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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대 KBS 노동조합 강동구 위원장(왼쪽)과 최재훈 부위원장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12대 KBS 노동조합 강동구 위원장(왼쪽)과 최재훈 부위원장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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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노동조합 정부위원장 이취임식이 열린 8일 오전 11시. 행사 장소는 "KBS 투쟁의 피와 땀이 고스란히 녹아있는"(최재훈 부위원장)' 여의도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이었다. '언론사 최대노조' '맏형노조'답게 일찍부터 행사장은 북적였고 이곳저곳에서 보내온 화환이 줄지어 도착했다.

민주광장 무대 위쪽으로 행사 명칭을 알리는 펼침막이 걸렸고 그 양쪽으로 나란히 세로 펼침막이 내려와 있었다. 

"사수! 공영방송!"
"쟁취! 고용안정!"

이취임식이 시작될 때까지 강동구 위원장은 민주광장 이곳저곳을 돌며 내외빈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넸다. 특히 노조 조합원들과 악수할 때는 짧은 인사 대신 두 손으로 상대방의 손을 감싼 채 톡톡 두드려가며 "잘 부탁한다" "고맙다"고 얘기했다. 다른 방송사 노조위원장들하고도 반갑게 인사했다. 열의가 묻어났다.

"12대 노조는 11대 노조와 많이 다를 것"이라던 강동구 최재훈 당선자의 말을 반영하듯 사회자가 외친 첫 구호는 이것이었다.

"언론악법 저지하여 공영방송 사수하자! 방송독립 쟁취 투쟁!!"

맨 앞에 자리한 KBS 기자 출신 안형환 한나라당 의원도 300여명의 참석자들이 외친 이 구호를 들었다.

박승규 이임사 "언론노동계 이단아 취급... 언론노조 심판받아"

이임사를 위해 연단에 선 박승규 11대 노조위원장은 평소 '소신'을 지키는 발언을 했다.

"2년 동안 격랑을 헤치면서 치열하게 싸웠다. 함께 울고 웃고 싸웠던 얼굴이 생각난다. 난 언론 노동계의 이단처럼 취급됐다. 언론노조의 요구가 있을때, 내가 확신이 없을 때는 따라가지 않았다. 하지만 언론노조 기득권을 바꾸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면서 늘 비판의 대상이었고 제명까지 당했다. 하지만 심판은 언론노조가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참 욕을 많이 먹었다. 한나라당 2중대니 수구 꼴통이니 조중동 2중대니… 비판받고 공격당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조합원들은 현명했다. 나는 반대파를 아우르는 데는 실패했다. 노노 갈등 있는 것 사실이다. 강동구-최재훈 노조는 나와는 다른 통합의 가치를 들고 새 노조의 길을 열고 있다. 좋은 결실 맺기 바란다."

강동구 12대 KBS 노동조합 위원장이 박승규 11대 위원장에게 노조 깃발을 건네받아 흔들어 보이고 있다.
 강동구 12대 KBS 노동조합 위원장이 박승규 11대 위원장에게 노조 깃발을 건네받아 흔들어 보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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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 취임사 "대외활동 강화...방송민주화 투쟁 역사 계승"

곧바로 강동구 새 위원장이 마이크 앞에 섰다. 강 위원장은 한나라당과 정부를 정조준한 발언을 쏟아냈다.

"공영방송 KBS에 시련의 시기가 왔다. 우리의 미래와 직결되는 미디어관련법 개정이 목전에 와있다. 이 불리한 상황 대처하지 못하면 제작 자율성은 물론이고 국민 기본권까지 침해당할 우려가 있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의 미디어 관련법에는 독과점 등 여러 독소조항들로 가득하다. 공영방송법 제정도 KBS를 울릴 수 있다. 조합원들과 함께 미디어관련법 개정을 저지하고 권력과 자본에 방송을 편입하려는 움직임에 선제 대응할 것이다.

자율제작 환경을 지키고 방송의 공공성을 반드시 지켜낼 것이다. 선거가 끝난뒤 내부 분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최재훈 부위원장과 조합원의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조합원의 뜻을 헤아려 후유증을 치유하고 하나되는 KBS 노조를 만들 것이다. 공영방송을 사랑하는 모든 단체와의 대외 활동도 강화하고 유명무실한 방송노조협의회도 활성화시키는 등 KBS 노조 위상에 걸맞은 행보를 보이겠다. 방송민주화 투쟁을 주도한 자랑스런 KBS 노조의 역사를 계승하고 발전시키겠다."

축사에 나선 진영옥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연대'를 호소했다.

진 위원장 직대는 "공영방송사수 민주언론사수의 깃발을 올려달라"면서 "이것은 나의 요구가 아니라 바로 국민의 요구"라고 말했다. 진 위원장 직대는 이어 "민주노총도 족벌신문과 자본이 방송을 장악할 수 있는 미디어관련법을 막기 위해 온 힘 바쳐 투쟁하겠다"며 "(KBS노조도) 언론노조와 민주노총과 한 목소리로 국민 방송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강동구 12대 KBS 노동조합 위원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강동구 12대 KBS 노동조합 위원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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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언론노련 위원장인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감회에 젖었다.

"내 마음의 고향인 이 곳 KBS 민주광장에 서니 설레고 감격스럽다. 1990년 4월 투쟁 때 함게 했던 많은 분들의 함성이 떠오른다. '축하드린다'는 말을 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시기에 노조 집행부를 맡으셨다. 얼마 전까지 국회는 전쟁터였다. 아직도 불씨는 살아있다. 여전히 미디어법이 핵심이다.

이 투쟁의 중심에 KBS가 설 수밖에 없다. 이 민주광장에도 쓰여있는 것처럼 KBS는 '국민의 방송'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 국민의 절대다수 95%가 신음하고 있다. 비정규직 어렵다. 농민들은 어떤가. KBS가 이 95%를 제대로 대변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국민의 방송'인지 아닌지가 판가름난다. 투쟁없이 KBS와 방송을 지킬 수 없다. 국민에게 사랑받는 방송이 되라. 그래야 여러분의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지위도 올라갈 수 있다."

지난해 2월까지 KBS 기자로 일했던 안형환 한나라당 의원은 연신 쏟아지는 여당과 정부 비판을 의식한 듯 "KBS2TV 민영화는 여권에서 거론된 적이 없다. 다채널 시대로 간다고 해도 공영방송은 청정지역으로 남아야 한다. KBS2TV 민영화는 결코 있을 수 없음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최재훈 부위원장, 통합 강조... MBC SBS YTN 지부장 등 참석 화답

선거공약이었던 '통합 집행부' 건설을 위해 뛰고 있는 최재훈 부위원장은 "민주광장은 KBS 투쟁의 피와땀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곳"이라며 "이 투쟁 전통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통합'을 강조했다.

"위기다. 위기속에서 더욱 필요한 것은 하나되는 노동자, 하나되는 노조다. 그래야만 어떤 파고가 밀려와도 KBS를 지킬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생각이 다르더라도, 치열한 논쟁을 하더라도 행동은 하나여야 한다. '무지개 노조'를 만들겠다는 약속, 반드시 지킬 것이다."

12대 노조는 최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소속 조합원까지 포함하는 '통합 집행부'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한편 "외부와의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강동구 위원장의 외침에 화답하듯 박성제 MBC 노조위원장, 심석태 SBS 노조위원장,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 정영홍 EBS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언론노조 본부·지부장 20여명이 참석했다. 또 진영옥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과 주봉희 부위원장, 우문숙 대변인도 자리를 빛냈다. 

12대 KBS 노동조합을 이끌 집행부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아직 '통합 집행부'는 완성되지 않은 상태다.
 12대 KBS 노동조합을 이끌 집행부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아직 '통합 집행부'는 완성되지 않은 상태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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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KBS 노동조합, #KBS노조, #강동구, #최재훈, #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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