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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중앙일보>가 보도한 '실체 드러난 경제대통령 가짜에 놀아난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의 기사.
 9일 <중앙일보>가 보도한 '실체 드러난 경제대통령 가짜에 놀아난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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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드러난 경제대통령, 가짜에 놀아난 대한민국'

9일치 <중앙일보>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이 신문은 지난 7일 검찰에 붙잡힌 사이버 경제 대통령 '미네르바' 박모(30)씨가 전문대를 졸업한 무직자로 밝혀지자, 미네르바 현상을 적극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조선일보>, <동아일보>도 미네르바 현상을 부정적으로 보도했지만, <중앙>의 비판 강도는 이들 신문보다 강했다. <중앙>은 특히, 미네르바를 돌팔이 의사라고 말한 검찰 관계자의 발언을 제목으로 처리하고 그의 글을 조류인플루엔자·사스 같은 변종 바이러스로 표현하는 등 미네르바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또한 미네르바 박씨가 사는 집에 찾아가 취재한 기사에서 "박씨의 가족이 그의 학벌에 대해 걱정했다"고 보도하는 등 미네르바의 출신 배경을 다른 언론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중앙> "미네르바=돌팔이 의사, 혹세무민, 조류인플루엔자"

9일 <중앙일보>가 보도한 '사이버 공간의 신뢰위기가 일그러진 인터넷 영웅 만들었다'는 내용의 기사.
 9일 <중앙일보>가 보도한 '사이버 공간의 신뢰위기가 일그러진 인터넷 영웅 만들었다'는 내용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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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중앙>은 1·2·3·10면 등 4개면에 걸쳐 미네르바 박모씨의 체포를 대서특필했다. 특히, '사이버 공간의 신뢰위기가 일그러진 인터넷 영웅 만들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네르바 현상은) 사이버문화의 역기능과 한국 사회의 부실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보도했다.

이어령 <중앙> 고문의 분석을 정리한 이 기사는 "인터넷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확대시키는 장점이 있지만 어마어마한 파괴력도 갖고 있다"며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는 유언비어의 피해자가 일부에 그쳤지만, 디지털 시대인 지금은 경제 전체를 망가뜨릴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어 "번식력이 크다는 점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나 사스 같은 변종 바이러스와 비슷하다, 익명의 바이러스는 어느 날 갑자기, 한 순간에 사회 시스템에 고장을 일으킨다"며 "'미네르바' 같은 이들이 노리는 것이 뉴미디어의 이러한 아킬레스건이다"이라고 밝혔다.

또한 "무엇보다 네티즌들의 자제력이 절실하게 요구된다"며 "네티즌이 스스로를 통제하는 자제력과 서로를 견제하는 자정능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제2의 미네르바는 계속 출현한다"고 보도했다.

<중앙>의 미네르바 관련 기사들은 대부분 미네르바 또는 미네르바 현상을 강하게 비판했다. 검찰의 미네르바 체포 경위를 설명한 기사엔 검찰 수사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돌팔이 의사에 당한 꼴"이라는 부정적인 뉘앙스의 제목이 달렸다.

또한 "오빠, 몇 달간 집에서 온종일 인터넷에 글 써"라는 기사에서 "미네르바 박씨는 자신의 정체를 가까운 이들에게도 철저히 감추고 살았다", "여동생과 부모는 간간이 박씨가 취직을 하지 못하는 데 대한 걱정을 내비치곤 했다", "박씨의 가족은 그의 학벌에 대한 걱정을 은연중에 드러내기도 했다"며 박씨의 사생활을 보도했다.

또한 미네르바의 주장을 소개한 기사에서 박씨가 지난해 12월 <신동아> 기고에서 "올해 한국 주가는 500, 미국은 5000선이 바닥"이라고 전망한 데 대해 "이런 예고는 '혹세무민이었음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적극 보도했던 <조선><동아> "미네르바 주장은 허무맹랑"

<조선> 역시 박씨가 30대 무직자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면서, 그의 글에는 허무맹랑한 주장이 많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검찰에 체포된 미네르바는 30대 무직에 독학으로 경제를 공부한 것 외에는 특별한 이력이 없었다"며 "부실했던 기초에 기반했기 때문에 그가 펼쳤던 논리들도 전문가들사이에서는 이미 그가 체포되기 전부터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동아> 또한 "그(미네르바)는 거친 독설과 감상적인 말투, 부정확한 데이터로 대중을 미혹한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결국 정부에 대한 결정적인 허위사실을 유포하면서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조선>, <동아>의 인터넷판은 미네르바의 글이 올라올 때마다 미네르바의 글을 적극적으로 보도했던 곳이다. 또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가 미네르바를 "가장 뛰어난 국민의 경제스승"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한 곳 역시 이들 매체였다.

하지만 미네르바가 30대·무직·고졸·비전문가라는 사실을 주요하게 보도하는 보수언론은 미네르바 현상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에 많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미네르바가 주목 받은 건 정부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라면서 "이런 현실에서 최악의 상황에 대해 경고를 해온 미네르바한테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부루룽'이라는 필명의 한 누리꾼은 다음 아고라에 쓴 글에서 "미네르바의 출신 배경이나 예측의 정확성 정도는 부차적인 것"이라며 "미네르바 체포는 논쟁을 통해 미네르바 현상을 제압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권력이 품고 있는 불안과 초조함, 파시즘적인 속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태그:#미네르바 체포, #미네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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