제격이다.

화순의 먹을거리 또한 품격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흑두부를 선보인 고장답게 흑두부 전문점이 자리하고 있다. 천연색의 색동 두부를 맛볼 수 있는 곳도 있다. 다슬기를 이용한 탕과 전, 회, 수제비도 맛볼 수 있다. 보신용 음식의 대명사인 흑염소도 유명하다. 기정떡의 본고장답게 사평면에 가면 기정떡집도 즐비하다.

화순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복조리 한 쌍 가지고 와서 집안에 걸어두면 좋겠다. 안 좋은 일은 다 걸러내 버리고 좋은 일, 모두가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는 일만 남기를 기원하면서…. 그러고 나면 마음속까지 어느새 아랫목처럼 뜨끈뜨끈해지지 않을까.

여러 가지 색깔의 색동두부와 보쌈.
 여러 가지 색깔의 색동두부와 보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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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슬기회와 다슬기회비빔밥.
 다슬기회와 다슬기회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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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천탑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화순 운주사.
 천불천탑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화순 운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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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화순, #복조리, #운주사, #모후산, #백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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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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