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스라엘과 하마스간의 가자 전쟁이 16일째에 접어들었습니다. 이스라엘의 지상 작전이 확대되어가고 희생자들의 숫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언론이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공격을 규탄하고 있는 가운데, 예루살렘에 거주하는 이강근 시민기자가 이번 전쟁의 책임이 하마스의 '무모한' 전략에도 있다는 시각의 글을 보내왔습니다. [편집자말]
가자 주민들이 지난 7일 유엔학교에서 사망한 희생자들의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가자 주민들이 지난 7일 유엔학교에서 사망한 희생자들의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 AP=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전쟁을 지켜보는 세계는 하마스에게는 동정과 격려를, 폭격을 가하는 이스라엘에게는 '야만의 극치'라는 비난을 쏟아붓고 있다. 지금까지 중동 분쟁에서 이러한 경향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런데 전쟁소식을 전하는 나의 마음이 왠지 개운치 않다. 과연 이러한 흐름이 중동평화에 무슨 도움이 될까 하는 것이다.

지난 6일,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맞은 유엔학교에서 40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대부분 어린아이다. 예루살렘에 거주하는 기자는 화면을 접한 순간, 이러한 유대인과 부대끼며 이스라엘에 사는 것조차 소름이 끼친다. 어린 학생들의 가슴에 총질을 가한 이스라엘에 대한 세계의 비난은 절정에 달했다.

유엔 깃발이 휘날리는 유엔학교만큼은 공격하지 말아달라는 학교장의 간절함마저도 외면하다니, 이 얼마나 잔인한 이스라엘인가. 수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하던 모스크에 떨어진 폭탄 때문에 속출하는 민간인 희생자를 보면서 이스라엘은 이 지구상에서 가장 시급하게 사라져야 할 민족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그러나 하나 알아야 될 것이 있다. 과연 비난받아야 할 것은 잔인한 이스라엘뿐인가.

이스라엘 국민 1/8이 로켓포 사정거리에 산다

며칠 전 40여명이나 죽어간 유엔학교의 대학살 보도에서 이들 학교를 진지로 삼아 이스라엘 군을 향해 총을 쏘아댄 하마스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종교시설인 모스크 사원과 민간인이 밀집된 주거지 안에서 이들을 방패삼아 이스라엘 군을 향해 공격한 하마스에 대한 비난이 없다. 게다가 민간인 피해 소식에는 반드시 어린이와 여성들의 수치를 부각시켜 혀를 차게 만든다.(AP통신은 최근 유엔학교 폭격에 대한 이스라엘 군의 자체 조사결과 한 발이 목표물을 벗어나 유엔학교 근처에 떨어진 것이라고 이스라엘 국방부 관계자가 밝혔다고 보도한바 있습니다... 편집자 주)

이스라엘군은 취재기자들의 가자지구 출입을 막고 있다. 그런 덕에 세계언론들이 전하는 가자지구의 화면과 소식은 오로지 하마스의 비호를 받는 외신과 아랍기자들의 보도에 의존하고 있다. 끔찍하고 극단적 증언들만 쏟아져 나온다.

이들이 전하는 내용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분 언론들의 초점이 가자의 참혹한 상황을 전하는 것인데 비해 반대편 이스라엘의 피해소식은 늘 비껴간다.

하루 평균 수십발에서 수백발의 로켓이 이스라엘 지역에 떨어진다. 이스라엘 국민의 8명중 1명이 로켓포 사정거리 안에 산다. 사이렌이 울리면 45초 내 방공호로 피신해야 한다. 젊은 사람이라면 몰라도 어린이나 노인들은 불가능한 일이다. 항상 하늘을 쳐다보며 불안에 떨다가, 사이렌이 울리면 콘크리트 건물 밑으로 피신해야 한다. 이는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이스라엘 남부는 일주일째 휴교령이다.

그럼 한번 생각해 보자. 하마스가 벌이는 이 싸움이 정말 전쟁인가? 엄격하게 말해 전쟁이 아니다. 전쟁이란 양측이 뭔가 맞상대가 돼야 하는 것 아닌가.

이스라엘의 최신예 전투기와 헬리콥터가 하늘을 제압하고 있고 서울 면적의 절반을 조금 넘은 땅에는 150대의 탱크가 활보하고 있다. 게다가 지중해 해변에는 해군함정이 함포사격까지 가세하고 있다. 그야말로 목표물을 만들어 놓고 사격연습을 하는 군사훈련 같다.

그럼 여기에 맞서는 하마스의 대응은 무엇인가? 로켓포가 고작이다. 그것도 수제로 만드는 과정에서 수 많은 하마스 사람들이 죽어가고, 멀리 날아가지도 못하고 가자지구에 떨어지는 통에 이스라엘인보다 불발로 희생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더 많다.

이스라엘 화력 1%만으로도 가지지구 150만명을 수일만에 모두 쑥대밭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 그런데도 하마스는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조금도 굽힘이 없다. 믿는 구석이 도대체 뭔가?

이스라엘과 하마스간에 형성되었던 6개월간의 휴전을 거절한 것은 하마스다. 마지막 직전까지 휴전 연장을 위해 뛴 것은 하마스가 아니라 이스라엘이다. 12월 26일 이스라엘 가자공격이 시작되기 직전 하마스는 24일과 25일 로켓포를 대대적으로 쏘아댔다. 가자지구의 기독교인 900여명이 성탄절을 맞아 베들레헴 방문을 요청했지만 하마스의 공격으로 300여명만이 기독교순례를 떠났다.

이스라엘의 가자공격이 시작된 이후 하마스는 더 많은 로켓포를 쏘아대며 이스라엘을 자극했다. 지상군 투입이 임박한 시점에서 로켓포 공격만 멈추면 휴전할 수 있다는 이스라엘의 단 하나의 요구마저도 하마스는 거절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을 부추겼고, 결국 시가전을 벌이며 인명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하마스가 이것을 몰랐단 말인가?

상대도 안 되는 전력... 하마스가 노리는 것은?

이스라엘의 가자공격이 시작된 이후 하마스는 더 많은 로켓포를 쏘아대며 이스라엘을 자극했다. 지상군 투입이 임박한 시점에서 로켓포 공격만 멈추면 휴전할 수 있다는 이스라엘의 요구를 하마스는 거절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을 부추겼고, 결국 시가전을 벌이며 인명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하마스가 이것을 몰랐단 말인가?

지난해 8월 가자시티에서 군사훈련을 받고있는 하마스의  젊은 대원들.
 지난해 8월 가자시티에서 군사훈련을 받고있는 하마스의 젊은 대원들.
ⓒ AP=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그러나 하마스는 단 2주만에 전 세계로 하여금 이스라엘을 비난하게 하는 외교적 승리를 거두었다. 현재 내로라 하는 세계 열강의 수장들이 휴전을 위해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있다.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애초부터 하마스가 무력으로 이스라엘을 이길 확률은 희박하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을 전쟁으로 불러들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2006년 레바논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전투에서는 압도적으로 이겼지만, 결국 전투와 외교전을 적절히 조화시키지 못해 실패했다. 이스라엘의 자체 전쟁조사위원회에서 실패로 결론지었을 때, 레바논 헤즈볼라는 축제의 환호성을 질렀고 이스라엘 참모총장과 국방장관 그리고 수상이 줄줄이 물러났다. 결국 처참하게 두들겨 맞았지만 헤즈볼라는 외교적인 성공과 함께 국내 정치를 장악했다.

예루살렘에 사는 기자가 며칠 전 나사못 몇 개를 사러 아랍인이 운영하는 철물점에 갔다가 이런 질문을 했다.

"왜 하마스는 민간인 틈으로 파고들어 무고한 시민의 피해를 눈덩이처럼 늘어나게 하는가? 일반적으로 전투기 조종사는 전투기가 추락하면 끝까지 민간인 지역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 조종석을 지키다 목숨을 날린다. 그런데 하마스는 궁지에 몰리면 오히려 민간인 틈으로 방패삼아 적을 공격한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공격할 뿐 민간인은 피하라고 하지 않는가?"

대답은 단호했다.

"하마스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그들도 팔레스타인 국민이다!"

이번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에서 이스라엘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이번 전쟁의 상대는 무고한 가자시민이 아니라 하마스라고 한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인에게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을 위해 싸우는 팔레스타인 전사다. 비록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고 이스라엘도 하마스를 인정하지 않지만, 하마스도 민주주의 체제하에서 팔레스타인 국민들에 의해 선거로 선출된 정부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존재를 부정하는 게 가능한가

그럼 한번 보자. 정말 이 세상에서 현실적으로 강대국이 되어버린 이스라엘의 존재를 부정할 수 있는 나라가 몇이나 되는가? 이것이 외교적으로 가능한가?

팔레스타인을 동정하고 두둔하는 것은 좋지만, 정말 팔레스타인 국민들에게 안녕과 평화를 기원한다면 달리 생각해 볼 일이다.

두 가지일 것이다. 적극적으로 하마스를 도와 이스라엘을 몰아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든가, 아니면 파타당처럼 상호 존재를 위해 협상하고 타협하도록 설득하는 일이다.

팔레스타인은 현재 두쪽이다. 현실을 인정하고 이스라엘과 대화하며 타협안을 이끌어내는 파타당과 피 한 방울 남을 때까지 이스라엘과 싸우겠다는 하마스. 파타당은 이번 가자지구 공격을 불러온 하마스를 비난하고, 하마스는 "살인자와 타협하는 배신자"라며 파타당을 비난한다.

10여년 넘게 현지 정치를 연구해온 나에게 하마스는 도저히 이루지 못할 비현실적 이상을 가지고 이스라엘과 싸우는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국민들의 더 큰 희생을 대가로 외교적 압박을 가해 이스라엘의 굴복을 이끌어내려 하는 것 같다.

요즘 한국 언론은 극단적인 용어를 동원하며 잔인한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있다. 물론 이스라엘의 공격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이 매 전쟁마다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중동평화를 원한다면 한번쯤 다른 방향에서 한발 앞을 내다보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 본다. 끔찍한 피해에 대한 동정심을 느끼는 것은 좋지만, 이것이 오히려 하마스를 고무시키고, 피의 악순환을 부채질하는 것은 아닌지.

이제는 하마스도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을 줄이는 쪽으로 전략을 바꿔야 한다. 죽이는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것도 좋지만, 뻔히 알면서도 뛰어드는 하마스의 무모함도 이젠 바뀌어야 한다.


태그:#하마스, #가자지구, #이스라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