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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 모 씨가 10일 저녁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찰청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터넷상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 모 씨가 10일 저녁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찰청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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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의 정체를 알려고 파고들면 누군가 알아낼 것이지만, 그 소스가 <신동아>가 되고 싶지는 않다."

미네르바와 직접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송문홍 <신동아> 편집장이 한 말이다. 신 편집장은 7일 미네르바가 긴급 체포됐다는 말을 듣고, "좀더 두고봐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검찰이 체포한 미네르바 박아무개씨가 30세 무직자라는 말을 듣고는 "개인의 주관적 판단이므로 노코멘트하겠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좀더 두고봐야 한다"는 말은 뭔가 다른 사실관계가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하다. 게다가 그는 검찰의 발표를 "개인의 주관적 판단"이라고 치부했다. 이는 <신동아>가 접촉한 미네르바와 검찰이 체포한 미네르바는 동일인이 아니라는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실제로 체포된 박씨도 <신동아> 인터뷰와 기고문은 자기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씨는 아고라에 올린 글들은 모두 자기가 쓴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표면상으로 나타난 미네르바는 세 명이 된다. 즉 박씨와 <신동아>의 미네르바와 '아고라'의 미네르바가 있는 것이다.

11일 <오마이뉴스>에도 보도되었듯이, 지난 11월 12일 자 <매일경제>는 정보당국이 미네르바의 정체를 파악해놓았는데, 이에 따르면 "나이는 50대 초반이고 증권사에 다녔으며 해외 체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고 밝히고 있다. 요컨대 정보당국과 검찰의 발표가 전혀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미네르바는 몇명이며 그 중 누가 진짜고 누가 짝퉁이란 말인가? 이것은 아주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바야흐로 한국 사회는 황우석 사태 이래 다시 대형 진위 논란에 휩쓸려 들고 있다. 이것은 국민의 지대한 관심사일 뿐더러 공권력이나 언론기관의 신뢰도와 직결되는 문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보도가 추정 또는 관계자의 말에 의거하고 있어 신뢰도가 떨어진다. 

애초 미네르바가 부각된 것은 아고라에 올린 글 때문이다. 그리고 <신동아>에 기고한 글도 미네르바의 성가를 높이는 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그러므로 아고라의 글과 <신동아>의 기고문은 1·2차적인 증거물이 된다. 그리고 검찰이 박씨를 체포한 후 진위 논란이 일자 박씨에게 작성시킨 자술서 형식의 글도 또 하나의 증거물이 된다.

이 글에서는 미네르바 명의로 아고라에 발표된 90여편의 글과 원고지 100장 분량의 <신동아> 기고문, 그리고 박씨가 검찰에서 자술서 형식으로 쓴 글 등을 토대로 세 글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밝혀보려 한다.

[비교①] 박씨와 아고라의 필자는 다른 사람인가

[어조와 문체] 박씨가 검찰에서 작성한 글은 제목이 '2009 한국경제 실물경기 예측동향'이라고 되어 있다. 이 글은 문장의 호흡이 긴 만연체인데 동어반복과 부적절한 어휘 등이 많이 나타난다. 다시 말해 비문 투성이의 악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제목에 있는 '예측동향'이라는 어휘부터가 잘못된 것이다.(동향예측이라고 해야 맞다.)

요컨대 이 글은 짧은 시간에 작성한 글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수준이 낮은 글로 보인다. 논술 지도 경험이 있는 필자로서 보건대 이런 정도의 내용은 웬만한 고교생도 쓸 수 있는 글이다. 또한 이 글은 '탄력적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등의 추정적 어조와 '현단계상 필연적인' '가정 시 예상되었던'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다분히 문어체를 취하고 있다.

반면 아고라의 글에서는 시종일관 단정적 어조와 구어체와 간결체의 문체가 나타난다. 아고라의 글들도 문장의 호흡을 볼 때 짧은 시간에 쓴 글처럼 보이는데도 비문이 적은 편이다. 따라서 어조와 문체로만 볼 때 박씨와 아고라의 필자를 도저히 동일인으로 보기가 어렵다. 

[수준과 내용] 박씨의 글은 아주 평이하며 단순하고 상식적 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부진할 거라고 예측하는데 그 이유로 중국의 경기 위축을 들고 있다. 환율이 폭등하여 국내 기업은 수익성이 감소할 거라는 예측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에 불과하다. 그는 불경기의 이유를 단순히 수출 감소 때문인 것으로 말하고 있다. 또한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별하지 않고 싸잡아서 한국 기업이라고 말하고 있다.

반면 아고라나 <신동아>의 글은 중국은
2~3년의 조정 기간을 거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한국의 대중국 수출 감소 이유로 중국 내 부동산 침체 등의 복합적인 이유를 들고 있다. 아울러 위안화 절상을 예측하면서 이로 인해 대중국 수출은 일면 유리해지지만 그 대가로 값싼 중국 상품이 대량으로 수입되어 한국 중소기업의 내수 판매가 극도로 어려워질 것을 예측한다.

다음  두 글을 비교해 보자.

"현재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인한 기업 수익성 감소로 기인한 임금 삭감 여파로 인한 복합적 요인으로 그 시기가 올해와 예상되는 2010년 2/4분기 내의 OECD 평균의 약 2배에 달하는 33%의 일반 자영업 경제활동 인구의 구조조정 압력을 받게 된다."(박씨의 글)

"거기에 한국의 또 다른 시한폭탄은 자영업 분야다. 한국의 자영업자는 OECD 평균 두 배 수준인 32%이다. 한국 총 취업자의 32%가 순 자영업으로만 먹고 산다는 소리다. 현재 한계 자영업자가 15%에서 18% 대략 40만 개에서 60만 개 정도 되는데 정부의 비상대책이 없으면 2009년 1/4분기 내 폐업해야 한다."(아고라 '미네르바'의 글)

앞에서 말했듯이 박씨의 글은 비문 투성이인 데다 애매모호하다.(이런 글을 잘된 글이라는 식으로 말한 검찰 관계자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반면 아고라의 글은 명료하다. 두 글은 자영업자의 비율 수치가 조금 다른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자영업자 파산의 예측 강도나 시기가 결정적으로 차이가 난다. 박씨와 아고라 글의 필자가 동일인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또한 박씨는 자영업자 중에서 금융·보험업계는 위험하지 않다고 했는데 일단 왜 금융·보험업이 자영업자의 범주에 드는지 의문스럽다. 반면 아고라의 필자는 자영업자 중 학원 등의 교육사업자를 위험군에서 제외한다.(이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그리고 박씨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5%, -8%(5%, 8%의 오기인 듯)로 잡고 있지만 아고라의 필자는 9% 또는 6% 등으로 달리 진단한다.

'미네르바' 투고 글을 소개한 <신동아> 2008년 12월호 목차
 '미네르바' 투고 글을 소개한 <신동아> 2008년 12월호 목차
ⓒ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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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②] 아고라의 미네르바와 <신동아>의 미네르바는 동일인인가

한편 <신동아>의 글은 아고라의 글과 단정적 어조와 구어체의 문체가 흡사하다. 그리고 아고라 글에 자주 나오는 어휘와 같은 어휘가 자주 눈에 띈다. 이로 보아 아고라의 필자와 <신동아>의 필자는 동일인이라는 추정을 하게 만든다. 다만 아고라의 글보다는 문장이 정확하고 문체가 정비되어 있는데, 아마 이것은 시간을 가지고 쓴 청탁 원고이기 때문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두 글은 똑같이 필자를 '늙은이'라고 호칭하고 있다. 그리고 제시하는 통계나 주장하는 내용도 대부분 일치한다. 경제에서 외환과 채권을 중시하고 국내 주가를 그 종속 변수로 보는 견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미래를 구분해서 예측하는 논리,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근거, 국내 경기가 어려워지는 원인, 그리고 경기 위축에 대비해 일반인들에게 주는 지침 등이 거의 같다.

"스태그플레이션의 제1원칙은 '실물자산 디플레이션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아직 이걸 실감하지 못하는 분이 많다. 이런 비상체제하에서는 어떻게 생활하는 것이 좋은지, 아고라에 올렸던 글 중 일부를 발췌한다."(<신동아> 기고문)

<신동아> 기고문의 필자는 비상체제의 지침으로서 '가장의 실직에 대비해 최소 6개월치 봉급 정도의 비상금을 준비한다' 등 6개 항을 제시하는데, 이것들은 아고라의 글 도처에서 발견된다. 또한 환율이 치솟아 환호하는 일군의 무리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내용도 두 글에 공통적으로 담겨 있다.

만약 검찰 실수라면...

이와 같이 세 글의 어조와 문체 그리고 글의 내용 등을 분석한 결과 박씨와 아고라의 필자는 동일인이 아니라고 추정할 수 있다. 동시에 아고라의 미네르바와 <신동아>의 필자는 동일인인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 글의 추정은 틀릴 수도 있다. 다만 만약 이 글의 분석이 맞는다면 가장 곤혹스러워질 당사자는 검찰이 된다. 미네르바도 아닌 사람을 붙잡아다가 미네르바라고 하고 구속까지 시킨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의외로 심각한 사회적 파장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것은 검찰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에게도 타격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신동아> 측은 오는 17·18일경 미네르바에 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한다. <신동아>에서 뭐라고 할지, 또 검찰은 어떻게 대응할지 사뭇 궁금해진다.


태그:#미네르바, #신동아, #아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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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평론을 주로 쓰며 '인간'에 초점을 맞추는 글쓰기를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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