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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택 서울시교육감.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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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감 선거비 부당 조성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이 12일 공정택 서울시교육감과 주경복 당시 후보에게 똑같이 '불구속 기소'라는 처분을 내렸다.

겉으로는 검찰의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이지만, 그 내면을 살펴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공정택 교육감에게 돈을 준 교장과 교감, 사설학원 원장, 자립형사립고 이사장, 사학 이사, 학교 급식업체 사장, 학교 공사업체 사장 등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주경복 후보에게 돈을 준 현직교사에 대해선 수사를 거쳐 기소할 것이란 입장이며 혹, 형사처벌을 면한다고 해도 징계를 통보한다는 입장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이번 검찰 발표와 관련, 참교육학부모회를 비롯한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은 "공정택에 대한 봐주기 수사"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는 13일 "이미 드러난 사실, 의혹만으로도 공 교육감은 더 이상 서울 교육을 책임지는 수장 역할을 계속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법 몰랐다"면 처벌 안하는 '착한 검찰'

검찰이 공 교육감에 대해 '불구속 기소'라는 결정을 내렸음에도 이런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수사 결과를 쉽게 납득할 수 없기 때문. 이번 수사결과는 사실 왜곡에서부터 뇌물수수, 불법촌지 등을 검찰 스스로 합법화하는, 어이없는 결정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공 교육감에 대한 교장들의 선거자금 지원에 대해서 "불법이다, 그러나 교장들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몰랐고 대가성이 없어서 처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발언 그대로 해석해 보자면, 불법이긴 한데 몰랐으니 봐준다는 거다. 검찰의 이런 논리를 그냥 받아들일 수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그럼 앞으론 교사가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돈을 받은 뒤 '불법'인 줄 몰랐다고 하면, 또 대가성이 없었다고 주장하면 처벌받지 않는 것인가.

이 대목보다 더욱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현직 교장과 교감, 사설학원 원장, 자립형사립고 이사장, 사학재단 이사, 학교급식업체 대표, 학교 공사업체 사장 등이 교육감과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에 열거된 이들이 교육감과 직무 관련성이 없다면, 대체 교육감 직무와 관련 있는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이런 모든 것들이 직무 대가성이 없는 것들이었다고 한다면, 앞으로는 불법촌지는 물론 뇌물 수수도 처벌할 수 없을 것이다.

조병인·오제직 교육감은 어떻게 사퇴했나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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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속 기소' 처분을 받은 공정택 교육감은 과연 이후 어떤 선택을 할까. 앞서 공 교육감과 같은 불구속 기소 처분을 받은 경북교육감과 충남교육감은 '사퇴'라는 선택을 했다.

지난해 10월 8일 경북 초대 민선 교육감인 조병인 교육감은 사학재단 이사장으로부터 선거자금 1천만원을 비롯해 총 3천만원을 받은 것이 드러나 검찰에 의해 불구속 기소됐다. 조 교육감은 선거를 앞둔 시기에 분규를 겪고 있는 사학재단으로부터 1천만원을 받았고, 그에 앞서 기숙사 공사 청탁과 관련, 2천만원을 수수한 것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던 터였다.

이런 사실이 밝혀지면서 조 교육감은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강한 사퇴요구를 받았다. 그는 '아무 문제도 없다'면서 버텼지만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고 3천만원 수수가 기정사실화되자,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물론 돈을 준 사학 이사장은 구속 기소됐다.

같은 달 13일엔 오제직 충남 교육감이 인사 청탁 관련 뇌물 수수 혐의와 불법 선거 운동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사퇴했다. 그는 교원 승진과 관련하여 수십 명으로부터 돈과 청탁을 받았을 뿐 아니라, 교육청 직원들을 교육감 선거에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 교육감 역시 전교조 대전지부를 비롯한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의 퇴진 요구에 '아무 문제가 없다'면서 버티다 결국 검찰 수사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검찰의 수사가 이어지자 더 이상 교육감직을 수행하기 곤란하다면서 모든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돈을 준 교사들과 선거에 관여한 교육청 직원들은 지금 재판을 받고 있거나 징계를 받았다.

공 교육감, 59.7%의 퇴진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공정택, 조병인, 오제직. 이 세 교육감의 공통점은 불법 선거 자금 수수는 물론, 선거 과정에서 여러 불법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시민사회단체의 사퇴 요구에도 떳떳하다며 꿋꿋이 버티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검찰 수사 후의 태도는 극과 극이다. 둘은 스스로 물러났고 하나는 억울하다며 끝까지 버티겠다고 한다.

스스로 물러난 경북과 충남의 두 교육감과 비교해 봤을 때 공정택 서울교육감의 혐의는 검찰의 봐주기 수사와 관계없이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부인의 지인명의 차명계좌 4억 비자금 의혹에서 자금 출처에 대한 의혹은 별도로 한다고 해도, 이는 금융실명제 위반이다. 뿐만 아니라 검찰이 단순 적용한 재산 신고 누락에 의한 공직자 선거법 위반만으로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또 앞서 사퇴한 두 교육감과 공정택 교육감이 선거과정에서 받은 선거자금은 그 규모가 다르다. 그리고 공정택 교육감은 선거자금 이외에도 ▲ 허위경력 ▲ 향응제공 ▲ 비자금 의혹 ▲ 학생동원 등 혐의가 무궁무진하다. 그런데도 공 교육감은 전혀 사퇴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물론, 대법원 확정 판결 때까지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하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주장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천만 서울시민의 직선으로 뽑힌, 150만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수장인 교육감은 법적인 것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도 귀감이 돼야 한다. 이런 면에서 이미 공정택은 서울교육수장으로서의 모든 정당성을 상실했다.

이번 수사 결과 발표 이전인 지난해 12월 15일 <교육희망>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도 서울시민의 18%만이 퇴진에 반대하고 3.3배에 이르는 59.7%가 퇴진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지금 다시 조사를 한다 한들, 59.7%란 퇴진 목소리가 잦아들까. 

이미 공정택 교육감이 선택해야 할 길은 정해져 있는 듯하다. 공정택 교육감 자신만 모르고 있을 뿐이다. 150만 서울의 초·중·고 학생과 천만 서울시민, 아니 4800만 대한민국 국민에게 공정택 교육감 스스로 답해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 김행수 기자는 전교조 조합원입니다.



태그:#공정택, #자진퇴진, #불법,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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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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